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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나만의 겨울 일출 명소, 대구 최정산 다녀온 후기 본문
오늘 아침 6시 특별한 곳에서 일출을 보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대구 최정산입니다. 물론 산꼭대기까지 걸어가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무려 8년 전 자동차 사진을 찍으러 다니던 곳인데요. 늦가을이나 겨울에 자동차로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면 사방이 탁 트여서 아침 햇살을 보기 좋다는 어느 방문객의 후기가 생각났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찍어 보니 집에서 최정산까지 약 40분이 걸리겠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엊저녁부터 완속 충전을 한 덕분에 배터리 잔량은 100%였지요. 일출 시각이 7시 20분쯤이니까 서두를 이유도 전혀 없었습니다. 늘 듣던 라디오 채널에서 들려주는 방송을 들으며 느긋하게 움직였지요.
산 정상 근처로 향하는 길은 딱 하나, 가창면 주리를 지나는 가창로93길입니다. 도로의 종점은 헬기 이착륙장인데 차로 끝까지 올라가면 주변 시야가 막혀서 오히려 볼 게 없습니다. 올라갈수록 차로 폭은 더 좁아지고 경사는 점점 급해지는데 도로포장 상태가 좋아서 주행에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최정산 힐링숲, 목장을 지나서 쭉 올라가면 길 우측에 차 세울 곳이 나옵니다. 차에서 내리면 그저 바람 부는 소리만 들립니다. 날은 슬슬 밝아오는데 아직 7시 무렵이라 차 사진을 찍을 이유가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보여준 외부 기온은 영하 3도였고요. 약 50분간 27.9km를 움직이며 기록된 전비는 4km/kWh, 배터리 잔량은 100%에서 12% 내려간 88%였습니다.
분위기는 괜찮은데 나무에 가려서 일출을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 장소를 옮겼습니다. 쉼터 앞 경사로를 비집고 올라가 차를 세웠더니 '아, 여기서 해 뜨는 걸 보면 되겠다'라며 확신이 들었습니다. 해뜨기 직전 붉게 달아오른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착착 담으니 괜히 설렙니다. 바닷가, 혹은 산골짜기 주민들에게 일출은 흔한 일상 중 하나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차 안에 와서는 일출 감상 위치를 꾹 눌러서 저장했습니다. 이름은 '최정산 해맞이 스폿'으로 짓고 나만의 목적지로 만듭니다. 함께 움직일 일행이 있으면 위치 공유 탭 오른쪽 톱니바퀴를 눌러서 메시지를 받는 사람 이름이나 연락처를 입력하고 저장하고요. 이전 화면으로 돌아와서 '목적지 설정 시 내 차 위치 자동 전송'에 체크 표시 후 저장 버튼을 누릅니다.
다 끝내고 라디오를 마저 들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트 열선은 2단, 섭씨 22도로 공조 장치를 켜두니 온기가 오롯이 몸에 전해집니다. 몇 분이 흐르자 낮게 깔린 잿빛 구름 사이로 붉은 해가 손톱 만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7시 25분입니다.
이때다 싶어 바로 차 밖으로 나왔습니다. 선명하게 빛나는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사진을 주섬주섬 담았습니다. 멀리 떨어져서 한 컷, 오른쪽에서 3분의 2 지점까지는 자동차, 왼쪽에서 3분의 1 지점에는 해를 걸쳐서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지난달 동해 바다에서 보고 온 일출보다 색이 더 진하고 윤곽이 선명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올해 몇 안 되는 일출 장면 중에서 가장 예뻤습니다.
날이 더 밝으니 7시 반이 됐습니다. 얼추 매듭짓고 집으로 향합니다. 내비게이션에 뜬 도착 예정 시각은 8시 20분이었습니다. 평일 아침 출근길과 겹치는 시간대니까 집에서 나설 때보다는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리겠지요.
산에서 내려갈 때는 올라갈 때보다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풋 브레이크를 나눠 밟던지, 회생 제동 레벨을 살짝 올리는데요. 경사율이 큰 이곳은 아이-페달 사용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습니다. 회생 제동 레벨 3단계에서 운전대 왼쪽 뒤 패들을 한 번 더 당기면 아이-페달이 켜집니다.
아이-페달은 소위 말하는 원-페달 주행 모드라서 오른발을 밀고 당기는 간격에 따라 감속 제어량이 달라집니다. 오른발을 다 떼면 마치 왼발로 풋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은 듯한 상태가 되고 어느 정도 밀면 감속 제어(회생 제동)가 덜 걸려서 속도가 서서히 붙게 됩니다. 익숙해지면 오른발만 세우고 미는 한 발 운전도 편할 수 있는데요. 경우에 따라 '페달 오조작(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줄 알았는데 가속 페달을 밟을 수도 있음)'으로 인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잘 숙지하길 바랍니다.
도착 예정 시각대로 집에 왔더니 배터리 잔량은 산에서 출발할 때보다 겨우 2% 빠진 86%였습니다. 오르막 주행으로 소모한 전력만큼 내리막 주행으로 회수된 감속 제어량도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두 주행 상황의 평균값이 기록된 충전 후 주행 정보에는 평균 전비가 6.8km/kWh로 나왔습니다. 다른 날보다 시동 방치 시간이 길었는데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봅니다. 주행 가능 거리는 배터리 잔량 100%에서 375km였다가 86%에서 296km로 줄었습니다.
최정산에 다녀올 때 주의할 내용이라면 기상 변화에 따라 도로 통제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도로 결빙 억제용으로 염수가 분사되는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산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꽁꽁 언 한겨울에는 접근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팔공산 한티휴게소로 향하는 꼬불길 구간도 마찬가지니까 겨울철 도로 이용에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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