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봄 딸기 라떼, 달달함은 잊어라
어제(23일) 저녁 스타벅스에서 봄 딸기 라떼를 주문했습니다. 각얼음과 흰 우유, 조각낸 설향* 딸기 한 움큼을 차례로 컵에 붓고 클래식 시럽 두 번 넣어 마무리한 과일 음료입니다. 가격은 6천9백 원입니다. 음료의 용량은 그란데(Grande, 473ml)로 고정돼 있어서 이보다 양이 적은 톨(Tall, 355ml), 더 많은 벤티(Venti, 591ml)로는 주문할 수 없습니다.
레시피(recipe) 변경 없이 이대로 주문해 맛을 볼까 하다가 저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스벅TV(스타벅스코리아 유튜브 채널)에서 다룬 '2023 스프링 페이즈 1(Spring Phase 1) 미리 보는 언박싱' 콘텐츠가 떠올랐거든요. "봄 딸기 라떼의 우유를 다른 걸로 바꿔서 마시면 더 맛있다"라던 파트너 PK의 말을 믿고 실행에 옮겨보기로 합니다. 4년 전 시즌 레시피 그대로 봄 딸기 라떼를 똑같이 맛본다는 건 지극히 평범한 경험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스타벅스 앱으로 봄 딸기 라떼를 주문하기 직전 맨 밑의 퍼스널 옵션을 펼칩니다. 위에서 세 번째 탭의 우유/음료 온도를 건드리면 우유가 몇 종류 나옵니다. 일반, 저지방, 무지방, 두유, 오트(귀리) 옆으로 '코코넛'이 보일 겁니다. 고소하면서 떫은 귀리 우유는 선택 시 6백 원이 추가되지만(과금) 코코넛 밀크는 안 붙습니다(무과금). 흰 우유에서 코코넛 밀크로 바꾸면 설향 딸기의 상큼하고 부드러운 맛을 더 살려준다니까 안 고를 수 없었습니다.
사이렌 오더 후 컵을 옆으로 한 바퀴 빙 돌리며 봄 딸기 라떼를 관찰해 봤습니다. 색깔은 인스타그램이나 영상에서 본 것과 살짝 다릅니다. 설향 딸기 음료와 코코넛 밀크가 위아래로 나뉘며 서서히 확산되는(퍼져가는) 모양은 비슷한데요. 한낮의 자연광이 아닌, 천장의 노란 조명 밑에서는 위층이 붉은 장미만큼 진하게 보입니다(선홍색과 유사함). 주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만드는 달달구리 하면서 무겁고 끈적이는 딸기 라떼랑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마시면 건강해질 것 같은 딸기 주스 혼합 음료에 가깝습니다.
종이 빨대로 젓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한 모금 마셔봅니다. 설향 딸기의 새콤함이 입 안을 적십니다. 끈적거리지 않고 목 넘김이 깔끔한 생딸기 주스에 가깝더군요. 종이 빨대를 꽂고 코코넛 밀크가 깔린 아래층을 공략합니다. 우유보다 가볍고 헐렁하면서 입 안을 미끄럽게 넘어가는 듯한 이 맛과 질감은 식물성 우유로 익숙한 아몬드 밀크랑 유사합니다. 빨대로 휘젓지 않으면 예전에 마셔본 딸기 아사이 레모네이드 스타벅스 리프레셔에 가깝습니다.
빨대로 몇 번 둥글게 휘저으면 색깔이 핑크팬더에 가까운 연분홍빛으로 바뀝니다. 설향 딸기의 상큼함이 코코넛 밀크에 희석되면서 점차 연하고 목 넘김이 매끄러워집니다. 기존 레시피 그대로 봄 딸기 라떼를 주문했더라면 딸기 요거트 블렌디드에서 묵직함을 덜어낸 맛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유에 휘말려서 상큼함이 반감되는 봄 딸기 라떼보다는 코코넛 밀크가 옳은 선택이 아녔나 싶습니다. 정 반대로 봄 딸기 라떼를 고소한 맛으로 즐기고 싶은 고객이라면 6백 원 더 내고 귀리 우유를 붓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시즌이 끝나기 전에 귀리 우유를 부은 봄 딸기 라떼도 경험해 봐야겠군요.
* 설향 : 논산 딸기 시험장에서 일본 품종인 장희(아키히메, 달콤하고 부드러움)와 레드펄(육보, 상큼하면서 단단함)을 교배시켜 나온 딸기 품종입니다. 열매를 많이 맺는 장희와 병충해에 강한 육보의 장점이 결합된 딸기입니다. 맛 특성은 적당히 상큼하면서 부드러운데 표면은 금방 무릅니다. 1, 2월이 제철인 겨울 과일이니까 맛볼 수 있을 때 봄 딸기 라떼로 느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