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2 영화 보고 왔습니다
어제(22일) 롯데시네마 대구광장에서 영화 '서치 2'를 보고 왔습니다. 콜롬비아로 여행 간 엄마(그레이스 앨런)를 마중하러 공항에 나왔는데 연락이 없자, 엄마의 딸 준 앨런이 넷상에 남겨진 기록을 역추적하며 납치된 엄마를 찾아나선다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였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구글 어스, 지메일 등 현 세대의 모든 디지털 매체를 총 동원하며 실종된 엄마 찾기에 나선다는 설정이 제 흥미를 끌었습니다.
작품은 '준 앨런(스톰 리드)'의 시점을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지병이 있던 아버지에 얽힌 흐릿한 기억으로 엄마의 품 속에서 자란 준은 10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반항아적 기질을 드러냅니다. 엄마가 새롭게 사귄 남자친구(케빈 린)랑 콜롬비아에 가 있는 동안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술 파티를 벌이며 비상금을 탕진합니다. 며칠이 지나 엄마가 돌아올 시각에 맞춰 공항 마중을 나왔는데 시간이 지나도 엄마가 입국장에 안 나옵니다. 이상하게 여긴 준은 엄마랑 가까이 지내던 국선 변호사(헤더)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주 콜롬비아 미국 대사관으로 실종 신고를 넣습니다.
구글 방문 기록을 뒤지던 끝에 엄마랑 케빈이 콜롬비아의 한 호텔에 투숙한 흔적을 확인하고 관리자에게 전화로 CCTV 촬영 기록 보관을 부탁하지만 48시간 후 지워진다는 답을 받게 됩니다. 다음날 주 콜롬비아 미국 대사관에 소속된 FBI 요원 일라이저 박(다니엘 헤니)이 엄마의 콜롬비아 입국 기록과 행적을 조사하겠다며 전달하지만 준은 엄마가 거듭 걱정됩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했던 준은 기지를 발휘해 콜롬비아 현지 심부름센터 구인 사이트에서 '하비에르 라모스(조아큄 드 알메이다)'라는 중년 남성을 고용합니다. CCTV 영상 기록은 시간이 지나서 지워졌지만 두 사람이 호텔 인근 철물점으로 향했다는 목격담을 하비에르에게서 전해 듣게 됩니다. 유흥가 근처 철물점을 다 알아보려면 몇 시간 더 걸리겠다고 하자 준은 통화를 일단 끊습니다.
엄마의 계정에 접근하며 일부 동선을 알 수 있었지만 확실한 단서는 얻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하비에르가 엄마랑 같이 간 남자의 행적은 아느냐고 묻자 딸은 뭔가 갑자기 떠오른 듯 바로 옆에 있던 친구를 부릅니다. 목소리 연기를 부탁하며 케빈 린의 구글 계정을 알아내는 데 성공하더군요. 케빈 린이 이용하던 연애 매칭 사이트에서는 엄마랑 매칭 확률 97%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엄마를 어떻게 알고 만나게 됐는지를 역추적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각자의 깊은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로 발전하면서 현실 연애를 하게 됐다는 과정이 꽤 짜임새 있었습니다.
몇 시간 뒤 하비에르에게서 두 사람을 철물점에서 봤다는 연락이 옵니다. "내가 풍선껌을 얼마나 산 줄 알아?"라며 조사 과정이 만만찮았음을 준에게 전합니다. 철물점 위치를 살피던 준이 뭔가 떠오른 듯 자물쇠가 주렁주렁 매달린 유명한 다리를 가보라고 합니다. 엄마랑 케빈 린이 주고받던 연애 SNS 기록을 토대로 자물쇠에 특정 이니셜을 새겼을 거라며 스펠링을 차례로 읊자 하비에르가 해당 자물쇠를 찾아냅니다.
준은 뭔가 떠오른 듯 콜롬비아 관광지 라이브 캠 영상이 한데 모여 있던 웹 페이지를 띄웁니다. 하비에르에게 손을 흔들어 보라고 시키며 위치를 확인하고 스크롤 바를 왼쪽으로 끌어당겨 당시 녹화된 상황을 살핍니다. 다리 난간에 자물쇠를 채우던 엄마에게 케빈이 한 무릎을 꿇고 고백하는 장면을 보자 차갑게 얼었던 준의 얼굴이 살짝 풀립니다. 전과자 케빈 린에게 나름의 선입견이 있었던 게 아녔을까요? 케빈이 자주 찾던 교화 시설에서도 지미라 불리던 남성에게서 "그는 그레이스와 나눈 이야기들을 줄줄 늘어놓았다"라며 오해 풀기에 나섰습니다.
이윽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일라이저가 "나쁜 소식이 있다"라며 인근에서 촬영된 납치 영상을 전달합니다. 두건을 뒤집어쓴 일당이 케빈과 엄마를 밴에 황급히 태워 어딘가로 끌고 가던 장면이었습니다. 단독으로 실종 의뢰를 맡던 FBI 측은 해당 사건을 '미국인 그레이스 앨런 실종 사건'으로 규정하고 공개수사 전환을 밝힙니다(예전에 본 '공개수배 사건 25시' 보는 줄). CNN 등 유명 언론 매체들이 속보를 알리자 일부 SNS 상에서는 이들 일행이 자작극을 벌였을 거라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립니다. 집 앞에는 현장 취재진들과 경찰이 사방을 에워쌉니다.
각종 TV 전파를 타고 전국에 얼굴이 알려진 준 앨런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바로 이어지는 장면들은 작품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이라 글로 옮겨 적기 어렵습니다. 왕년에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OTT 플랫폼으로 미드(미국 드라마)랑 수사물 맛 좀 봤다 싶은 분들은 어떤 흐름이 이어질지 예상하며 작품을 볼 텐데요. 예고편 시청 없이 일필휘지(단숨에 쭉 이어지는 글)로 따라간 작품의 쫀득한 전개는 제 집중력을 최대로 높이기 충분했습니다. 반전이 거듭 이어진달까요? 시놉시스(작품의 줄거리)는 딱 여기까지만 풀겠습니다. 서치 2의 참맛은 그 뒤에 있거든요.
별 평점을 매긴다면 5점 만점에 4점에서 4.5점을 받을 만한 수작입니다. 다른 작품들보다 스케일(scale)은 작지만 그 속에 담긴 극의 전개가 꽤 인상 깊었습니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보게 하는 긴장감이 이 작품의 매력입니다. 며칠 전 메가박스에서 빵원쿠폰으로 본 비슷한 장르의 '원 웨이'는 내가 뭘 본 건가 싶을 만큼 완성도와 장치 설정이 애매한데(별 평점 2.5~3점) 서치 2는 그와 대조를 이룹니다. 포스터 한 쪽에 작게 실린 다니엘 헤니의 분량은 얼마 안 됩니다. 그레이스의 딸 '준버그(준 앨런의 애칭)'를 중심으로 썰을 푼다는 점 명심하시고 작품을 감상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