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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당신이 잠든 사이, 사진에 숨 불어넣는 갤럭시

커피스푼 2021. 5. 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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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충전기에 꽂아둔 갤럭시 S21+에서 갤러리-더보기-추천을 따라가면 리마스터된 사진들이 나온다.
밤새 충전기에 꽂아둔 갤럭시 S21+에서 갤러리-더보기-추천을 따라가면 리마스터된 사진들이 나온다.

꽉 찬 일정을 보내고 난 토요일 아침, 머리맡에 충전해둔 스마트폰을 켰다. 갤러리-우하단 더보기 아이콘(≡)을 탭 하니 추천 버튼에 새 알림이 와 있었다. '추천'을 누르니 화면 위쪽의 '리마스터된 사진 보기'란에 예전에 찍은 사진 몇 장이 보였다. 코로나가 온 세상을 잠식하기 전 친구들과 같이 보낸 대만, 부모님 결혼기념일 30주년을 맞아 떠난 베트남 다낭에서의 추억 조각들이었다. 베란다에서 바라본 야경, "아... 이건 꼭 먹어야 돼!"라며 찾았던 가정식 요릿집 진천미, 키 높은 야자수 밑 벤치에 나란히 앉아 바닷바람을 맞던 그날까지 모든 기억을 갤럭시 S21+이 생생히 되살려냈다. S10+로 찍은 흐릿한 사진은 고해상도로 또렷하게, 어둡고 칙칙했던 분위기는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색감으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내가 잠든 사이, 갤럭시 S21+은 전래동화 속 우렁이 각시처럼 사진에 숨을 불어넣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무슨 일일까?

 

원본과 AI로 보정된 이미지다. 좌우로 난 둥근 버튼을 손가락으로 밀면 차이를 알 수 있다.
원본과 AI로 보정된 이미지다. 좌우로 난 둥근 버튼을 손가락으로 밀면 차이를 알 수 있다.

삼성에서는 S21 시리즈에 추가된 'AI 포토 리마스터*' 기능 덕이라 말한다. S10+에서 S21+로 폰을 바꾸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집 근처 디지털프라자 매장에서 몇 번의 갤럭시 투고(to go)를 이용하면서도 체험하기 어려웠던 기능이었다. S21 울트라의 100배 줌으로 한밤의 보름달을 밝고 선명하게 찍든, S21+로 온갖 풍경과 음식 사진을 담든 인스타로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을 고르고 태그를 붙여서 올릴 줄만 알았지 그런 기능이 숨은 줄은 몰랐다. S10+을 쓰면서 갤러리-더 보기-추천으로 나오던 건 항상 '정리할 사진 확인하기' 혹은 '오래된 문서 정리하기'뿐이었다. 인스타로 올리고 싶은 사진은 갤러리 앱의 자동 보정을 거치거나 필터를 씌워서 인스타에 3:4 비율로 올리곤 했다. 원하는 색상과 선명도로 사진을 건드리기 시작하면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다. S21+은 충전기에 밤새 꽂아놓고 푹 자고 일어나면(7~8시간) 많게는 10장씩 AI가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알다가도 신기한 일이다.

 

*AI 포토 리마스터를 쓰려면 작동 조건을 잘 맞춰야 한다. 배터리 95% 이상이면서 계속 충전 중(유선이나 무선 충전)이어야 하고 AOD(Always On Display)나 화면이 꺼진(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상태가 76분이 지나야 한다. 이불 속에 뒹굴뒹굴하면서 밤새 유튜브나 트위치를 켜 놓고 있으면 안 돌아간다. 설정-배터리 및 디바이스 케어-우상단 더 보기 아이콘(…)-자동으로 케어-매일 자동으로 최적화 사용 중 체크-시간-오전 3:00 설정 및 RAM 확보를 위해 앱 정리하기 사용 중 체크를 해두면 보기 흉한 잔상이 화면에 남을 일 없이 말끔히 쓰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내가 잠을 자며 내일 쓸 기운을 모으는 동안 AI는 은밀하게 조용히 사진 보정에 힘쓴다. 디지털 현상된 이미지 데이터를 재조립하며 해상도, 밝기, 색감, 선명도를 맞춘다. 사용자나 알람으로 폰 화면을 띄우는 순간 AI가 일을 멈추니 리마스터된 사진을 보고 싶다면 내버려 두자. 사람이 한창 자신의 일에 몰입하다 흐름이 끊기면 다시 몰입하기 힘든 것처럼 AI도 똑같다.

 

AI는 촬영된 상황에 따라 밝기, 색, 선명도를 건드리거나 해상도만 올리는 보정을 제안한다.
AI는 촬영된 상황에 따라 밝기, 색, 선명도를 건드리거나 해상도만 올리는 보정을 제안한다.

리마스터된 사진의 보정 패턴은 주로 두 가지였다. DJI 오즈모 모바일2 짐벌에 S10+을 끼워 촬영했던 베트남 여행 사진은 밝기, 색, 선명도 보정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스타로 원본을 올리고 난 썸네일 사진(960 X 720 픽셀)은 고해상도 사진(3,840 X 2,880 픽셀)으로 이미지 선명도가 더 또렷해졌다. 일부 썸네일 사진이 1080 X 810 픽셀 크기인 경우는 4,320 X 3,240 픽셀까지 해상도가 높아졌다. 좌우로 각각 4배씩 늘어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저수지와 공원 주변을 둘러보며 담은 S21+ 원본 사진들도 베트남 여행 사진과 같은 패턴으로 사진 보정을 제안했다.

 

AI가 가공하는 사진들은 무작위라서 언제 무슨 사진이 리마스터될지 알 수 없다. AI가 해상도가 낮은 사진 위주로 골라 작업하는 느낌이다. 그날 기분대로 작업하고 싶은 사진만 골라서 색을 입히고 선을 더하고 밝고 어둡기를 건드리기도 한다. 다음날 아침에 깨어난 내가 폰 화면을 켜면 갤러리-추천-리마스터된 사진 보기에서 어떤 방향으로 사진 보정을 했는지 알려준다. 제안된 사진 리스트 중 하나를 고르면 보정 전(Before)과 보정 후(After) 이미지를 좌우로 밀어 쉽게 비교할 수 있다. 오른쪽 아래 내려받기 아이콘을 탭 하면 원본이 든 폴더에 AI가 보정한 사진이 같이 저장된다. 당시 사진에 기록된 위치 태그와 날짜를 비롯한 온갖 촬영 정보(EXIF)는 그대로 보존된다. 왼쪽 아래 공유 아이콘을 탭 하면 보정된 사진의 썸네일 이미지(1,440 X 1,080 픽셀)를 카카오톡으로 내려받아 미리 볼 수도 있다(이때 EXIF 정보는 삭제됨).

 

며칠 전 경산 중산지에서 S21+로 찍은 야경이다. AI가 분위기를 더 화사하게 만든다.
며칠 전 경산 중산지에서 S21+로 찍은 야경이다. AI가 분위기를 더 화사하게 만든다.

3월 중순부터 갤럭시 S21+을 썼으니 벌써 한 달하고도 반이 지났다. 갤럭시 노트4 S-LTE(2015.06)에서 S10+(2019.03), 갤럭시 S10+에서 S21+(2021.03)로 삼성 스마트폰과의 인연은 세 번째를 맞았다. 스마트 스위치로 두 번 옮겨서 갤러리에 저장된 사진들만 대략 1만 장인데 S21+과 45일 넘게 지내며 리마스터된 사진은 85장이다. 아마 절반은 충전해 두지 않아서 AI도 사진 보정할 여력은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이라도 매일 같이 충전시켜두면 언젠가 몇 백장이 쨍한 사진으로 달라져 있겠지라며 기대를 품는다. 사진 촬영 날짜에 관계없이 무작위로 몇 장씩 리마스터된 사진을 보여주니 매일 아침이 흥미롭다. 며칠 전 하늘에 구름이 꽉 차게 걸려서 어두운 분위기를 냈던 저수지 풍경도 보이지 않는 AI의 손길을 거치고 나면 한결 풍부한 색감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보면 볼수록 놀랍다. 잘해야 중학생 수준이라던 AI가 이 정도라니. 가르칠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한 수 배워야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다소 칙칙했던 저수지 변 풍경이...
다소 칙칙했던 저수지 변 풍경이...
AI의 손길을 거쳐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AI의 손길을 거쳐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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