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감상 후기
어제(17일) 분노의 질주 : 라이드 오어 다이(Fast & Furious : ride or die)를 보고 왔습니다. 분노의 질주 11번째 작품입니다. 바로 전 작품 '더 얼티메이트(2021)'를 안 보고 신작을 봤지만 흐름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예전 작품인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2009), 언리미티드(2011), 더 맥시멈(2013), 더 익스트림(2017)을 잘 챙겨봤거든요. 사이퍼보다 더한 빌런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를 끕니다. 복습은 하나의 옵션일 뿐입니다.
새 빌런 '단테 레예스(제이슨 모모아)'를 이해하려면 돔(도미닉) 패밀리가 차 두 대로 금고털이하던 장면을 떠올려야 합니다('더 오리지널' 참조). 브라질의 비리 경찰을 등에 업고 불법 대부업을 펼치던 보스 '에르난 레예스'의 아들이 단테입니다. 도미닉 토레토가 닷지 차저로 휘날리던 금고에 자동차째로 처박히며 바다에 빠졌지만 극적으로 살아납니다. 더 오리지널의 금고 추격씬 중 필요한 장면만 골라서 보여주니까 굳이 재감상하며 복습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테는 아비 잃은 복수심을 거울삼아 돔 패밀리의 모든 행적을 학습합니다. 포르투갈에서 자동차로 탱크를 박살 내던 장면(더 맥시멈), 사이퍼 일당에 해킹된 핵 잠수함을 피해 달아나던 장면(더 익스트림) 등을 모두 익힙니다. 카메라가 설치된 곳이면 세계 어디서든 위치를 알아내고 보안 코드를 복잡하게 씌우는 실력까지 기릅니다. 지성과 감성을 갖춘 복합적 빌런으로 자라납니다. 사이퍼도 감당하기 힘든 또 하나의 적입니다.
그 시각 돔 패밀리는 평온한 일상을 맞이합니다. 더 익스트림에서 제이슨 스타뎀(데커드 쇼)이 제트팩으로 날아와 구했던 갓난아기는 돔 패밀리 품에서 리틀 B(브라이언 토레토)로 성장하며 드리프트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극 중 설정은 더 익스트림에서 10년이 흐른 시점입니다. 도미닉 집에 한데 모인 식사 자리에서 로만이 로마에 가자고 보챕니다. 탈취된 무기를 회수해 달라는 리틀 노바디의 부탁이라며 로만, 테즈, 한, 램지가 팀을 꾸려 날아가는데요. 나중에 찾아온 리틀 노바디 일행은 그런 임무를 내린 적이 없다고 전합니다.
그렇게 로만 일행은 단테가 쳐 놓은 함정에 걸립니다. 트럭 앞뒤로 호송하던 험비 트럭이 미리 설치된 폭탄에 위로 솟구치고 일행 중 일부가 운송 트럭 운전석에 갇혀 버립니다. 트레일러에 실렸던 무기는 시내를 초토화시킬 공 모양의 폭탄이었습니다. 도미닉과 레티, 리틀 노바디가 현장에 합세하며 사태를 막으려 애쓰지만 단테의 리모컨에 잠겼던 트레일러 문이 열리며 폭탄이 바티칸 시내로 데굴데굴 구릅니다. 그 뒤엔 어떻게 됐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화관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단테가 이탈리아에 파 놓은 함정은 시작에 불과합니다(조족지혈). 돔 패밀리의 기묘한 자동차 묘기를 참조하며 세계 곳곳에 함정을 깔아 뒀거든요. 그때마다 도미닉은 과거 작품에서 해왔던 각종 스킬로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이번 작품만큼은 쉽지 않습니다. 기존 작품들의 로케이션 촬영지, 그곳에서 해 왔던 위기탈출 액션들을 가감 없이 소화시킵니다. 과거 작품에서 명장면으로 기억하던 주요 액션들이 다시 한번 나오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앞에서 "복습은 하나의 옵션일 뿐"이라고 했는데요. 조다나 브루스터(미아 토레토)랑 리틀 B가 도미닉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일부 장면에서는 '여기서 이 사람이 왜 나와?'라고 여길 겁니다. 알고 보니 '더 얼티메이트'에서 빛을 본 인물이었고 나중에는 새로운 인물도 나옵니다. 질질 끄는 전개가 없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는데요. 중간에 짧게 흐르는 미국식 유머는 그냥 유쾌하게 넘겨야 할 겁니다.
작품 말미의 반전까지 다 보고 난 소감은 "어? 마지막 질주 아니었네?"였습니다. 생각지 못한 빌런이 하나 더 있었거든요. 사이퍼와 레티가 나오던 어느 로케이션에서는 또 하나의 반전도 있었습니다. 더 맥시멈을 유심히 본 관객이라면 의외의 인물 등장이 낯설지 않겠습니다. 마블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파트 I, 파트 II로 쪼개놓은 느낌이랄까요? 난장판으로 뒤엉킨 장면과 일단락된 분위기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 가깝습니다. 지구 인구를 절반으로 줄인 타노스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빌런 '단테'의 존재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개봉 전 우려된 내용이라면 감독이 저스틴 린에서 루이 르테리에로 교체된 점이었습니다. 그동안 시리즈 물로 개봉된 분노의 질주는 스핀오프(파생형) 작품인 '홉스(드웨인 존슨) 앤 쇼(제이슨 스타뎀)'를 제외하면 거의 다 저스틴 린이 감독을 맡았거든요. 빈 디젤(도미닉 토레토 역)이 주연 겸 제작에 참여해 왔는데 마찰을 빚으면서 감독이 바뀌었습니다. 시리즈 고유의 흐름이 엉키지 않을까 했는데 사소한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시원한 전개, 압축력 높은 스토리, 반전의 전통은 그대로 이어지더군요. 뒤로 갈수록 판이 커진 느낌입니다.
쿠키 영상은 딱 한 번 나옵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오를 때까지 자리 지킬 필요는 없는데요. 쿠키 영상 직후 등장하는 OST가 예전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보던 그때 그 장면을 떠오르게 해서 조금 더 머물다 나왔습니다. 롯데시네마 2D 일반판으로 보고 왔더니 메가박스 돌비시네마 버전으로 한 번 더 보고 싶어 집니다. 별 평점을 매긴다면 5점 만점에 4.5점을 주고 싶을 만큼 좋습니다. 전작 학습을 한 관객이라면 가산점으로 0.5점을 채워줄지도 모르겠군요. 이번 주말 호쾌한 액션으로 2시간 20분을 녹이겠다면 꼭 한 번 보고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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