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남은 피자 데울 때 프라이팬? 에어 프라이어?

커피스푼 2023. 2. 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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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에 먹다 남은 피자는 그렇게 일요일 아침 때울 거리가 됩니다.
주말 저녁에 먹다 남은 피자는 그렇게 일요일 아침 때울 거리가 됩니다.

지난 토요일(25일) 이마트피자 두 판을 사 먹다가 네다섯 조각이 남았습니다. 보통 귀찮아서 남은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는데요. 경험상 피자 그립은 질겨지고 수분을 뺏긴 치즈는 힘없이 축 늘어져서 먹기 싫은 형태로 바뀝니다. 도톰하고 푹신했던 팬 피자(pan pizza)가 씬 피자(thin pizza)로 양이 줄어버리기까지 해서 전자레인지로는 안 데워 먹게 되더군요. 편의점에서 냉장 보관되던 미개봉 즉석 피자라면 모를까, 차게 식은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프라이팬에 남은 피자를 데우던 모습입니다.
프라이팬에 남은 피자를 데우던 모습입니다.

남은 피자를 맛있게 데워 먹으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제 경우 프라이팬으로 약불에 서서히 데워 먹습니다. 1~2분 예열된 프라이팬에 피자 한 조각 올리고 뚜껑을 덮어서 5~6분 기다리는 식입니다. 모차렐라 치즈를 비롯한 토핑, 눅눅해진 빵의 수분이 공기 중에 날아가지 않도록 저온으로 푹 찌는 겁니다. 피자 빵 밑은 비스킷처럼 바삭해지고 위쪽은 촉촉해지는 거죠 접어서 먹기 힘들어지는 단점이 생기지만 '밑바위촉(밑은 바삭, 위는 촉촉)'의 식감, 본연의 맛을 잘 살리기 좋습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이나 물은 따로 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덮어둔 뚜껑 안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가 팬 바닥에 떨어지며 지글지글 소리를 내거든 손목 스냅(snap)을 이용해 접시로 훅 건져내면 됩니다. 좀 더 바삭하게 먹고 싶으면 불을 살짝 키워도 되지만 자칫 바닥을 검게 태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프라이팬에 처음 데워본다 싶으시면 스마트폰에 스톱워치를 걸어두고 하셔도 좋습니다.

 

 

프라이팬에 데운 직후 건져낸 피자입니다.
프라이팬에 데운 직후 건져낸 피자입니다.
밑은 바삭, 위는 촉촉해서 먹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밑은 바삭, 위는 촉촉해서 먹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프라이팬에 다시 데운 피자의 식감과 맛은 전자레인지보다 낫습니다. 윗면은 촉촉하고 아랫면은 바삭해서 씬 피자를 듯한 느낌이 납니다. 대형마트의 베이커리 코너에서 갓 나온 피자를 차에 실어 집으로 가져가다가 식어버렸다면 이 같은 방법으로 되살리기가 가능해집니다. 말랑하고 두툼하기만 해서 잘 안 먹던 피자 그립까지 다 챙겨 먹게 됩니다. 저처럼 남은 피자를 아침 식사 대용으로 해결하시는 분들은 아메리카노에도 잘 어울립니다.

 

 

전원 버튼이 홀라당 지워진 에어 프라이어지만... 아직 쓸 만합니다.
전원 버튼이 홀라당 지워진 에어 프라이어지만... 아직 쓸 만합니다.

그럼 에어 프라이어로 남은 피자를 데워 먹는 건 어떨까요? 대개 에어 프라이어는 냉동실에 저장된 만두와 돈까스, 반조리 상태의 탕수육과 통닭을 바삭하게 데울 때 유용한데요. 열을 밑에서 바로 달구는 프라이팬과 다르게 헤어드라이어처럼 고온건조한 공기를 위에서 밑으로 계속 쏴 주는 식이라 조리 시간이 좀 길고 시끄럽습니다. 예열 없이 남은 피자를 바로 넣고 5분간 돌려도 좋지만 저는 오븐처럼 쓰려고 180도로 2~3분 예열 후 3분을 데우는 식으로 시간을 맞췄습니다.

 

 

예열 후 180도로 3분을 데우고 난 직후의 모습입니다.
예열 후 180도로 3분을 데우고 난 직후의 모습입니다.

에어 프라이어로 달궈진 피자는 겉보기에 꽤 노릇하게 잘 데워졌는데요. 부피가 큰 토핑 일부는 열기에 의해 살짝 타기도 하더군요. 피자 그립은 프라이팬으로 데운 피자보다 수분감이 모자라 보였는데 모차렐라 치즈랑 온갖 토핑이 깔린 안쪽은 오히려 촉촉해 보였습니다. 한쪽으로 열을 전하던 프라이팬보다 열이 골고루 잘 퍼져서인지 바닥면의 익힘 정도도 적당하더군요(프라이팬으로 데운 피자보다 색깔이 연함).

 

 

에어 프라이어로 데운 피자를 건져낸 모습입니다.
에어 프라이어로 데운 피자를 건져낸 모습입니다.
피자 그립은 바게트처럼 바삭하면서 쫄깃해집니다.
피자 그립은 바게트처럼 바삭하면서 쫄깃해집니다.

잠깐 열기를 식힌 뒤 접시째 피자를 건져냈습니다. 방울토마토 안의 수분이 눈에 보일 만큼 익힘 정도가 괜찮더군요. 종이 포일은 굳이 깔 필요가 없었습니다. 맛은 베어커리에서 갓 구워낸 피자 빵에 가까웠습니다. 피자 그립은 바게트 빵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했습니다. 피자의 푹신함과 짠맛이 잘 느껴졌지만 식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프라이팬 방식으로는 바삭함과 촉촉함이 둘 다 뚜렷하게 느껴지는데 에어 프라이어 방식은 안팎의 식감 차이가 좀 적게 느껴진달까요?

 

피자 본연의 맛을 즐기는 분들은 에어 프라이어 방식이 낫기는 합니다. 조리 과정에서 표면의 수분이 좀 더 날아간 모양인지 짠맛이 더 두드러진 느낌이었거든요. 프라이팬으로 데우면 피자 단층이 더 얇아지기도 하지만 윗면(촉촉함)과 아랫면(바삭함)의 식감 차이가 크고 짠맛이 덜 느껴져서 계속 손이 가더군요. 팬(Fan)을 시끄럽게 돌리는 에어 프라이어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해서 야식으로 몰래 먹기도 유리합니다. 혹시 배달 피자가 남거든 박스째 보관했다 꺼내서 프라이팬에 약불로 서서히 익혀 보세요. 전자레인지에 대충 돌려먹는 남은 피자와 차원이 다른 맛을 느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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