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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조용히 문자가 왔다. 이게 뭔가 싶어 장문의 메시지를 열었다. 첫 문단을 본 순간, "앗!"하고 떠올랐다. 며칠 전 그린카로 3시간 타 본 코나 시승기*를 올렸더니 뜻밖의 선물이 도착한 것이다. 일주일마다 5명씩 뽑는다고 해서 그냥 기대감 없이 담백하게 썼는데 이런 메시지가 온 게 아닌가. * 2017/10/31 - [이 차 저 차] - 그린카로 3시간 타 본 코나, 몰아보니... 기뻤다. 백화점에 가서 뭘 살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말끔히 지운다. 언제든 드라이브가 하고 싶을 때 그린카를 더 많이 이용해달라는 속뜻을 파헤치고 만다. 하긴 내가 카 셰어링으로 쏘카보다 그린카를 더 많이 쓰기는 했다. 아마 3~4배는 될 거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이용하면서 누적된 엘포인트로 그린카 대여료를 깎으며 알뜰히 ..
"김치찌개는 됐고, 곰탕만 해 주세요." 날이 추워졌다. 칼칼한 김치찌개보다 따끈한 곰탕이 끌리는 계절이다. 국그릇에 밥 한 공기, 송송 썬 파, 다진 마늘 한 숟가락, 소금 한 꼬집이면 곰탕 맞이 준비가 끝난다. 보글보글 뜨겁게 덥힌 국물을 한 국자씩 부어 올렸다. 밥알마다 국물의 윤기가 흐른다. 파릇파릇했던 파가 숨 죽어 떠오를 때 숟가락으로 밥 덩이를 뭉개며 휘휘 저었다. 한 숟가락 떠서 후루룩 마신다. 뜨거운 곰탕 국물이 속을 적신다. 살코기 한 점을 같이 떠서 다시 한 숟갈, 국그릇째 입 맞춘 채 들이키다 다시 한 숟갈, 밥알과 파를 곱씹으며 그릇을 깨끗이 비운다. 김치와 깍두기는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구수하고 따뜻한 곰탕 국물 그 자체를 느끼고 싶었다. 간이 적당히 잘 베서 그냥 떠서 마..
화창한 일요일 아침, 쌍화차를 내려 마셨더니 배가 고파진다. 엊저녁 먹은 피자로 더부룩해진 속을 뭐로 달랠까 하다 쌀국수가 생각났다. 지난주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산 포몬스 즉석 쌀국수다. 베트남 쌀국수는 월남쌈 집에서 먹어봤지만, 인스턴트로는 처음이다. 조리법은 간단했다. 모든 내용물을 그릇에 담고, 끓인 물 400ml을 부어서 뚜껑 덮고 4분을 기다리면 된단다. 컵라면 용기가 없을 뿐이지, 해 먹는 건 봉지 라면보다 쉬웠다. 난 빨리해 먹으려고 조리법을 바꿨다. 냄비에 건면, 건더기, 분말 스프, 향미유를 넣고 커피포트로 끓인 물을 부어 가스 불에 2분 올려뒀다. 꼬릿한 고수 향이 날아가지 않게 뚜껑도 닫았다. 2분이 지나 냄비째 그릇에 옮겼다. 면 맛은 빨간 국물에 잠긴 라면보다 깔끔했다. 찰기 없..
반가운 토요일, 오늘은 빼빼로데이다. 상술이니 뭐니 해도 결국 빼빼로를 사주고 말았다. 날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다. 해가 중천인데도 쉬는 날이라 도무지 일어날 인기척을 보이지 않았다. 난 어린 시절 상상했던 산타 할아버지처럼 잠자리 머리맡에 조용히 아몬드 빼빼로를 올려뒀다. 굳이 내가 샀다고 생색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오늘이 11월 11일이라는 거. 누가 사 왔냐는 말 한마디 없어도 오도독 물어뜯기는 빼빼로 소리가 들리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따가 쌍화차랑 같이 내와서 나만의 시간을 즐길란다.
야심한 밤, 예정에 없던 드라이브를 준비한다. 지난주 코나의 감흥이 식지 않았던 탓일까... 그린카 2천원 할인쿠폰과 세븐일레븐 원정으로 열심히 모아둔 엘포인트를 박박 긁어 차를 예약했다. 가격은 고작 1,400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보험료를 더 올렸다. 곧 내가 달릴 거리만큼 주행 요금이 따라붙겠지만, 커피값보다 싸게 빌렸다는 기쁨에 미소를 짓는다. 마침 기아차 캠페인 기간이라 주행 요금의 일부는 기부될 거라고 한다. 1km 달릴 때마다 50원씩, 이름 모를 청년들의 창업 지원금으로 쓰인다나. 시작한 지 일주일 됐다는데 기부금은 벌써 3천만원을 넘기고 있었다. 내가 탈 신형 모닝 말고도 레이, 스포티지, K5를 타도 똑같이 50원씩 기부된다는 정보다. 다음 달 10일까지 1억 5천만원을 모으는 ..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다녀왔다. 삼성 코스트코랑 경쟁하려고 세운 신세계 그룹의 창고형 매장이다. 문을 연 지 4년이나 됐다는데 찾아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로 5분 남짓 걸리는 평범한 이마트보다 거리가 훨씬 멀었기 때문이다. 건물 크기는 비슷한데 주차장에 올라가는 길이 꽤 힘들었다. 왜 이리 좁고 굽은 길이 많은지... 연석엔 누군가 긁고 지나간 흔적이 많았다. 주차 면도 넓지 않아서 큰 차를 집어넣고 빼기 조심스러워진다. 카트는 매장에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카트는 매장 입구 근처 주차장에 진열돼 있었고, 매장 안에 따로 비치돼 있지 않았다. 카트를 꺼내려고 백원짜리 동전을 찾는데 손에는 달랑 오백원짜리 두 개. 동전 교환기도 없었다. 귀찮았다. 그냥 쌍화차랑 커피만 사러 가는 건데 뭘. 투덜대며..
아주 심심할 때 가끔 붙잡는 게임이다. 초등학생을 PC방 죽돌이로 만든 그 게임.... 스타크래프트다. 민속놀이의 대명사 아니던가. 빠른무한(빨무)맵으로 3:5(컴)를 해봤는데 다른 종족은 잘 못하겠다. 특히 저그... 손 속도가 이렇게 느려서야. 처음 빌드만 빠르고 운영에서 흐지부지 망해버린다. 주말엔 몇 시간 하면서 손 좀 풀어야지...
오랜만에 U+Box 넷드라이브를 이용했다. LG U+의 클라우드 서비스인데, 누군가 "쓸 만하냐?"고 묻는다면 내 답은 "글쎄..."다. 예전에 백업해 둔 동영상을 컴퓨터로 한꺼번에 내려받으려 하니, 몇 개는 파일 복사가 안 된다며 다시 시도하라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게 아닌가. 몇 번이고 '다시 시도'를 누르면 보란 듯이 내뱉는 서버 오류 메시지. 복사 중인 파일의 속도마저 내게 인내를 요구했다. 아니 기가 랜 들어온 지가 언젠데 고작 초당 2~5메가(MB/s)라니... 한숨을 뱉었다. 복사되지 않은 몇몇 파일은 어떻게 됐을까? 방법은 간단했다. 하나씩 골라서 복사해 넣으면 됐다. 같은 오류가 뜨면 몇 번이고 '다시 시도'를 누른다. 그러면 어떻게든 된다. 평소 서버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이런 오류가 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