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설탕 한 숟갈
슬램덩크 N차 관람, 멈출 수 없는 이유? 본문
내일(18일)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 3주 차가 됩니다. 누적 관객은 어느새 9십3만 명을 넘었군요. 일주일 전 누적 5십만 관객을 넘더니 벌써 1백만 관객을 바라보는 분위기입니다. 일 년에 영화관을 한두 번 찾던 제가 다섯 번이나 슬램덩크 티켓을 끊었으니 관객 숫자를 올리는 데 일부 보탬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영화관을 섭렵하며 슬램덩크 굿즈 수집에 빠져들 줄은 누가 알았을까요?
어제 슬램덩크 한국 공식 인스타그램(@slamdunk_movie_kr)에서는 두 가지 소식을 올렸습니다. 첫 소식은 오늘 오후 2시 CGV, 내일 오전 11시 메가박스로 슬램덩크 티켓(프로모션 쿠폰)을 나눠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슬램덩크를 아직 한 번도 보지 않았거나 N차 관람을 즐기던 슬램덩크 팬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겠군요. 물량은 1차 프로모션(ex. 선착순 4백 명)처럼 지극히 한정적일 겁니다. 여기저기서 "손은 눈보다 빠르다(영화 '타짜' 속 명대사)"를 증명할 팬들이 눈에 선하네요.
다음 소식은 내일 진행될 3주 차 특전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벽보에 붙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오리지널 포스터'를 선착순으로 나눠줍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큐, 몇몇 일반극장까지 말이죠. 나눠주는 곳은 2주 차보다 줄어든 느낌입니다. CGV는 서울 수도권과 세종, 광주, 부산, 울산 일부 지역, 롯데시네마는 서울 강북과 경기 일부, 청주, 대구, 창원, 부산 주요 거점만 나눠주는군요. 메가박스는 서울 강남과 주요 멀티플렉스 위주로 포스터를 나눠줄 모양입니다. 씨네큐는 신도림, 경주 보문단지, 전주 영화의 거리, 대구 이시아폴리스, 청라 국제도시로 한정됩니다.
3주 차 특전 소식에 따른 반응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서울 수도권 상영관 위주로 포스터를 나눠준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라 일부 지역 분들이 아쉬운 목소리를 남길 만합니다. 대구 바로 옆 경산에 사는 저로서도 슬램덩크 3주 차 특전 받으러 멀리 움직여야 하니까 아쉽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나마 가까운 롯데시네마 대구율하점이 버스로 40~50분 걸리던 곳이라 다행이긴 합니다. 당장 지역 별 인구 비율을 떠나서 설 연휴 특선 대작으로 알려진 '교섭', '유령'에 상영관을 몰아줘야 하니까 납득은 되지만요. 강원권이나 제주도 지역 일부 영화관만이라도 포스터를 함께 나눠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억을 기릴 만한 영화 굿즈 정도는 공평하게 같이 나눠야 더 의미가 깊지 않을까요?
저의 여섯 번째 슬램덩크 티켓은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가 아닌 다른 곳을 택했습니다. 씨네큐 대구이시아점입니다. 버스로 빨라야 편도로 한 시간 반이 걸립니다(환승 1회 포함). 가까운 곳 놔두고 왜 굳이 멀리 가느냐 물으신다면 "새로운 경험, 27년 만의 슬램덩크"를 맛보던 첫 순간을 다시 만끽하고 싶달까요. 고생해서 찾아간 새 영화관에서 두 시간을 오롯이 농구 무대를 즐겨야 더 많은 에너지(활력)를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18일 낮 12시 45분 상영 예정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더빙판)부터 객석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62석 중 남은 좌석은 39석이었습니다. 중앙 뒤쪽은 회색(예약된 좌석)으로 물들어서 약간 앞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 상영관은 다닥다닥 나란히 붙은 일반 2D 상영관의 객석과 다르게 어깨너비만큼 간격이 벌어진 곳이라 작품 감상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좌석 하나에 1만 1천 원, 전 좌석 리클라이닝으로 운영되니까 예상되는 만족도는 이루 말할 게 없습니다.
경산에서 대구 팔공산 자락 영화관까지 왕복하는 데만 세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작품 속 송태섭의 여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극 중에 묘사된 북산고 : 산왕공고 전에서 송태섭의 이동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가나가와현립 가마쿠라 고등학교에서 히로시마현립 종합 체육관까지 자그마치 760km를 넘습니다. 한 번에 바로 가는 철도 노선이 없어서 빨라야 5시간 반이 걸립니다. 편도 이동에 드는 교통비만 1만 9천 엔(한화로 약 1십8만 4천 원)이 듭니다. 송태섭의 어머니가 압박 수비(존 프레스)를 극적으로 뚫는 아들의 모습을 체육관 현장에서 보고 왔음에도 집 근처 바닷가에서 안 본 척하며 "잘 다녀왔어?"하고 말하던 장면은 가슴 뭉클하게 만듭니다. 녹록잖은 형편에 교통비가 분명 부담이 됐을 텐데 말이죠.
사실 슬램덩크 만화책을 모두 읽지는 못했지만 N차 관람하면서 순간의 장면들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습니다. 작품 속 산왕공고의 모티프(motif)가 됐던 건 전국을 재패하던 노시로공업고등학교 선수들의 유니폼이었고 송태섭과 서태웅을 능가하던 산왕공고의 에이스 9번 정우성은 향후 어떤 선수로 자라나 어느 팀에서 현역으로 뛰는지를 대략 알 수 있었습니다. 만화 슬램덩크의 오랜 팬들은 아주 잠깐 스치듯 나오던 해남대부속고 관련 장면들도 놓치지 않더군요.
이래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한 번만 보고 말 작품이 아닌가 봅니다. 아바타 물의 길은 예전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 같은 서사, 권선징악의 리턴 매치, 숲에서 바다로 터전을 옮긴 제이크 설리네 가족의 고군분투를 보고 온 느낌이었다면요.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 님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영감을 줍니다. 누구에게는 소년만화에 충실한 농구 경기에서 짜릿함을, 누구에게는 90년대 슬램덩크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일부에게는 슬램덩크가 '농구 부흥 운동'으로 촉망되는 작가의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소재가 아녔을까 싶습니다.
며칠 전 슬램덩크를 보고 온 혹자(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농구는 거들 뿐"이었다는 것을.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GS25 편스토랑 K불고기 라자냐 솔직 후기 (23) | 2023.01.21 |
---|---|
씨네큐 대구이시아점, 슬램덩크를 누워서 본다? (13) | 2023.01.19 |
슬램덩크 N차 관람, 굿즈로 추억을 삽니다 (39) | 2023.01.14 |
더 퍼스트 슬램덩크 3회 차, 동돌비 관람 후기 (32) | 2023.01.11 |
이마트24 삼각김밥, 세 개씩 사는 이유? (20) | 2023.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