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Z 플립 5, 갤럭시 투고로 3일 써본 후기
지난 4일 갤럭시 Z 플립 5를 빌려왔습니다. 새로 나온 갤럭시 워치 6랑 함께 3일을 보냈습니다. 신제품을 미리 경험하는 갤럭시 얼리버드 투고 서비스 2회 차에 당첨된 덕분이었습니다. 제품은 삼성스토어 동대구점에서 가져왔습니다. 준비된 Z 플립 5 재고는 80~90대로 넉넉했지만 색상은 현장에서 무작위(랜덤)로 결정됩니다. 갤럭시 S21+ 사용자 입장에서 느껴본 Z 플립 5의 사용감은 어땠을까요?
Z 플립 5 체험을 위한 갤럭시 얼리버드 투고 서비스 이용 절차는 단계가 많아졌습니다. S21 시리즈를 체험하던 2년 전에는 신분증 확인, 카카오톡 QR 코드 인증, 대여 제품 상태 확인, 동의서 작성 순으로 네 단계만 거치면 됐습니다. Z 플립 5 대여 단계는 이름 및 연락처 확인(신분증 지참 불필요), 삼성닷컴 계정(ID) 작성, QR 코드 인증, 대여 제품 상태 확인, 동의서 작성, 선택형 미션 고지 순으로 촘촘해졌습니다.
홈페이지에 안내된 Z 플립 색상은 민트, 그라파이트, 라벤더, 크림 네 가지입니다. 삼성스토어에서 픽업한 Z 플립 5의 색상은 그라파이트였습니다. 플렉스 윈도우로 불리는 커버 화면은 한 면에 꽉 차게 커지고(1.92인치에서 3.4인치로 확대) 후면 카메라 배치는 세로형에서 가로형으로 바뀌었습니다. 하단 백 커버는 반질반질한 플렉스 윈도우랑 하우징(본체를 상자형으로 감싼 부분)과 재질감을 똑같이 맞추려고 유광 코팅을 더했습니다.
Z 플립 5의 짝꿍이 된 갤럭시 워치 6은 똑같이 그라파이트 색으로 받았습니다. 크기는 44mm, 블루투스로 페어링 되는 제품이었습니다. 스포츠 스트랩(재질은 불소고무)에 뚫린 핀 구멍은 10칸, 간격은 어림잡아 5mm 정도였습니다. 가장 안쪽에서 두 번째 핀 구멍을 찔러야 제 손목에 딱 맞더군요. 스트랩 재질감은 달라붙거나 끈적이지 않는 무광형 고무에 가깝습니다. 충전은 갤럭시 투고 파우치에 담아주는 워치 전용 무선 충전기에 얹으면 됩니다.
집으로 가져와 Z 플립 5를 다시 살펴봤습니다. 3.4인치로 커진 플렉스 윈도우는 쓸모가 많아 보였습니다. 기본 화면에서 달력, 날씨, 알람 설정, 걸음 수 확인 창이 뜨고 스톱워치, 타이머 등 필요한 위젯을 넣고 뺄 수 있습니다. 굿락(Good Lock)을 깔면 몇몇 서드파티 앱 위젯도 추가됩니다. 해상도 역시 512x260 픽셀에서 748x720 픽셀로 높아졌습니다. 속 화면(메인 화면)처럼 생생하지는 않아도 폰을 펼치지 않아도 볼거리가 많아진 점이 마음에 듭니다.
플렉스 윈도우에서 살짝 걸리는 부분은 후면 카메라에 불필요한 접촉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오른손에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문대면 손바닥 안쪽이 카메라 렌즈에 거듭 닿게 됩니다. 폰을 거꾸로 잡고서 만진다 해도 화면이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반면에 카메라 작동 시 뒤집힌 위치대로 화면을 바로잡아줍니다. 차후 Z 플립 5 사용자들이 보낼 의견에 따라 S/W(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보완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드웨어적으로 거슬리는 점은 메인 화면보다 지문이 잘 묻는다는 겁니다. 구매 후 필름 교체로 해결될 사소한 문제겠지만 S 시리즈에 버금가는 고가 제품인 만큼 이 부분까지 삼성전자가 섬세함을 발휘하면 좋겠습니다.
힌지는 Z 플립 4보다 더 잘 접히게 구조 개선이 진행됐습니다. 접은 선을 따라 화면이 얇게 들떠서 보이던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비밀은 물방울 모양으로 화면이 집히게 만든 '듀얼 레일 프리스톱 힌지(Dual rail free-stop hinge)'에 들어있습니다. 힌지가 움직이면 레일 두 개가 따라가는 구조로 만들어서 접었다 폈을 때 말리고 펴지는 화면은 넓게, 주름 깊이는 얕게 만들어서 이질감을 줄였습니다. 완전히 접었을 때 가장 두꺼운 힌지 두께는 15.2mm로 Z 플립 4보다 1.9mm 얇아졌습니다.
메인 화면에 깔린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도 새롭게 설계한 충격 흡수층을 덧대서 잦은 스트레스에도 잘 견디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존 세대의 스마트폰에 맞붙인 플렉스 디스플레이의 충격 흡수층과 또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외부 기온 변화가 극심한 겨울에 접어들면 Z 플립 5의 내구성이 얼마나 좋아졌나를 알아볼 수 있겠군요.
참고로 Z 플립 5의 방진 방수 등급은 'IPX8'입니다. 먼지 침투 방지는 보장할 수 없으나 깊이 1m가량의 물속에서 제품이 30분 정도 보호된다는 의미입니다. 기존의 Z 플립 4와 똑같습니다. 스마트폰을 가볍게 물에 씻는 정도는 괜찮은데 인스타 찍겠다고 모래 구덩이 안에 Z 플립 5를 담그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가로 배치된 후면 카메라의 하드웨어 제원은 Z 플립 4와 다르지 않습니다. 초광각은 1,200만 화소에 조리개 값이 F/2.2, OIS(광학 이미지 안정화)를 지원하는 광각은 1,200만 화소에 조리개 값이 F/1.8입니다. AI ISP(이미지 시그널 프로세서) 알고리즘 개선으로 더 선명하고 매끄러운 품질의 사진과 영상을 따기 좋아졌으나 개선 폭은 제한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선명도는 S21+보다 높은데 때때로 후보정이 강해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사진을 건지기도 합니다.
Z 플립 5로 담아본 몇몇 사진은 2년 전 만져본 초기형 S21+와 비슷한 색감, 선명도를 따라갑니다. 몇 번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거치며 후보정이 약해진 S21+에 비해 Z 플립 5는 대비가 뚜렷하고 한결 선명합니다. 은근한 기다림이 필요한 야간 모드로 사진을 찍어보면 티가 납니다. 산책로 조명 뒤로 우뚝 선 아파트의 외형 묘사가 자세합니다. S21+보다 색농도가 풍부하고 주변 빛을 좀 더 많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면에 반사된 이미지를 표현하는 능력은 초기의 S21+와 비슷했습니다. 촬영 후 후보정 프로세싱을 마치는 시간이 짧습니다. 카페 안에서 음료와 텀블러를 찍어보면 선명도는 한 단계 더 나은데 색온도가 다소 낮게 잡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내에서 화밸(화이트 밸런스)을 맞추는 실력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거듭한 S21+가 더 나았습니다. 광량이 풍부한 낮 시간대 사진을 찍어봐야 판단이 바로 서겠지만 저조도 환경에서 야경은 Z 플립 5, 실내는 S21+가 더 낫다고 하겠습니다.
딱 3일 만져본 제 경험으로는 Z 플립 5가 S21+보다 좋다고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인플루언서 활동이 활발한 외향적 고객이라면 Z 플립 5의 이점은 뚜렷해집니다. 삼각대 없이 그 자리에서 라이브를 켜거나 스토리용으로 올릴 스냅샷을 찍기 편합니다. 사진 실력에 웬만큼 공을 들이지 않아도 감성 사진이 쉽게 담깁니다. 셀피를 찍기에도 보다 수월하죠. 그런 라이프스타일과 대비되는 저에게 Z 플립 5는 더 나은 선택이 될지 확신이 잘 안 섭니다. 다른 삼성스토어에 잠시 눌러 앉아 만지던 S23 시리즈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일주일은 써 봐야 판단이 제대로 나오겠습니다.
결론적으로 Z 플립 5보다는 제 손목에서 운동 의지를 열렬히 지지했던 갤럭시 워치 6가 더 생각납니다. 손목에 낀 채 자고 일어나도 배김이 없고 컨디션 유지에 적당한 수면 시간까지 일러줍니다. 체중계에 오르지 않아도 오른손 중지와 약지를 워치 테두리에 대면 참고할 만한 체성분 지표까지 보여줍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며 내일의 운동 계획을 부추깁니다. 휠로 문지르며 넘어가는 화면 전환도 워치 5보다 부드럽고 버벅대지 않아서 좋더군요. 3일 말고 일주일 정도 길게 경험했다면 Z 플립 5가 아닌, 갤럭시 워치 6로 마음이 기울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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