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슈가 오트 쉐이큰 에스프레소, 이게 맞아?
지난 15일 스타벅스 대구율하점에서 신메뉴를 맛봤습니다. 브라운 슈가 오트 쉐이큰 에스프레소입니다. 얼음에 흑당 시럽 세 스푼, 부드럽고 은은한 블론드 에스프레소 더블 샷을 넣고 몇 번 흔들어 부은 다음 오트 밀크(귀리 우유)를 붓고 시나몬 파우더로 마무리한 커피 음료입니다(톨 사이즈 레시피 기준). 용량 별 가격은 톨(Tall, 355ml) 5천9백 원, 그란데(Grande, 473ml) 6천4백 원, 벤티(Venti, 591ml) 6천9백 원입니다. 과연 선택할 만한 음료였을까요?
매장 바로 건너편에서 사이렌오더를 해봤습니다. 음료의 비주얼을 보려고 '개인컵' 대신 '매장컵'을 고르고 얼음은 적게 담기로 결정합니다. 출입문을 열고 홀에서 1~2분 기다리니 주문한 음료가 나왔습니다. 분명 톨 사이즈로 주문했는데 매장컵으로 받은 느낌은 355ml보다 부족했습니다. '얼음 적게'라고 했으니 맨 위칸과 그 아랫칸의 가운데에 머물 정도로 담아줄 거라 예상했는데 그것보다 1cm 이상 더 낮더군요.
음료가 나온 직후의 시각적 느낌도 좀 달랐습니다. 스벅 TV(스타벅스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로 미리 본 브라운 슈가 오트 쉐이큰 에스프레소랑 차이가 컸습니다. 속으로 '이게 맞아?'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더군요.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파트너(바리스타) 분이 의아한 제 눈치를 의식한 듯 "얼음 더 넣어드릴까요?"라고 말했지만 그냥 "아뇨, 괜찮습니다"라고 넘어갑니다.
위층 테이블에 음료를 놓고 향을 맡아봅니다. 몇 년 전 마시던 차이 티 라떼 정도로 시나몬(계피) 향이 올라오더군요. 코 점막이 간지러울 만큼 매콤하기보다는 다소 은은히 퍼집니다. 음료를 옆에서 보면 카멜색(진한 모래색)이 고르게 퍼진 점, 거품처럼 둥둥 뜬 에스프레소 에센스 말고는 잘 모르겠습니다. 에스프레소 원액이 멀건 오트 밀크에 침투하며 확산되는 모습을 관찰하고 싶었는데 유튜브랑 스타벅스 앱으로 보여준 메뉴 사진은 제 기대치를 밑돕니다.
아쉬운 대로 슬러핑(slurping, 후루룩 소리 내며 마시는 모습)하며 한 모금 마셔봅니다. 블론드 에스프레소의 산미, 다소 떫고 미끌거리는 오트 밀크, 단맛이 응축된 흑당 시럽이 섞인 이 음료는 마치 혼탁한 수정과 같았습니다. 들숨과 날숨을 조절하며 마셔 봐도 '이게 왜 북미 스벅에서 인기가 있나?' 오히려 의문이 들더군요. 차이 티 라떼보다 다소 강한 단맛이 매력적이기는 한데 강배전(다크 로스트) 원두 선호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는 잘 안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텁텁하면서 입가는 끈적이기만 합니다.
스타벅스 대구율하점에서 마신 그날의 음료만 안 좋았던 걸까요? 자주 찾아가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같은 음료를 주문해 봤습니다. 레시피 변경 없이 얼음을 정량대로 주문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시면 마실수록 의문이 생기던 신메뉴였습니다. '이게 뭐가 좋다고 신메뉴로 밀어붙이는 걸까?'하고 말이죠. 한겨울 시즌 메뉴로 팔던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에 비해 스타벅스 만의 특색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브라운 슈가 오트 쉐이큰 에스프레소는 별 세 개 추가 적립을 위한 음료(2월 28일까지 진행)로도 아까웠습니다. 알로에 젤리 찔끔 들어간 라일락 블라썸 티(6천3백 원, 톨 사이즈 기준)가 차라리 낫다 싶을 만큼 말이죠. 캐모마일과 민트가 어우러져서 개운한 느낌을 주거든요. 미세먼지로 꺼끌꺼끌한 목을 믹스베리 맛 목캔디처럼 개운하게 풀어줍니다. 라일락 블라썸 티보다 6백 원 더 비싼 봄 딸기 라떼(6천9백 원, 톨 사이즈 기준)는 실패하기 힘든 과일 음료니까 굳이 맛을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기대치가 딱히 없기도 하고 누구나 아는 뻔한 맛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