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품은 월광수변공원, 저녁에 가 봤습니다
어제(25일) 저녁 6시 반,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월광수변공원 저녁 뷰를 보기 위함이었죠. 차로 가면 40분 안팎이지만 939번 버스-지하철(대구 2호선 담티역-반월당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 후 상인역 1번 출구로 이동)-356번 버스로 1시간 반 걸리는 대중교통을 고르기로 합니다. 순수하게 버스만 갈아타는 방법도 있기는 합니다. 509번 버스로 두류역까지 가서 356번 버스로 환승하는 방법인데요. 빨라야 2시간, 밀리면 2시간 반입니다. 다 보고 돌아갈 때는 상관없는데 찾아갈 때 길에서 시간을 흘리면 아까우니 1,250원 한 번 더 내겠습니다.
저녁 8시, 상인역에서 갈아탄 356번 버스가 회차점인 월광수변공원을 향해 천천히 다가갑니다. 공원 앞 공영주차장에는 차들이 꽉 찼군요. 주차장 안 모퉁이를 끼고 한 바퀴 돌던 버스는 승하차장에 멈춰 앞뒷문을 활짝 엽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서 내립니다. 해가 산 저편으로 완전히 지고 난 뒤에도 희미하게 남은 석양의 흔적과 보랏빛 밤하늘이 찰나의 순간을 연출합니다. 도원지(저수지)를 등지고 바라본 하늘에는 쟁반같이 둥근달이 환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낮에 눈으로 보고 지나쳤던 포토존은 형형색색 온갖 빛깔을 내며 무르익은 밤 분위기를 더합니다.
저수지변 산책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넓은 간격으로 설치된 백색 LED 가로등 사이로 경치를 즐기로 온 시민들이 보였습니다. 아파트 단지와 산을 걸쳐 나란하게 사진을 담기도 하고 아득히 먼 곳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매일 봐왔던 저녁 뷰라는 듯 걸음을 재촉하는 동네 주민들도 보였습니다. 원정을 다니듯 걸음이 빨라져도 땀이 흐르다 못해 금방 식어버릴 만큼 날씨가 선선했습니다. 이 때다 싶어 바람막이를 두르고 뜀박질하는 사람들도 보이는군요. 동선에 방해되지 않게 순간 포착하며 걸었더니 눈앞에 산책 데크가 나왔습니다.
데크 바닥에 노란 불빛이 양쪽으로 깔리니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집니다. 더 늦기 전에 어서 반환점을 찍고 되돌아가자는 생각이 사르르 녹아버립니다. 이 순간의 하늘을 놓칠까 봐 뒤돌아서 야경 모드로 사진을 찍고 1배 줌으로 찍던 스파트폰 카메라를 0.5배 줌으로 바꿔 찍기도 합니다. 셔터가 열린 시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맨눈으로 보던 밤 풍경보다 더 밝고 또렷하게, 때로는 더 깊은 색감으로 분위기를 진하게 녹입니다. 두 번 찾아간 낮 풍경보다는 밤 풍경이 더 보기 좋군요.
모퉁이를 돌아 구름다리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등뒤로 달빛이 비치고 있어 둑길이 잘 보입니다. 어두우면 안 가려고 했는데 오른쪽 저 멀리서 빛나는 도시의 야경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둑길을 따라 걸으며 야경을 담을 지점을 찾아봅니다. 아파트 단지를 끼고 한 컷, 가운데에 파란빛의 도원중학교 전광판을 놓고 한 컷, 초광각으로 한 컷 더 담았습니다. 낮에는 동네 뒷산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흔한 풍경이었다면 밤에는 찬란한 도시의 불빛으로 분위기가 영롱해집니다.
반환점을 돌고 되돌아가봅니다. 등 뒤를 조용히 밟던 달빛이 도원지를 비추니 잔잔한 물결이 선명히 드러납니다. 밤 산책을 시작했을 때는 달이 마치 '야근하러 왔어' 인사하는 정도였는데 30, 40분이 지나니 컴컴한 밤하늘 위로 높이 솟았더군요. 갖고 있던 폰으로 30배 줌을 해서 달을 찍으니 완전히 동그랗지는 않았습니다. 찍을 때마다 밤하늘이 살짝 흐려졌다 개었다를 거듭합니다. 이날 일기예보로 미세먼지가 한때 '나쁨' 수준을 보이겠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 영향이었을까요?
돌아왔던 길 그대로 나무데크를 걸어갑니다. 저녁 8시 안팎에 봤던 하늘과 밤 9시를 향하는 하늘은 분위기가 또 다릅니다. 산책로를 은은히 비추던 주백색 LED 가로등은 빛줄기를 내며 존재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집에 돌아갈 시각을 가리키듯 산책하는 시민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데크를 지나 산책로를 가로질러 버스 승하차장에 되돌아왔습니다.
시계는 밤 9시를 가리키는군요. 문을 닫은 채 어둠 속에서 번호와 경로만 번갈아 띄우던 356번 버스는 출발시각이 다가오자 앞문이 열렸습니다.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태깅하고 자리에 앉으니 긴장이 풀렸는지 피곤이 몰려옵니다. 사진을 하나 둘 살피며 경로를 더듬다가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으며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니 감삼네거리에 왔습니다. 지하철을 타기엔 버거워 소라아파트를 향하는 509번 버스를 갈아타기로 합니다. 정평역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덧 밤 10시 40분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환한 불빛을 따라 남천변 산책로를 걸으니 기분이 좋군요.
밤 11시 10분, 드디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참조 글 :
2021.04.23 - [잡사진] - 달서구에 숨은 저수지 뷰 맛집, 월광수변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