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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급속 충전기 하나에 전기차 두 대 동시 충전, 내 차는 얼마나 걸릴까? 본문
오늘 아침 차 시동을 켜니 EV 배터리 부족 경고가 떴습니다. 고전압 배터리 잔량이 20%로 떨어진 상태였으니까요. 이마트나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며 전기차를 충전하려다 가장 가까운 급속 충전소로 향했습니다. 며칠 전 이용한 성암산 공원의 채비 100kW 급속 전기차 충전소입니다.
목적지 설정 후 배터리 컨디셔닝이 시작됐는데요. 3분도 안 돼서 도착한 바람에 배터리 팩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못했습니다. 외부 기온이 2도로 낮아서 충전 속도가 평소보다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후면 주차 후 바로 충전 커넥터를 들어서 차에 꽂을 찰나에 EV6 택시가 왔습니다. 아마 저처럼 배터리를 충전하러 왔겠지요.
여기서 PNC(플러그 앤 차저)의 장점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겨울 칼바람 맞으며 충전기 화면 터치, QR 코드 스캔 혹은 NFC 폰 태깅, 충전 시작 과정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차에 충전 커넥터 꽂고 히터와 시트 열선을 켜 놓은 차 안에 바로 들어가 쉬면 됩니다.
충전 속도는 역시 낮았습니다. 양팔형 충전기 1기에 전기차 두 대가 붙어서 동시 충전하고 있었으니까요. 충전 시작 30초 후 표시된 입력 전력은 34.5kW, 20%에서 80% 충전까지 예상 소요 시간은 41분으로 뜹니다. 배터리 충전량 70%를 넘어서면 속도가 더 떨어지니까 적어도 50분은 머물겠군요.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바로 옆 EV6 택시가 급속 충전을 시작하니 입력 전력이 크게 출렁입니다.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가 23%에서 38.9kW로 돌아옵니다. 약 10분이 지나자 배터리 충전량은 30%로 올랐습니다. 입력 전력도 43.8kW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지요.
80% 충전까지 남은 시간은 라디오 청취로 흘려보냅니다. 새벽 근무 후 아침 퇴근하기 직전에 커피 한 잔 타서 나올 걸 그랬나 봅니다. 이 시각 MBC FM4U 채널에서는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가 흐르고 있었지요. 22도로 맞춘 히터에 열선 2단을 켜 놓은 시트에 몸을 기대고 있으니 긴장이 스르르 풀립니다.
그 와중에 배터리 충전량은 10% 단위로 쭉 지켜봤습니다. 충전 시작 약 20분째에는 40%, 27분째에 50%, 33분째에 60%, 40분째에 70%를 넘어섭니다. 41분이면 될 거라던 80% 충전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충전 속도는 46.6kW가 거의 최고치였고 71%부터 29.4kW 안팎으로 꺾입니다.
20%에서 80% 충전까지는 약 52분이 흐르고 난 뒤였습니다. 배터리 잔량 20%에서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62km였고 80% 충전 직후 293km로 늘었습니다. 배터리 충전 중인 차 안에서 히터랑 열선, 다른 전장비를 켜 놔도 충전 속도가 눈에 띄게 안 떨어집니다. 배터리 팩을 충분한 온도로 데웠더라면 그나마 시간이 덜 걸렸을지도요. 더 멀리 가서 급속 충전을 하나, 가까이서 충전을 하나 어차피 거기서 거기입니다.
충전 요금은 1만 1,384원이 나왔습니다. 채비에서 운영 중인 100kW 이상의 급속 충전 시설은 1kWh에 385원을 받는데요. 34.79kWh를 충전했으니까 계산대로면 1만 3,392원이 나왔어야 합니다. 여기서 월 단위 전기차 충전 구독 서비스인 채비 V 멤버스 혜택을 받으면 15% 할인으로 충전 요금에서 2,008원이 빠집니다.
한 달에 4,900원으로 급속 충전 15%, 완속 충전 6% 할인, 매달 3천 크레딧을 넣어주는 혜택이라면 오히려 좋지 않나 판단됩니다. 물론 모든 채비 충전소가 그렇다는 내용은 아닙니다. 충전소가 뜬 지도 화면에서 V 멤버스 버튼을 눌러 표시된 채비 충전기만 위와 같은 혜택이 적용됩니다.
원래는 홈플러스 경산점에서 장을 보는 김에 전기차를 충전할 계획이었는데 V 멤버스 혜택이 적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가끔 찾는 웬만한 채비 충전소는 V 멤버스 혜택이 가능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어디 멀리 갈 계획이 없으면 월 구독제 충전 혜택 여부에 관계없이 집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가 가장 좋긴 합니다. 주차와 충전이 모두 해결되니까요.
내일은 캐스퍼 일렉트릭과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날이 추워서 세차는 당분간 안 할 계획이고요. 주 6일 근무를 잘 마친 나를 위해 운전 여행을 갈 겁니다. 춥고 차가 많은 위쪽보다는 바다가 보이는 따스한 남쪽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무래도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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