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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에 숨은 저수지 뷰 맛집, 월광수변공원

커피스푼 2021. 4. 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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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수변공원 첫 방문객이라면 주차장 앞에 걸린 안내도부터 살피자. 수성못 못지않게 크고 넓다.

22일 오후 2시 반, 답사를 위해 카카오 맵을 띄웠다. 며칠 전 가 보라며 추천받은 월광수변공원을 알아보던 차였다. 두류공원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저수지 뷰 맛집이란다. 경로 검색을 하니 대중교통으로 2시간, 차로 30분이 걸린다고 나왔다. 순간 머릿속은 '?(물음표)'로 도배됐다. 세상에. 왜 그리 오래 걸릴까? 자동차로는 유료도로와 터널 하나면 지나면 되는 금방인데 대중교통으로는 반월당과 상인동을 거쳐 'C'자로 크게 돌아간다. 939번 버스로 대공원역에 가서 2호선 지하철로 환승 후 반월당에서 다시 1호선 상인역으로 향한다. 1번 출구 앞 영남고등학교 건너편에서 356번 버스를 타면 마침내 월광수변공원이 보인다. 939번 버스 하나로 몸 편히 가는 운암지보다 더 오래 걸렸다. 이동시간만 꼬박 2시간이다.

 

매 주말이면 이곳은 만남의 광장이 된다고 한다. 조경이 다른 저수지보다 잘 꾸며진 모습이다.

도원지를 품은 월광수변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평일인데도 80면 넘는 공영주차장엔 차들이 반 이상 들어찼다. 휑한 자전거 주차장과 대비된다. 커피 마시기 좋은 파스쿠찌랑 이디야커피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도 있고 GS25 편의점도 큰 규모로 조성돼 있었다.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아는 듯한 대구 달서구의 핫플레이스인 모양이다. 공원 앞 광장에는 발구름 하며 킥보드 타는 어린이들, 그림 좋은 둔덕에 올라 사진 찍는 어른들, 저수지 변 나무데크를 따라 팔을 앞뒤로 흔들며 운동 중인 몇몇 주부들, 그늘진 공원 벤치에 앉아 휴식 중인 사람들도 보였다. 광장에 나오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데 산책로로 발걸음을 옮기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할 만큼 한적해진다.

 

두 갈래로 나뉘던 나무데크는 다시 하나로 이어지기도 한다.

초록색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산과 나무를 보며 산책을 시작했다. 산을 타고 부는 촉촉하고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사방을 둘러본다. 분명 한 두 겹의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숨이 가쁘지 않았다. 바로 옆 왕복 2차선 도로는 나무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또각또각 거리는 나무데크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면 괜히 마음이 두둥실거린다. 때로는 동네 주민인 듯 무심히 걷다가 가끔은 사진을 담아 첫 방문객 인증을 남긴다. 고가도로의 분기점처럼 두 갈래로 나눠지던 나무데크가 하나로 이어지며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바람에 날리던 꽃가루가 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모습.

반듯한 직선과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던 산책로는 어느새 꼭짓점을 마주한다. 저수지 수문이 열리는 곳에는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아치형 구름다리가 서 있었다. 벤치에 잠시 걸터앉아 숨을 고르고 구름다리를 건넌다. 정점에 다다르니 수면에 비친 산책로와 주변의 나무들, 진녹색을 한 뒷산이 내 두 눈을 홀린다. 잔잔히 흐르는 물결에 여독을 달랜다. 흙길로 닦인 둑을 터벅터벅 걸으면 우측으로는 도원고등학교를 비롯한 온갖 건물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좌측으로는 아득히 먼 산과 가까운 산이 겹치며 수면을 비춘다. 수성못처럼 오리배를 띄웠다간 시선에 방해가 될 뿐이다. 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음악분수를 가동해 이곳 사람들의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지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저수지 안쪽의 공원 산책로도 잠시 걸어볼 만하다. 한적함과 평온함이 가득 찬 길이다.

산책로 끝에 걸린 '수달을 지켜주세요' 현수막이 보일때쯤 발걸음을 돌렸다. 저수지 건너편 대구 보훈병원이 바로 보인다. 산 중턱에 건물을 세워서인지 유독 잘 보였다. 돌아가는 길은 적막함만 흐른다. 반듯하게 난 둑 정면을 보고 걷다가 우측의 산책로를 슬며시 보기도 하고 가끔 멈춰서 사진도 담아본다. 한참을 걸어 벤치에 잠시 앉아 러닝화에 들어간 모래 알갱이를 툭툭 턴다. 울타리가 쳐진 좁은 흙길과 나무로 둘러싸인 왼편의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356번 버스가 서 있는 회차점으로 향한다. 카카오 맵을 띄우지도 않았는데 주차장 너머로 356번 버스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월광수변공원은 모든 사람들의 쉼터이자 356번 버스가 숨을 돌리는 곳이기도 하다.

시계는 어느덧 6시를 가리켰다. 5시가 조금 안 돼서 왔으니 대략 1시간은 걸었나 싶다. 구름이 많이 껴 일몰 뷰는 나오지 않을 듯했다. 회차점에서 대기 중인 356번 버스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고 몸을 싣는다. 집에서 찾아왔던 루트대로 되돌아갈까 하다가 러시아워로 진저리날 듯해서 다른 방법으로 되돌아 가보기로 했다. 한 번 더 둘러가는 지하철은 거르고 버스를 한 번만 갈아타기로 했다. 356번 버스로 감삼네거리 2까지 나와 5분을 기다려 경산 509번 버스로 환승했다. 집 근처 버스 승하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8시였다. 이동시간이 좀 더 걸려도 환승 스트레스가 적으니 사진을 골라낼 여유도 생겼다. 일몰 뷰까지 기대가 됐다면 모처럼 이디야 커피에서 아아 한 잔은 하고 나왔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생각나거든 다음에 또 가야지. 물론 버스 환승이나 자동차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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