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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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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코로나에 핼쑥해진 몸, 밥 말고 디저트는 먹고 싶어

커피스푼 2022. 10. 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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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자가격리 5일 차인 수요일(12일), 목이 따가워서 밥 숟가락은 들고 싶지 않은데 디저트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다녀온 병원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뒤로 고열에 두통, 마른기침, 오한, 피로, 인후통, 소화 불량이 몰려와 온몸을 짓눌렀죠. 한 줌의 감기몸살 약에 의지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이불속에서 나흘을 보냈더니, 어느새 미각과 후각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받았더니 감각 회복에는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거라더군요.

 

원장 선생님 설명을 듣고 나니 속이 허전해졌습니다. 그토록 좋아했던 팥빵은 안에 아무것도 안 든 술빵 같았고 샤인머스캣은 메마른 입 안에서 약간의 신맛과 껍질을 곱씹는 식감만 느껴졌습니다. 혓바닥으로 입천장 뒤쪽을 건드리니 돌기가 생긴 듯 뭔가가 우툴두툴했습니다. 목이 부어서 밥은 못 넘기겠고 밍밍한 죽 한 술도 뜨기 싫었습니다. 트림도 명치 부근에서 나오다 맙니다. 기분 나쁨의 연속이었달까요?

 

경산시 배달앱 '먹깨비'를 띄운 모습입니다.
경산시 배달앱 '먹깨비'를 띄운 모습입니다.

겨우 장롱에 몸을 기대 앉아 폰으로 '먹깨비' 앱을 띄웠습니다. 경산사랑카드(경북 경산시 한정 지역 카드)를 쓰기 좋게 만든 지역 상생형 배달앱이었습니다. 배민이나 요기요처럼 디자인이 세련되거나 반응이 아직 빠르지는 않았지만 메뉴 별 가게 목록, 가게 섬네일 및 쿠폰 받기, 별점 평가, 주문 및 결제 과정을 비롯한 화면 구성이 익숙해서 사용상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밥 말고 디저트는 먹고 싶었기에 첫 화면에서 '디저트/카페'를 골랐습니다. 위쪽 탭에서 '거리 순'을 건드리고 천천히 화면을 내리다 특이하면서 맛이 궁금했던 가게 한 곳을 찍었습니다. 자주 가던 동네 맘스터치 바로 옆에 문을 연 작은 카페 '베로(Vero)'였습니다. 호박 빛깔의 흑당 버블티, 바닐라 셔벗이 올라간 크로플 와플이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산미가 있는 커피는 목을 더 안 좋게 만들 수 있어서 주문 목록에 따뜻한 고구마 라떼도 한 잔도 추가했습니다.

 

가게 쿠폰과 요일 별 할인 쿠폰을 중복으로 쓸 수 있습니다.
가게 쿠폰과 요일 별 할인 쿠폰을 중복으로 쓸 수 있습니다.

크로플 와플, 흑당 버블티, 고구마 라떼를 주문한 최초 금액은 대략 1만 3천 원이었습니다. 베로에서 나눠 준 1천 원 할인 쿠폰, 매주 수요일마다 주는 3천 원 할인 쿠폰을 둘 다 적용했더니 최종 결제 금액이 1만 8백 원으로 나왔습니다(배달비 2천 원 포함).

 

먹깨비에서 경산사랑카드로 결제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먹깨비에서 경산사랑카드로 결제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이때 결제 수단으로 지역 화폐를 건들면 알아서 경산사랑카드가 출력됩니다. 맨 아래 '결제하기' 버튼을 건들면 경산사랑카드 전용 앱인 '그리고'가 켜지며 결제를 이끕니다. 여섯 자리 PIN 번호를 누르고 결제를 마치면 주문 완료 알림과 함께 먹깨비 카카오톡 채널로 메시지가 나타납니다. 결제 인증 과정에서 4~5초 간 반응이 지연되는 현상이 있는데 이 과정만 지나면 나머지는 기존 배달앱과 똑같습니다.

 

약 30분 뒤 먹깨비로 주문한 디저트가 도착했습니다.
약 30분 뒤 먹깨비로 주문한 디저트가 도착했습니다.

50분 내 배달 예정이라는 안내를 보고 오후 4시쯤 오겠다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습니다. 3시 반이 조금 지나 문 앞에서 메뉴를 받았습니다. 비닐 캐리어에 담긴 음료랑 크로플의 양은 꽤 넉넉했습니다. 스타벅스 기준 톨(Tall) 혹은 그란데(Grande)보다 약간 적겠구나 했는데 흑당 버블티는 가장 큰 벤티(Venti) 사이즈보다 많았습니다. 크로플도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한 사이즈 더 컸죠(바닐라 셔벗도 두 덩이). 알고 보니 음료 두 잔 이상 주문하면 최소 한 잔은 사이즈 업을 해 주는 리뷰 이벤트 중이었습니다.

 

와플 크로플은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맛있습니다.
와플 크로플은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맛있습니다.
자색 고구마 라떼로 크로플의 흔적을 지웁니다.
자색 고구마 라떼로 크로플의 흔적을 지웁니다.

흑당 버블티는 저녁 출근을 앞둔 막내에게 건네고 고구마 라떼와 크로플 절반을 방으로 가져왔습니다. 오랜만에 셔벗을 스푼에 떠서 입에 넣으니 행복했습니다. 메마른 사막에 한 줄기 오아시스를 만난 듯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이물감으로 칼칼했던 목이 냉침을 맞은 듯 잠시 통증이 누그러졌습니다. 시나몬 파우더에 시럽이 묻은 크로플을 한 입 베어 먹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입자 고운 고구마 라떼로 입가심하니 순식간에 화제가 바뀌며 입 안이 깔끔해집니다.

 

리뷰 이벤트니까 느꼈던 그대로 후기를 실어 올립니다.
리뷰 이벤트니까 느꼈던 그대로 후기를 실어 올립니다.

2박 3일 부산 뚜벅 여행에 피로가 쌓였던 막내도 만족한 눈치입니다. 적당히 잘 삶긴 타피오카를 씹으며 음료를 조금씩 맛 보더니 남김없이 끝까지 비웠으니까요. 바닐라 셔벗을 채운 달달한 와플 크로플도 막내의 졸음을 깨는 좋은 간식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나중에 먹깨비라는 엡에서 경산사랑카드로 저렴하게 주문했다고 알려주니까 필요했던 앱이라 생각한 듯 검색해서 바로 깔더군요. 동네 편의점/마트 배달도 가능하도록 개편 진행 중이라서 며칠 뒤면 사용하기 더 편해지겠습니다.

 

해열 진통제 빼고 남은 약들은 금요일 저녁쯤 제 몸에 모두 흡수되겠군요.
해열 진통제 빼고 남은 약들은 금요일 저녁쯤 제 몸에 모두 흡수되겠군요.

코로나 자가격리는 일주일 째인 토요일 0시부터 풀립니다. 진료 목적(대면 진료, 비대면 진료 후 약국 방문) 외에는 법적으로 외출을 금하고 있어서 갑갑했는데 격리 해제 후 집 앞 편의점을 내 발로 찾아가는 소소한 일상 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얻은 일시적 미각 및 후각 상실은 다른 사람들도 거쳐 간 잠깐의 질환이다 생각하고 지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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