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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사진

물안개 핀 월영교, 잊지 못할 안동의 밤

커피스푼 2022. 7. 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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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30일) 경북 안동에서 잊지 못할 밤을 만났습니다. 밤 9시쯤이었을까요? 자동차 라디오에서 흐르던 임재범 님의 곡 "이 밤이 지나면"은 월영교로 향하던 교육생들의 감성을 적시기 충분했습니다. 굽이진 강변도로를 따라 도착한 월영교 공영주차장은 어딘가에서 피어난 물안개로 가로등 불빛을 퍼뜨리며 누군가를 홀리고 있었죠. 밤공기에 미스트를 뿌린 듯 사방은 촉촉하고 서늘했습니다.

 

월영교 공영주차장 앞 풍경입니다.
월영교 공영주차장 앞 풍경입니다.
전방의 월영정을 향해 우선 걷기로 합니다.
전방의 월영정을 향해 우선 걷기로 합니다.
월영교를 건너던 중 왼쪽을 바라봤습니다.
월영교를 건너던 중 왼쪽을 바라봤습니다.
월영교 밑을 지나는 달배랑 같이 담아봤습니다.
월영교 밑을 지나는 달배랑 같이 담아봤습니다.

월영교 한가운데에 놓인 월영정은 등대지기처럼 저 멀리서 이리 오너라며 신호를 보냈습니다. 따스하고 환한 불빛에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발걸음을 사뿐히 옮겼습니다. 평균대 위에서 균형 잡듯 좌우를 번갈아 살피던 두 눈은 어느 순간 방향타를 놔 버린 사공 마냥 한 곳에 고정되고 말았습니다. 분명 발아래는 6m 깊이의 강물로 넘실거리는데 물안개가 자욱해 다리 밑이 잘 보이지 않았거든요. 안갯속을 저으며 달아나는 희미한 달 모양 쪽배 한 척이 지날 뿐입니다.

 

중간 지점에서 잠깐 멈추다 갑니다.
중간 지점에서 잠깐 멈추다 갑니다.
월영정과 월영교 울타리를 배경삼아 담아봤습니다.
월영정과 월영교 울타리를 배경삼아 담아봤습니다.
월영정으로 가까이 다가가 찍어봤습니다.
월영정으로 가까이 다가가 찍어봤습니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추스르며 다시 월영정을 향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가랑비를 맞은 듯 번들거리던 나무 데크는 제게 사진을 담을 새로운 각도를 일러줍니다. 폰을 뒤집어 바닥에 눕힌 상태로 3~4초 간 숨을 참았습니다. 웬만해선 이 각도로 사진 찍을 일이 없는데 왠지 이렇게 찍어야 몽환적 분위기가 잘 살겠더군요. 마치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나타낸 표지석이 우뚝 서 있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 편에서 도깨비랑 저승이(저승사자)가 나올 것만 같다고 말이죠.

 

월영정을 지나면 이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월영정을 지나면 이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어떠신가요? 물안개 위를 걷는 기분이...
어떠신가요? 물안개 위를 걷는 기분이...
월영교 안내문 조명이 꽤 밝습니다. 셀카 스폿으로 훌륭하겠군요.
월영교 안내문 조명이 꽤 밝습니다. 셀카 스폿으로 훌륭하겠군요.

월영정 우측으로 둘러가자 녹음 우거진 고택의 윤곽이 드러나며 등불들이 길 저 편을 밝힙니다. 뒤돌아볼 이유는 없습니다. 뭔가는 있겠지 싶어 한 걸음씩 발을 뗍니다. 맞은편 세워진 기와지붕 밑으로는 몇 줄의 안내문이 적혀 있었습니다. 안동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다리니까 잘 관리하자는 의도였는데요. 분수 가동 시간 안내가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7월부터 9월까지 평일에는 하루 네 차례(낮 12시, 낮 2시, 오후 6시, 저녁 8시), 4월에서 10월 말까지는 주말 단위로 분수가 켜집니다. 다시 찾아간다면 이 시간에 맞춰 찾아가야겠습니다. 다른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월영교 산책은 다리 하나 건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월영교 산책은 다리 하나 건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왼편의 안내문 뒤편으로는 울타리와 데크, 고목, 흙길로 구성된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안동민속촌(오른쪽)과 달배를 타는 선착장(직진)으로 갈림길이 나뉩니다. 안동 출신의 한 교육생에게 물어보니 외지 관광객 말고는 거기까지는 잘 안 간다고 합니다. 낮밤의 풍경 차이가 꽤 커서 보통은 저녁이나 한밤중 다리만 건넜다 오는 정도로 산책을 마친다는군요. 달배 체험은 데이트 코스나 인스타용으로 권할 만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돌아가려니 안개 사이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돌아가려니 안개 사이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월영정 처마 밑에 앉아 비가 멎기를 기다립니다.
월영정 처마 밑에 앉아 비가 멎기를 기다립니다.
도로를 뿌옇게 가리던 안개가 저만치 물러났군요.
도로를 뿌옇게 가리던 안개가 저만치 물러났군요.
밤 10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안개가 슬슬 물러납니다.
밤 10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안개가 슬슬 물러납니다.

다 봤으니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 가봅니다. 안개 사이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하던 때라 시야가 더 좁아졌으나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월영정 처마 밑에 걸터앉아 도로 쪽을 둘러봤더니 안개가 더 심해졌더군요. 잠시 비를 피할 겸 5분 더 앉아있었더니 뿌옇던 월영공원 인근 상점가가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리 밑 물안개에 가려져 수면 반사가 되질 않았던 나무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보입니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진귀한 장면을 놓칠 뻔했습니다.

 

월영교는 언젠가 저녁 8시쯤 다시 찾아갈 겁니다.
월영교는 언젠가 저녁 8시쯤 다시 찾아갈 겁니다.

나중에라도 안동을 찾는다면 월영교는 분수가 켜진 저녁 8시 전후로 꼭 들러야겠습니다. 월영교를 마주한 월영공원에 관한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라 전체적으로 한 번 더 둘러볼 필요가 있겠더군요. 경주로 치면 가능한 밤에만 찾아가라는 동궁과 월지랑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도산서원, 부용대, 하회 마을 말고 딱히 찾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분이라면 한 번 찾아가 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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