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창포 만발했던 5월, 대구 운암지 수변공원
8일 오전 11시, 대부잠수교(하양 유원지)에서 내비게이션을 두드렸다. 그다음 목적지로 운암지 수변공원을 고르니 한 시간 하고도 10분이 더 걸리겠다는 안내가 뜬다. 차는 팔공산 주변 도로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갓바위를 스쳐 지났다. 호국로를 따라가다 등장한 국우터널을 지나니 멀게만 느껴지던 운암지가 가까워졌다. 북구 구암동 아파트 단지와 먹자골목을 지나면 길 왼편에 난 운암지 수변공원을 마주하게 된다. 우로 굽은 교차로를 지난 다음 사거리에서 U턴해 길가의 노상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댔다. 차 시동을 끄고 탄산수 몇 모금하니 시계는 낮 12시 반을 가리켰다.
눈앞의 운암 공원 이정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 입구엔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 2곳과 편의점, 건너편으로는 아까 지났던 온갖 음식점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점심시간이 한창인데도 주말을 맞은 이곳은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노상에는 할머니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팔기도 했고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운암지를 품은 함지산에 아침 등산을 나왔다가 하산 중인 몇몇 등산객도 있었다.
수변공원 입구에 난 계단을 성큼성큼 올랐다. 계단을 다 오르고 난 뒤 펼쳐진 풍경은 한 달 전(3월 말)과 또 달랐다. 운암지 가장자리를 따라 노란 창포꽃이 만발했고 왼편의 인공암벽 사이로는 폭포수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산책로 오른편에는 하얀 분칠을 한 이팝나무가 바람에 살랑살랑 가지를 흔들었다. 앙상히 말랐던 산 속 나뭇가지에는 연둣빛 잎사귀들이 활짝 피어나 여백을 메웠다.
참조 글 :
2021.03.31 - [잡사진] - 대구, 939, 그리고 운암지
주변을 둘러보다 팔각정을 향하는 갈림길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데크에 찍힌 노란색 발자국에 맞춰 그림을 담아본다. 정자 밑에서 휴식 중이거나 물 속의 무언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보였다. 3회 차 방문객인 나는 왜 물밑을 보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물 위로 입을 뻐끔거리는 수십 마리의 비단잉어 떼가 시선을 사로잡았음이 틀림없다. 얘네들도 배가 고팠던 건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개냥이처럼 졸졸 따라오기까지 해서 귀엽기까지 하다.
갈림길로 새지 않고 가던 발걸음을 계속 이어갔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갔더니 작은 광장과 정원이 보였다. 곳곳에 깔린 벤치에는 사람들이 햇볕을 쬐며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광합성하며 마음의 평온을 느끼는 듯했다. 가만히 서서 시선을 물리 두다가 폭포수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달 모양 조형물을 지나니 인공암벽을 끼고 오르내리는 산책로(오른쪽)와 폭포수를 맞으며 짧게 질러가는 산책로(왼쪽)가 보였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오르막을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경사는 급해도 길이 고르게 잘 닦여서 힘 들이지 않고 러닝화로도 금방 오르내린다. 정점에서 약간 내려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운암지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내리막을 타고 내려와 폭포수를 살짝 보고 가기로 했다. 1m 앞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조차 묻히게 할 만큼 상쾌했다. 들고 있던 폰에 영상을 담았더니 물줄기가 가늘어지며 가동이 멈췄다. 마음속 아쉬움과 만족이 마주치는 순간이다.
한 바퀴 더 돌며 풍경을 두 눈에 더 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차로 돌아가야 했다. 둑길을 따라 걸으며 길가에 댄 차로 돌아갔다. 햇살을 받은 차 안은 건식 사우나가 된 듯 온기로 바짝 달아올랐다. 동반자석 뒤쪽 창문을 살짝 내려 운전석 문을 몇 번 여닫으니 뜨거운 김이 빠졌다. 갈증을 동반한 허기가 몰려오자 짐가방에 넣어둔 간식과 탄산수를 꺼냈다. 텁텁한 과자 속 당분을 느끼며 탄산수 몇 모금으로 배고픔을 지워냈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를 갓 지나고 있었다. 다음 스폿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