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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화려한 조명 불빛 아래, 중산지의 밤 본문
저녁 8시. 거세게 불던 바람이 한결 차분해졌다. 이마트에서 원 플러스 원 증정 행사 중인 미니 꿀호떡이 떠올랐다. 무심코 집 밖을 나와 이마트 경산점까지 걸어갔더니 아뿔싸... 오늘 휴무라는 걸 까맣게 잊었다. 얄팍한 배고픔에 이끌려 카카오 맵을 안 보고 나왔더니 이성이 무뎌졌다. 아쉬운 대로 이마트를 빙 둘러 중산지로 방향을 틀었다. 3분만 더 걸으면 사월역에서 편하게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건 너무 아까웠다. 기왕 나왔으니 중산지의 밤 풍경을 담기로 했다.
커다란 고층 아파트를 마주한 중산지는 엊그제 내린 봄비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펜타힐즈 아파트 단지에서 내보내는 노란 불빛과 주백색 LED 가로등, 길건너 신호등의 요란한 삼색 빛이 물결을 타고 넘실거렸다. 얕은 모래가 덮인 산책로를 천천히 걷다가 벤치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회색 울타리 너머 삐죽삐죽 우뚝 솟은 건물을 배경으로 한 컷, 둥글게 휘감은 울타리와 아래쪽 산책로를 향해 또 한 컷을 정성스레 담는다.
건물을 바라보며 반시계방향으로 돌다 나무데크가 쭉 뻗은 다른 산책로로 발길을 돌렸다. 나무데크에 들어서기 전 바닥을 향해 비추던 무드등과 뒤편으로 보이던 황색 불빛들이 뭔가를 포근히 감싸 안는 듯해서 또 한 컷 담았다. 데크를 밟으니 윗머리를 살짝 스치며 바람이 살랑살랑 스치며 불어온다. 반팔 티셔츠 차림이어도 바람막이 한 장이면 평온해지는 한적한 밤이었다. 무드등을 따라 걸으니 벤치가 사다리꼴 형태로 깔린 작은 수변 광장이 보였다. 묘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는데 카메라를 낮추면 수평이 안 맞고, 시선을 올리니 분위기가 안 난다. 사진이란 참 어렵다.
나무데크 산책로에서 벗어나 샛길로 곧장 걸어 나와 중산지를 빠져나왔다. 한 바퀴 다 돌기엔 더 허기져서 걸을 힘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왕복 6차선 도로를 마주하며 횡단보도의 보행 신호를 기다린다. 아파트 단지를 비집고 집 근처 골목길로 들어선 후에야 한숨을 돌린다. 얼른 냉장고에 넣어둔 바나나우유나 한 잔 해야지.
촬영 기종 : 갤럭시 S21+ (SM-G996N)
촬영 일시 : 202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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