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사진

한결 구수해진 청보리밭을 찾아서, 경산 대부잠수교

커피스푼 2021. 5. 1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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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곡지를 둘러보고 곧장 대부잠수교(하양 유원지)에 왔습니다. 길 위에 차들이 많아졌어도 40분이면 가는군요.

어버이날(5월 8일) 반곡지 산책을 마치고 차로 돌아오니 시계는 오전 10시를 가리켰다. 잔잔히 불던 바람은 차츰 강해지고 햇살은 더 눈부시게 빛났다. 단 두 대만 서 있던 주차장엔 아침에 못 봤던 차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차에 오르고 나서 목적지에 '대부잠수교(하양 유원지)'를 입력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경로를 따라 꼬박 40분을 달려갔더니 금호강 건너편에 누런 빛으로 익어가는 청보리밭이 차창 너머로 보였다. 4월 중순엔 청보리들이 무릎만치 쑥쑥 자라서 온통 푸른빛이 돌았는데 5월이 조금 지나 찾아가니 풋내 대신 구수함이 가득해졌다.

 

참조 글 :

2021.04.16 - [잡사진] - 반곡지 말고 초록빛 청보리밭 어때? 대부잠수교

 

반곡지 말고 초록빛 청보리밭 어때? 대부잠수교

한 달 내내 기른 머리카락을 곱게 잘라낼 겸 집 밖으로 나왔다. 약한 황사 따위 내 외출은 못 막는다. 스벅 임당점에서 고소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카페인 수혈을 했더니 벌써 오후 1시 반.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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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 유원지 안내판 앞에서 찍어본 청보리밭 산책로입니다.
초록빛에서 구수한 누런 빛으로 청보리들이 옷을 갈아입는 중이군요.
오른쪽에 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대부잠수교를 건너자마자 벽돌색 보도블록이 깔린 오른쪽 주차장에 차를 댔다. 문을 열고 내리니 보리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햇살을 마중하고 있었다. 앙상히 마른 나뭇가지와 벤치를 앞에 두고 바라보니 묘한 분위기에 이끌리고 말았다. 곧장 오른쪽에 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컴퓨터 속 바탕화면을 걷는 듯했다. 산책길 뒤를 지나는 차들의 바퀴 소리는 바람에 몸을 비비는 보리와 나뭇잎들에 묻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가끔 하양역을 오가는 짧은 대구선 열차에 시선을 머물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두 눈과 두 귀가 보리밭에 금세 사로잡힌다.

 

청보리밭 뒤로 내달리는 대구선 열차가 보입니다.
열차에 시선을 머물다가도 보리와 나뭇잎 비비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군요.
나무 그늘 밑에서 잠깐의 여유를 누려봅니다.

하염없이 걷다 나무 그늘 밑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첫 갈림길이 나온다. 가던 길 따라 크게 한 바퀴 둘러봐도 되고 작은 광장과 이어지는 샛길로 빠져서 앉았다 가도 좋다. 아담하고 귀여운 조형물과 벤치가 나란히 깔려 있어 인스타에 올리기 괜찮다. 외곽을 따라 쭉 걷다가 뒤돌면 작은 미니어처가 되어 다리를 지나는 차들과 금호강 물빛에 반사된 짙푸른 하늘을 만나게 된다. 눈앞을 가리는 게 거의 없어 다른 곳보다 시선을 멀리 두게 된다. 위세를 떨치며 불어대는 먼지바람은 내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갈림길을 지나 벤치를 또 한 번 지날 때쯤 뒤돌아보세요.
모퉁이를 돌아나오니 굽은 산책로가 나오는군요.
가운데 난 원형의 작은 광장엔 대각 방향으로 조형물이 깔려 있습니다.
광장은 네 갈림길을 연결하는 하나의 회전 교행로가 됩니다.

산책로 모퉁이를 돌아 나오니 광장을 향하는 갈림길이 다시 등장했다. 샛길로 빠지지 않고 가던 길을 이어가기로 한다. 모퉁이 하나를 더 돌아 천천히 걷다가 나무 그늘 밑에서 걸음을 쉬었다. 사진을 찍으니 기차가 지나는 다리를 뒷배경으로 잡았을 때보다 풍경이 예쁘게 담겼다. 그늘 오른쪽에 서서 스마트폰을 세로로 돌리고 건너편 나무를 향해 사진을 또 한 컷 담았다. 햇살을 덜 받아 풋내가 남은 보리와 누런 빛으로 무르익은 보리들이 뒤섞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무 그늘 밑 보리들은 푸른빛이, 햇살 가득 품은 보리들은 누런 빛이 도는군요.

보리밭 한 바퀴를 다 도니 2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옆문을 활짝 연 커피차 두 대는 주차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기 시작했다. 커피를 사 갈까 하다가 차에 넣어둔 탄산수가 생각났다. 차에 올라 가운데 수납함(콘솔 박스)에 넣어둔 탄산수 한 병을 딴다. 마스크를 벗고 탄산수로 칼칼해진 목을 적시니 한결 개운해졌다. 반소매 차림으로도 살짝 후텁지근했던 몸의 열기가 탄산수 몇 모금에 금방 누그러졌다. 시계는 어느덧 오전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는 이르고 다음 목적지인 운암지로 가자니 한 시간 넘게 걸리겠다는 내비게이션 안내가 뜨는데... (다음 편에 계속)

대부잠수교(하양 유원지) 주차장은 선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차를 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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