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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카 타고 뭐 했어?

커피스푼 2018. 1. 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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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카로 엑센트를 예약하던 과정입니다.

 

그린카로 빌렸던 엑센트입니다.

 

차 시동을 걸고 계기판을 찍습니다.

 

2017년 12월 31일. 그린카로 엑센트를 24시간 빌렸다. 나 혼자 앞산 전망대에서 해돋이를 보려고 계획했는데, 이게 웬걸... 엄마도 따라나섰다. 저녁 7시에 안지랑역 근처에서 차를 집으로 가져와 9시 반까지 있다가 앞산으로 차를 향했다. 내비게이션에 '앞산공원'을 입력하고 안내되는 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도로는 뻥 뚫려 있었다. 평소 주말이라면 이 시간에도 차가 막혔을 달구벌대로인데, 다들 해를 보러 저 멀리까지 간 모양이다. 채 40분이 걸리지 않아 앞산공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 주변에 케이블카가 보여야 하는데, 주차장엔 사찰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그 옆으로 난 작은 카페 밖에 보이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목적지를 찾으니 '앞산 케이블카'가 나왔다. 앞산공원에서 걸어서 1.6km 떨어진 곳이었다. 이곳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지만, 앞산 케이블카가 있는 곳으로 차를 돌렸다. 5분 걸려서 앞산 케이블카가 있는 곳에 도착하긴 했는데, 주변이 음침했다. 열려있는 출입구, 드문드문 켜진 주황색 가로등, 주차된 차도 거의 없었다. 산비탈을 비집고 올라간 앞산 케이블카 바로 앞 주차장은 바람만 쌩쌩 불었다. 차도 두 대 밖에 없었다.

 

도착했지만 시간이 너무 이르군요.

 

케이블카 입구에 온통 모인 사람들...

 

옆자리에 있던 엄마는 내려가자고 졸랐다. "왜?"냐고 물으니 "무섭다"고 했다. 그대로 차를 돌려 산비탈을 내려와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댔다. 좌측엔 일반 주차장, 우측엔 몇몇 노선버스가 회차하던 지점이었다. 내가 차를 댄 일반 주차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 나온 여성과 젊은 남녀 커플, 남성 2~3명이 전부였다. 차 안에서 1월 1일 자정을 맞이하고,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중에도 들어오고 나가는 차는 별로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새벽 2~3시쯤 집에서 나올 걸 그랬다.

 

차 안은 냉기로 가득했다. 바깥공기가 어찌나 차가운지 앞유리까지 김이 서렸다. 가죽 시트도 금방 차가워져서 엉덩이가 시렸다. 버티고 버티다가 차 시동을 켰다. 엄마도 참기 힘들었다는 듯 담요를 꽁꽁 싸맸다. 미안해서 별말을 하지 못했다. 30분만 켜 놓고 다시 시동을 끄려 했지만, 나도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2시간 자고 일어났더니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차 몇 대로 썰렁했던 주차장도 몰라보게 빽뺵해졌다. 탄식하고 말았다. 좋은 자리를 눈앞에서 놓쳤다는 직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추위에 엄마도 지쳤고, 나도 조금 지쳐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5시를 조금 넘어 차에서 빠져나왔다. 곧장 앞산 케이블카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15분쯤 걸어서 도착한 앞산 케이블카 주차장엔 보란 듯이 '만차'라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별 신경 쓰지 않고 매표소로 향했다. 표 2장을 끊었다. 어른 왕복은 1장에 9,500원이란다. 카드로 1만 9,000원을 냈다. 냉기에 언 몸을 녹이려고 아메리카노 한 잔씩 주문할까 했는데, 가격이 참 놀라웠다. 작은 사이즈인데도 4,800원이라니. 스타벅스보다 비쌌다. 강릉 안목 해변에 있는 카페도 이 정도 가격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카페 안은 사람들로 꽉 찼다. 차라리 핫팩이나 몇 개씩 든든히 챙겨갈 걸 그랬다.

 

긴 기다림 끝에 케이블카에 탑니다.

 

아쉬운 대로 앞산 케이블카를 타기로 한다. 엄마는 케이블카를 단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말? 혹시나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무 내색 없이 바깥 경치를 보고 있었다. 산꼭대기에 올라가 야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처음이란다. 나는 혼자서도 일본을 여행하면서 지역 곳곳의 야경을 봐왔건만, 정작 가까이 있는 엄마에게는 보여주지 못했다. 미안했다.

 

몇 분의 정적이 흐르더니 금방 앞산 중턱에 도착했다. 엄마와 나는 앞산 전망대로 향했다. 혹시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까 봐 스마트폰으로 플래시를 켜서 앞을 비췄다. 5분 정도 걸으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은 모습이 보였다. 전망대였다. 나도 앞산에서 내려다보는 대구 야경은 처음이었다. 앉아서 졸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엄마를 맨 앞으로 데려왔다. 엄마는 한참을 뚫어지게 보며 말이 없었다. 뭔가 만족하고 있는 눈치다.

 

위에서 본 대구 남구 전경입니다.

 

위에서 어둠 짙은 대구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키 큰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바람은 의외로 잔잔했다. 눈이 시리도록 예쁜 야경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줄이야... 나가사키와 후쿠오카, 오사카에서 봤던 야경보다 더 좋았다.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잘 정리된 도로와 가로등을 한동안 넋 놓고 바라봤다. 대구의 랜드마크인 83타워도 눈에 띄게 잘 보였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라만 봐도 재미있었고 시간도 잘 흘렀다.

 

곧 해가 뜹니다.

 

날이 서서히 밝아옵니다.

 

해가 슬슬 올라오는군요.

 

해가 빼꼼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해가 황금빛을 내며 타오릅니다.

 

하늘을 밝게 비추기 시작합니다.

 

날이 맑아서 태양이 선명히 비춥니다.

 

6시에서 7시를 향하자, 아득히 먼 동쪽 하늘이 슬슬 밝아졌다. 잿빛에서 보랏빛, 보랏빛에서 빨간빛, 빨간빛에서 주황빛으로 조용히 하늘을 물들였다. 오묘한 그러데이션을 풍기던 하늘은 순식간에 파란 하늘로 바뀌었고 산등성이 사이로 붉은 햇무리가 졌다. 해가 살짝 고개를 내밀더니 얼마 안 가 얼굴을 다 보여주자 사람들의 함성이 터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 너도나도 새해 첫 일출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해를 봤으니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는 줄이 만만찮군요. 깁니다.

 

계단도 한참을 내려가야 합니다.

 

내려가는 케이블카 타려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케이블카를 타게 됐습니다.

 

다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건 순식간입니다.

 

그렇게 일출을 보고 무리를 따라 전망대를 빠져나왔다. 새해 소원도 빌고 볼 거 다 봤으니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 길은 케이블카로 향하는 길이 아닌데?'라고 생각할 무렵, 어느새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행렬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차라리 걸어서 내려가는 게 빠르겠다"는 말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걸어서 1시간 반을 각오해야 하는 데다, 걸어서 가기엔 동선이 너무나 길었다. 그냥 포기하고 앞줄이 빠지길 기다린다.

 

1시간을 넘게 기다려서 겨우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눈은 침침했고, 마음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뿐이었다. 엄마도 지쳐 있었다. 평소 컨디션이라면 내려가는 길에 "오뎅(어묵)이나 사 먹자"고 할 텐데. 주차장으로 다 내려와 엄마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그저 안쓰러웠다. 앞산 주차장에서 집까지 돌아가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다. 10시가 조금 지나 집에 도착했는데, 엄마는 곧장 침대로 들어가 온수 매트에 등을 지지기 시작했다. 나도 눈은 침침했지만 잠은 오지 않아서 TV를 조금 보다 잠이 들었다.

 

하산 후 빌렸던 엑센트를 찾습니다.

 

제 위치에 그린카를 반납합니다.

 

그린카 반납 후 결제 내역입니다.

 

2시간 자리에 누웠다가 덜컥 잠이 깼다. 반납 시각은 저녁 7시였지만, 그 때가서 차를 반납하기 귀찮았다. 몸을 바삐 움직이고 찬물 세수를 하며 잠을 쫓았다. 집에서 안지랑역까지 차로 40분 걸려서 그린존에 도착했다. 저녁 7시에 차를 가져갔던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연말 모임으로 빽빽했던 식당 앞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었다. 차를 더 쓸까 하다가 그냥 반납해 버렸다. 달린 거리는 88km, 주행 요금은 1만 5,840원이 나왔다. 3만원이 안 되는 대여 요금과 합쳐도 쓴 돈은 4만 6천원. 워낙 싸게 빌려서 돈이 아깝지 않았다.

 

몸은 힘들었지만, 아주 오랜만에 엄마랑 둘이서 야경도 보고 해돋이도 봤으니까. 추억 하나 만들어진 셈이다. 추억 하나 산 값으로 이 돈은 아깝지 않았다. 내년엔 이곳에서 온 가족이 해돋이를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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