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사진

밀양 위양지, 가볼 만한 곳인가?

커피스푼 2023. 5. 29. 22:41
반응형

평일 오후 밀양 위양지에 다녀왔습니다.
평일 오후 밀양 위양지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25일 목요일. 밀양 위양지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사는 대구 경산 지역에도 저수지가 천지삐까리(경상도 방언으로 '매우 많다'는 뜻)인데 뭐 하러 밀양까지 찾아갔냐고요? 인스타 알고리즘이 보여준 사진 몇 장이 저를 위양지로 이끌었습니다. 수면에 비친 이팝나무, 저수지 한가운데 지어진 정자(亭子)가 아름답고 멋져 보였거든요.

 

 

고속도로보다 국도로 가기 편했습니다(출처 : 네이버 지도 캡처).
고속도로보다 국도로 가기 편했습니다(출처 : 네이버 지도 캡처).

경산 압량읍에서 밀양 위양지까지 차로 가면 1시간 20분(일반국도 기준), 고속도로로 질러가도 5분밖에 안 줄어듭니다. 25번 국도로 간늪사거리까지 쭉 가서 밀양시청 방면으로 우회전, 24번 국도를 타다 춘화삼거리에서 위양지 안내판을 따라 우회전하면 금방 나옵니다. 차 많고 복잡한 대구 시내를 관통하며 찾아가는 팔공산보다 가는 길이 쉽습니다.

 

 

위양지는 진입로와 나가는 길이 각각 다릅니다.
위양지는 진입로와 나가는 길이 각각 다릅니다.

특이한 점은 위양지 주차장 진출입로였습니다. 들어가는 길과 나가는 길이 각각 다릅니다(일방통행). 날 좋은 주말이면 안쪽에 50면 남짓한 주차장도 모자라서 진입로 우측이 자동차로 꽉 찬다고 하더군요.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2016)' 촬영지로 알려진 뒤 7년이 지났음에도 사람들이 제법 보였습니다. 흔한 평일 오후인데도 말이죠.

 

 

인스타그램에서 '위양지' 검색 후 뜨는 주요 피드를 모았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위양지' 검색 후 뜨는 주요 피드를 모았습니다.

4월 말에서 5월 중순 사이 이른 아침에는 사진사들의 일출 명소가 되기도 합니다. 거울 같이 잔잔한 수면 위로 이팝나무가 만개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랄까요. 진작 알았더라면 한 달 일찍 찾아갔을지도 모릅니다. 흰쌀밥(이밥)을 다 떨어낸 지금은 왕버드나무와 소나무, 수중에 뜬 부평초(개구리밥)가 지나가는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5월 말 촬영한 위양지의 모습은 이랬습니다.
5월 말 촬영한 위양지의 모습은 이랬습니다.

위양지는 예전 신라시대부터 논밭에 물길을 대던 저수지였습니다. '백성을 위한다'는 의미로 '위량(位良)'이란 이름이 붙었다는군요. 처음에 섬이 다섯 개, 둘레가 1km를 넘었으나 세월이 흐르며 규모가 점점 줄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망가졌다가 1634년 밀양 부사 이유달이 위양지를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저수지 가운데 있는 완재정은 안동 권씨 집안이 지어 올린 정자로, 옛 지역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라고 하네요.

 

 

완재정 주변을 장식하던 이팝꽃도 저물었죠.
완재정 주변을 장식하던 이팝꽃도 저물었죠.

완재정 사방에 심긴 이팝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꽃 모양과 색깔이 마치 이밥(쌀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밥나무'로 불렀다가 '이팝나무'로 변했다는 설, 꽃이 봄에서 여름으로 향하는 입하(入夏)에 핀다고 해서 '입하목'으로 불렸다가 '이파나무', 이어서 '이팝나무'로 부르게 됐다는 설이 재밌더군요. 자세한 내용은 가끔 보이는 단체 여행 무리 속 문화해설사를 따라가면 들을 수 있습니다.

 

 

위양지 산책 중 주요 풍경을 모았습니다.
위양지 산책 중 주요 풍경을 모았습니다.

산책 방향은 위양지 입간판이 있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둘러가면 되는데요. 우측 돌다리를 건너서 완재정을 둘러보고 반시계방향으로 둑길을 둘러가도 됩니다. 한 바퀴 다 돌면 대략 20분 걸립니다. 산책로 길이는 체감상 경산 반곡지랑 비슷합니다. 둑길 주변에 심긴 나무가 많아서 반곡지보다 더 울창하고 그늘진 영역이 더 넓은데 그림(풍경)은 솔직히 반곡지가 더 예쁘고 예스럽습니다(옛것과 같은 멋). 햇빛이 강한 여름엔 위양지가 더 시원해서 좋다고 느낄지도 모르겠군요.

 

 

인스타는 그저 인스타일 뿐. 시기가 중요합니다.
인스타는 그저 인스타일 뿐. 시기가 중요합니다.

인스타 속 감성 사진에 큰 기대를 갖고 위양지를 찾아갔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해가 사선으로 기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찾아가야 더 운치 있겠다는 생각이거든요. 점심 식사를 마친 한낮에도 잠시 둘러볼 만합니다. 완재정 건너편에 설치된 포토존 말고 나머지 시점에서 바라본 저수지 주변 풍경은 다소 평이합니다.

 

 

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은 그나마 나을지도 모릅니다.
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은 그나마 나을지도 모릅니다.

위양지에서 예쁜 그림을 원한다면 비가 많이 내리고 난 다음날이 좋을 겁니다. 물이 가물(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은) 때인 5월 말은 거울 같이 쨍한 수면보다 부평초가 더 많이 보여서 그림이 애매하거든요. 유량이 한껏 불어나는 시기라면 그나마 찾아가기 괜찮을 듯합니다.

 

 

위양지의 완재정은 은근히 볼 만합니다.
위양지의 완재정은 은근히 볼 만합니다.

 

인스타에서 '완재정' 검색 후 뜨는 주요 피드를 모았습니다.
인스타에서 '완재정' 검색 후 뜨는 주요 피드를 모았습니다.

위양지에서 인스타 핫스폿으로 불리는 곳은 완재정입니다. 돌다리와 경사로가 만들어진 주 출입문이 아니라 완재정 현판이 걸린 왼쪽 출입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더군요. 네모난 출입구는 액자틀이 되고 문 너머로 보이는 수변 배경이 시원해서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좀 더 돋보입니다. 젊은 층이라면 애니메이션 작품 '스즈메의 문단속'과 비슷한 콘셉트로 사진을 찍을 일이 많겠습니다.

 

 

위양지 근처 두 카페는 다음에 가 봐야겠군요(출처 : 네이버 지도 캡처).
위양지 근처 두 카페는 다음에 가 봐야겠군요(출처 : 네이버 지도 캡처).

주변 편의시설로는 카페 '위양루'와 '밀가든'이 있습니다. 위양루에서는 2층에서 통창으로 탁 트인 시골 풍경을 굽어보거나 루프탑 천막 아래에서 바람을 쐬며 커피를 마실 수 있고요. 밀가든은 고풍스러운 한옥과 넓은 마당을 갖춘 카페로 안팎 장식의 느낌이 서로 다릅니다. 대표 메뉴로는 진저카푸치노(생강, 도라지, 배, 대추가 들어간 카푸치노), 어릴 적 팥빙수가 있습니다. 가격은 각각 7천 원, 9천 원입니다. 세련되고 익숙한 느낌을 원한다면 위양루, 토속적이면서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면 밀가든을 찾아가면 되겠습니다.

 

 

경산에서 애매하게 먼 위양지, 다음에 들리겠습니다.
경산에서 애매하게 먼 위양지, 다음에 들리겠습니다.

위양지에서 다시 경산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내 차분했습니다. 7년 만에 다시 몰아본 QM6로 새로운 저수지를 찾았다는 경험에 의미가 있었달까요. 일출을 노리고 새벽에 찾아갔다면 그림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끔 들르는 반곡지보다 멀어서 당분간 찾아갈 일은 없겠지만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한 철마다 둘러볼 정도는 되겠다 싶네요.

 

 

 


같이 보면 좋은 글 :

 

2023.10.01 - [이 차 저 차] - 추석엔 캐스퍼, 밀양의 정겨운 시골 풍경을 찾아서

 

추석엔 캐스퍼, 밀양의 정겨운 시골 풍경을 찾아서

추석 연휴 첫날인 28일 목요일, 그린카로 캐스퍼 터보를 빌렸습니다. 찾아갈 곳은 경남 '밀양 상동터널'입니다. 유튜브에서 자전거 로드 투어 영상을 보던 중 가볼 만한 곳으로 골라낸 지역 명소

spoon-tea.tistory.com

 

2023.07.17 - [잡사진] - 7월 어느 여름, 경산 반곡지

 

7월 어느 여름, 경산 반곡지

장맛비가 잠깐 멈춘 일요일 오후, 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달콤 짭짤한 콜드브루를 받아서 찾아간 곳은 반곡지입니다. 시간이 텅 빈 주말이면 늘 생각나는 물멍스폿인데요. 지난 며칠 비가 쉬지

spoon-tea.tistory.com

 

2023.06.28 - [잡사진] - 화왕산 여름 등산 후기, 등린이도 오를 만한가?

 

화왕산 여름 등산 후기, 등린이도 오를 만한가?

6월 24일 토요일 아침 8시. 윙윙거리는 스마트폰 진동에 눈을 뜨고 말았습니다. 평소였음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과 밀린 유튜브로 시간을 흘렸을 텐데요. 이날은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로 했습니

spoon-tea.tistory.com

 

2022.10.03 - [잡사진] - 경산 반곡지, 초가을 풍경은 이랬습니다

 

경산 반곡지, 초가을 풍경은 이랬습니다

반곡지는 경산의 가장 대표적인 힐링 스폿입니다. 예전에는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지역 내 인스타 명소로 불립니다. 봄에는 복사꽃, 여름에는 녹음 짙은 왕버드나무, 가을에

spoon-tea.tistory.com

 

2021.05.26 - [잡사진] - 달빛 품은 월광수변공원, 저녁에 가 봤습니다

 

달빛 품은 월광수변공원, 저녁에 가 봤습니다

어제(25일) 저녁 6시 반,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월광수변공원 저녁 뷰를 보기 위함이었죠. 차로 가면 40분 안팎이지만 939번 버스-지하철(대구 2호선 담티역-반월당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

spoon-tea.tistory.com

 

2021.05.20 - [잡사진] - 옥연지 송해공원 둘레길, 한 바퀴 둘러보니

 

옥연지 송해공원 둘레길, 한 바퀴 둘러보니

8일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시각, 운암지에서 옥연지로 차를 몰았다. 팔달교를 건너 신천대로와 중부내륙선 지선에 올라 달리며 한참을 내려가니 대구 지하철 1호선 종점 설화명곡역이 보였다. 대

spoon-tea.tistory.com

 

2021.05.17 - [잡사진] - 노란 창포 만발했던 5월, 대구 운암지 수변공원

 

노란 창포 만발했던 5월, 대구 운암지 수변공원

8일 오전 11시, 대부잠수교(하양 유원지)에서 내비게이션을 두드렸다. 그다음 목적지로 운암지 수변공원을 고르니 한 시간 하고도 10분이 더 걸리겠다는 안내가 뜬다. 차는 팔공산 주변 도로를 오

spoon-tea.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