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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60, 아이오닉5·EV6보다 괜찮나?

커피스푼 2022. 1. 5.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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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4일) 제네시스 GV60을 잠깐 타 보고 왔습니다.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처럼 E-GMP 뼈대(플랫폼)로 만든 전기차입니다. 지난주 경험한 G80 전기차(G80 전동화 모델)가 내연기관 뼈대로 만든 파생형 모델이었다면 GV60은 E-GMP 기반의 제네시스 첫 순수 전기차로 불립니다. 전기 모터 및 세팅에 따라 스탠다드 후륜과 사륜(AWD), 사륜이 기본화된 퍼포먼스 모델로 나뉩니다.

 

제네시스 GV60 퍼포먼스 시승차입니다.
제네시스 GV60 퍼포먼스 시승차입니다.

현대 드라이빙라운지 대구 서부에서 시승한 모델은 GV60 퍼포먼스입니다. 77.4kWh 배터리에 전기 모터를 앞뒤로 둔 고성능 모델이죠. 기본 출력이 320kW(435.2마력), 10초간 켜지는 부스트로 360kW(489.6마력), 700Nm(71.4kg.m) 토크까지 차오릅니다. GV60의 부스트는 아반떼 N의 NGS처럼 중저속 가속을 끌어올리는 역할인데요. 복잡하고 교통량 많은 시내보다는 트랙 주행이나 고속도로 합류처럼 교통 흐름이 한산한 곳에서 쓰이겠습니다.

 

우유니 화이트를 입은 제네시스 GV60입니다.
우유니 화이트를 입은 제네시스 GV60입니다.
제네시스 GV60 뒷모습입니다.
제네시스 GV60 뒷모습입니다.

GV60 퍼포먼스의 생김새는 사진보다 실물이 나았습니다. 밑으로 내려온 전기차 전용 오각 그릴은 모터와 배터리 열을 식히는 공기 흡입구 역할을 하며 조개껍질처럼 입을 앙다문 클램쉘 후드는 잡다한 장식 없이 단정하고 깨끗합니다. 스타워즈 속 스톰 트루퍼가 떠오르던 아이오닉5, 날렵한 눈매에 가로·세로선을 늘어뜨리며 아랫입술을 내밀던 EV6랑 느낌이 또 다릅니다. 기요셰 패턴으로 정밀 가공된 제네시스 새 엠블럼에 양 날개를 본뜬 두 줄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제네시스 DNA를 타고 난 전기차임을 증명합니다.

 

GV60(위)에는 21인치, 아이오닉5(가운데) 및 EV6(아래)에는 20인치 휠이 꽂힙니다.
GV60(위)에는 21인치, 아이오닉5(가운데) 및 EV6(아래)에는 20인치 휠이 꽂힙니다.

바퀴에는 퍼포먼스 전용 21인치 스퍼터링 휠,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A/S(올시즌) 타이어가 꽂힙니다. 20인치 휠을 끼던 아이오닉5, EV6보다 1인치씩 더 큽니다. 타이어 규격도 덩달아 255/45 R20에서 255/40 R21로 커집니다. 아이오닉5, EV6보다 길이가 짧은데 더 큰 바퀴가 꽂히니 비율적으로 더 통통하고 짧아 보입니다. EV6랑 휠베이스가 2.9m로 똑같은 차인데 말이죠. 올 하반기 EV6 GT가 나와야 동등한 비교가 되겠군요.

 

GV60 퍼포먼스는 불룩한 바퀴 안에 온갖 장비들을 연결해놨습니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에 검게 칠한 전륜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 코너링에 유리한 전자식 차동 제한 디퍼렌셜(e-LSD)까지 채웁니다. 단번에 팍 치고 들어오는 강한 충격은 승객석에 고스란히 전해지겠지만 감속 유도용 빨래판(횡방향 그루빙)이나 스쿨존의 과속방지턱, 졸음운전 방지용으로 깔린 고속도로의 럼블 스트립쯤은 부드럽게 걸러줄 겁니다. 

 

옆에서 본 GV60(위)과 EV6(아래)의 앞좌석입니다.
옆에서 본 GV60(위)과 EV6(아래)의 앞좌석입니다.
GV60(위)과 EV6(아래)의 운전석 문을 찍은 모습입니다.
GV60(위)과 EV6(아래)의 운전석 문을 찍은 모습입니다.

외장은 우유니 화이트, 실내는 토렌트 네이비 원톤으로 꾸며졌습니다. 발랄하고 눈에 확 띄는 상파울로 라임도 겉보기에 예쁠 수 있으나 조선 백자 같은 온화한 색깔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고려청자 같은 하나우마 민트도 괜찮겠습니다. 퍼포먼스 디자인 셀렉션(PDS)이 적용된 실내는 EV6보다 고급스럽습니다. 등받이 위쪽에 스웨이드를 두른 나파 가죽 시트, 운전석 A-필러부터 천장(헤드라이닝)을 거쳐 뒤쪽 C-필러까지 스웨이드를 골고루 입혔습니다. 라임색으로 머리받침과 좌판 테두리, 도어 트림 및 크래시패드 상단 장식을 강조했군요.

 

GV60(위)과 아이오닉5(아래)의 운전석 시점을 촬영한 모습입니다.
GV60(위)과 아이오닉5(아래)의 운전석 시점을 촬영한 모습입니다.

운전석 기본 시트 위치는 아이오닉5보다 소폭 높습니다. 방석 두 개를 깔고 내려다보듯 제법 SUV 느낌이 납니다. 아이오닉5랑 EV6는 SUV에서 밑으로 살짝 파묻는 크로스오버에 가까웠죠. 등받이랑 좌판은 EV6만큼 괜찮고 옷과의 밀착감은 GV60에서 더 좋았습니다. 주행 모드가 에코일 때 사이드 볼스터를 느슨히 풀었다가 컴포트-스포츠 순으로 조절하면 에르고 모션 시트가 반응하며 볼스터를 모읍니다. GV70보다 시트 좌우가 좁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오닉5·EV6 대비 운전 자세 흐트러짐이 덜했습니다. 셋 중에 착좌감이 가장 편안했습니다.

 

GV60(위)과 EV6(아래)의 운전석을 광각으로 찍은 모습입니다.
GV60(위)과 EV6(아래)의 운전석을 광각으로 찍은 모습입니다.

디지털 클러스터(운전석 계기판)랑 가운데 화면은 12.3인치 TFT-LCD 두 장으로 세워집니다. 화면 속 볼거리는 GV60이 더 많은데 화면 속 내용은 EV6가 눈에 더 잘 들어옵니다. 아이오닉5가 왼편에 화이트보드랑 디지털 액자를 짜맞춘 구조라면 GV60은 비스포크처럼 정돈된 빌트인(built-in) LCD, EV6는 21:9 커브드 모니터 두 장을 압축시킨 느낌입니다. 내비게이션 터치 반응은 그다지 빠르지 않았습니다. 목적지 검색 시 터치가 빨라지면 일부 터치를 건너뛰거나 글자가 뒤늦게 출력돼 오타를 일으킵니다. 언제쯤이면 화면 입력 지연이 확 줄어들까요?

 

GV60(위)과 아이오닉5(중간), EV6(아래)의 터치 공조 패널을 한 컷에 모았습니다.
GV60(위)과 아이오닉5(중간), EV6(아래)의 터치 공조 패널을 한 컷에 모았습니다.

화면 밑 터치 공조 패널의 조작 편의성은 GV60, 아이오닉5, EV6 순으로 정리되겠군요. GV60과 아이오닉5는 오토 버튼 한 번에 공조 기능이 작동하는데요. GV60은 운전석 단독 공조까지 한 화면에 바로 출력되니까 건드리기 편합니다. 아이오닉5는 같은 기능을 쓰려면 가운데 화면을 오가는 불편이 따릅니다. EV6는 터치 공조 패널이 AVN 겸용으로 돌아가는 멀티-펑션(Multi-function) 타입이라 접근 단계가 하나 더 많습니다. 기본 표시되는 내용을 공조 패널로 해놓거나 기능 전환에 관계없이 뜨는 오토 클리밋(Auto climate)으로 만족해야겠군요.

 

GV60(위)과 EV6(좌측 아래), 아이오닉5(우측 아래)의 센터 콘솔을 찍은 모습입니다.
GV60(위)과 EV6(좌측 아래), 아이오닉5(우측 아래)의 센터 콘솔을 찍은 모습입니다.

알루미늄을 덮어씌운 GV60의 플로팅 센터 콘솔은 EV6보다 더 세련된 느낌입니다. 전원이 꺼졌을 때 반원형으로 비치던 수정구슬은 전원이 켜지면 180도 제자리 구르며 기어 레버를 꺼내 줍니다. 옛 다이얼 전화기처럼 홈을 파서 좌우로 비틀기 좋게 만들어졌는데 모터 작동음이 귓가에 잘 들립니다. 신기한 기능이지만 고급감과는 거리가 좀 멉니다. 열선 및 통풍 시트, 운전대 열선, 오토 홀드, 어라운드 뷰/자동 주차는 기어 레버 뒤쪽에 일렬로 나란히 배치됩니다. 스마트폰을 무선 충전하려면 비스듬히 깎아 만든 Qi 충전 패드 위에 세우면 됩니다.

 

EV6의 경우 블랙 하이그로시 코팅으로 인해 지문이나 먼지가 잘 들러붙기는 합니다. 대신에 전원 버튼 위치가 알기 쉽고 운행 중 열선/통풍 시트 작동 시 시선이 밑으로 덜 가는 점은 좋습니다. 아이오닉5의 유니버설 센터 콘솔은 심미성보다 기능성에 집중해 설계된 모습입니다. 필요할 때 뒤로 밀어서 동반자석으로 넘어가기 좋습니다. 전진과 중립, 후진을 조절하는 기어 레버가 운전대 뒤 우측에 달려서 처음엔 기능 숙지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GV60(위), 아이오닉5(중간), EV6(아래)의 뒷좌석 사진을 한 컷에 모았습니다.
GV60(위), 아이오닉5(중간), EV6(아래)의 뒷좌석 사진을 한 컷에 모았습니다.

뒷좌석 거주성은 아이오닉5를 능가하기 어렵습니다. 휠베이스가 10cm 더 긴 데다 시트를 앞당겨서 보통의 리클라이닝보다 등받이를 뒤로 더 눕히기도 합니다. 센터 콘솔 뒤편의 USB-A 두 개가 옥에 티로군요. GV60은 GV70 대비 뒷좌석이 소폭 넓었습니다. 좌판 길이가 앞좌석이랑 같고 옷이 덜 미끌거리며 EV6보다 쿠션감이 좋으나 승하차 시 상체를 더 많이 숙여야 합니다. 도어 트림 손잡이 앞에 단독으로 매달린 컵홀더가 인상적입니다. EV6는 시트백 USB-C, 옷걸이형 헤드레스트가 유용하나 아이오닉5보다 무릎을 더 많이 구부리게 돼 착좌감이 썩 편하지 않았습니다.

 

GV60을 이끌고 중부내륙 지선(고속화 도로)을 달리는 모습입니다.
GV60을 이끌고 중부내륙 지선(고속화 도로)을 달리는 모습입니다.

GV60을 도로에 끌고 나왔습니다. 아이오닉5랑 EV6는 전원을 켜 저속으로 구르기 시작하면 전장품 작동음이 자잘하게 들리지만 GV60은 억제가 잘 된 느낌입니다. 누적 주행 거리가 50km도 안 됐던 시승차라 그랬을 수 있지만 갈라지거나 울퉁불퉁한 노면을 밟는 하부 소음도 덜 들어왔습니다. 1,100km를 갓 넘겼던 G80 전기차보다 더 조용했죠.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R-ANC)이 켜지면 위상이 뒤집힌 주파수를 스피커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일부 백색 잡음(화이트 노이즈)이 끼는데요. GV60에서는 관찰이 어려웠습니다.

 

GV60의 주행 모드 설정, EV 설정 화면을 한 컷에 모았습니다.
GV60의 주행 모드 설정, EV 설정 화면을 한 컷에 모았습니다.

승차감은 주행 모드 세팅에 따라 달라집니다. 에코, 컴포트로 움직이니 아이오닉5보다 단단하면서 EV6보다 말랑했고 스포츠로 바꿔 움직이면 EV6만큼 하체가 탄탄해집니다. 순간적인 강한 충격이 와도 운전석에 전달되는 여진이 적습니다. 주행 모드 별로 옆구리 조임 강도가 바뀌는 에르고 모션 시트도 한몫하는 듯합니다. 내비게이션 연동 모드를 풀고 회생 제동 레벨 1, 컴포트 모드로 놓고 달렸을 때가 가장 편안했습니다. 내연기관 차만큼 감속이 자연스럽더군요.

 

GV60에서 스마트 회생 제동을 켠 후 신호 대기 중인 모습입니다.
GV60에서 스마트 회생 제동을 켠 후 신호 대기 중인 모습입니다.

차에 적응 후 오른쪽(-) 패들 시프트를 길게 당겨서 스마트 회생 제동을 켰습니다. 앞차 간격이 넓으면 레벨 1, 앞차 간격이 좁아지거나 일부 내리막 구간 타력 주행 시 레벨 2로 맞춰 제동을 돕는 식이더군요. 컴포트에서 레벨 1로 움직일 때가 대부분이었고 스포츠에서 레벨 2가 몇 번 붙기도 합니다. 아이오닉5에서 가속 페달을 섬세히 조절해 승차감 저하를 줄여야 했다면 GV60 퍼포먼스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동력 분산 및 회생 제동이 매끄러웠습니다. 정차 후 출발 시 오토 홀드를 풀면서 나아가는 동력 연결 과정도 G80 2.5T만큼 괜찮았습니다.

 

GV60의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한 컷에 모았습니다.
GV60의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한 컷에 모았습니다.

GV60 도어 트림에 매달렸던 DSM(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어땠을까요? 도어 트림 위에 달린 OLED 모니터는 아이오닉5의 구성과 다르지 않은데요. DSM을 통한 차선 변경, 후진 주차가 힘겹지 않았습니다. 보통 볼록 거울 대비 거리감, 속도감이 잘 안 잡혀서 차선 변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DSM이 달린 차로는 세 번째 경험이라 낯설지 않았습니다. 제한 속도 80km/h인 고속화 도로에 합류할 때는 후측방 모니터 화면이 디지털 클러스터에 같이 비추니까 드나들기 편했습니다. 후진 시 양쪽 가이드라인이 안 나와도 후방 카메라, 좌우 사이드 카메라를 분할해 가운데에 큰 화면으로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차선 변경 가능 알림이 추가된 시스템을 넣는다면 DSM 적응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GV60(위), 아이오닉5(중간), EV6(아래)의 주행 정보입니다.
GV60(위), 아이오닉5(중간), EV6(아래)의 주행 정보입니다.

전비는 사용하는 전장비가 많을수록, 추울수록, 무거울수록 불리합니다. 5월에 탔던 아이오닉5 롱 레인지 2WD 프레스티지는 7.5~7.9km/kWh, 9월에 탔던 EV6 롱 레인지 2WD 어스는 6.9km/kWh가 나왔지만 겨울을 맞은 1월 초 GV60 퍼포먼스는 시승 전 준비 시간을 포함해 4km/kWh에 그쳤습니다. 전처럼 실내를 22도로 맞추고 주행 모드(컴포트 및 스포츠 위주)랑 회생 제동 레벨만 바꾸며 달린 결과입니다. 몸이 무거운 전기차에게 겨울은 역시 야박합니다. 아이오닉5 롱 레인지 2WD보다 200kg 이상 무거운 2,160kg에 달하니까요.

 

GV60 퍼포먼스 시승 후 스탠다드 모델도 알고 싶어졌습니다.
GV60 퍼포먼스 시승 후 스탠다드 모델도 알고 싶어졌습니다.

GV60, EV6, 아이오닉5 중에 더 알고 싶은 전기차는 단연 GV60입니다. EV6는 시트를 가장 낮춰도 천장이 낮아서 머리가 닿고 머릿속에 선명히 남던 아이오닉5의 이미지는 희미해졌습니다. GV60이 시트 착좌감, 소재 구성, 운전 재미, 화면 콘텐츠 구성에서 두루 앞섰기 때문입니다. 퍼포먼스 말고 스탠다드 등급의 GV60은 어떤 느낌일지 알고 싶어집니다. 하반기 등장할 EV6 GT는 아무리 좋게 만들어도 GV60 퍼포먼스에 버금가는 세팅으로 맞추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듭니다.

 

GV60 퍼포먼스 실내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GV60 퍼포먼스 실내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현대 드라이빙라운지 대구 서부에서 운용 중인 GV60 퍼포먼스에는 여러 옵션이 채워져 있습니다. 파퓰러 패키지+디지털 사이드 미러(670만 원),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I(150만 원),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190만 원), 빌트인 캠 패키지(70만 원), 아웃도어 패키지+비전 루프(140만 원)를 다 합쳐서 8,769만 원(개별소비세 5% 기준가)입니다. 현실적으로는 GV60 스탠다드 후륜 혹은 사륜이 알맞겠다는 생각인데요. 이 조건에 만족하는 GV60 시승차는 대구 동부에서 운용 중입니다. 이미 1월 둘째 주까지 시승 예약이 다 차서 셋째 주부터 가능하더군요. 며칠 기다렸다가 다시 GV60을 경험할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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