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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자동차 사진, 스마트폰으로 잘 찍는 법? 본문
자동차는 우리가 바라보는 각도, 빛을 비추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자주 바뀝니다. 각도를 살짝 기울면 역동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시선을 밑으로 내려서 꽉 차게 사진을 찍으면 거대한 몸집과 무게감이 강조됩니다. 자동차 고유의 선과 윤곽을 또렷하게 담고 싶으면 태양이 사선으로 떠 있는 오전 9시 반에서 11시 사이, 혹은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를 권합니다. 해가 수직에 가깝게 뜬 점심시간에는 오히려 스마트폰 렌즈 주위로 빛이 산란하며 퍼지기 쉬워서 선명한 이미지를 얻기 힘듭니다. 스마트폰 이전에 DSLR 카메라로 수십만 컷을 담아본 결과가 그랬으니까요.
스마트폰으로 자동차를 잘 찍으려면 무작정 많이 찍어 본 경험이 잘 깔려야 합니다. 사진 찍을 때 렌즈를 밑에서 위로 올린다는 로우앵글(low-angle) 기법이라던지, 원근법을 적용할 소실점을 한 개로 둘 건지, 두 개로 둘 건지는 지금 당장 익힐 필요도 없고 현장에서도 잘 안 쓰입니다. 전문 사진 촬영 기사처럼 사다리 들고 다니며 찍을 것도 아니잖아요? 자동차라는 하나의 큰 덩어리를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집중하는 게 먼저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이 잘 안 잡힌다고요? 사방이 탁 트인 넓은 곳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한 바퀴 빙 둘러봅니다. 렌터카 인수 전 손상 여부를 살피듯 코앞에서 살피는 게 아닙니다. 5~6m 정도 띄워서 천천히 자동차 주변을 둘러보는 겁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지구처럼요. 한두 바퀴 둘러보고 자동차 정면에서 스마트폰의 카메라 앱을 켭니다. 배율은 두세 배 사이가 되도록 맞추고요. 동반자석 방향으로(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쭉 돌면서 열 장 안팎의 외판 사진을 찍습니다. 배율 설정을 건드리지 않고 자동차가 사진에서 잘리지 않도록 발로만 움직이도록 합니다.
귀찮다고 배율 설정 만지며 촬영했다간 내가 의도한 바와 다른 이미지를 건지게 됩니다. 배율에 따른 이미지의 왜곡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자동차가 4:3(가로:세로 비율) 프레임을 벗어나거든 뒤로 몇 발짝 물러서는 식으로 간격을 조정합니다. 머리와 눈으로 사진 촬영 이론을 접하는 것과 온갖 감각 기관을 동원하며 사진을 찍어보는 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아무리 이론을 섬세하게 잘 가르쳐도 한 번 해보는 것만 못합니다.
배율 설정에서 기본값으로 표시된 1배 줌은 우리의 맨눈 시야와 같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제가 사용 중인 갤럭시 S21+만 해도 초광각, 광각, 망원 역할을 하는 렌즈가 개별로 붙어 있는데요. 겉보기에 렌즈가 똑같아 보이지만 CMOS 센서 크기와 화각, 렌즈 거리, 화소 수가 제 각각입니다. 1배 줌 미만의 초광각 모드에서는 화각이 120도로 넓게 찍히지만 이미지 단위 픽셀이 커져서 품질이 상대적으로 나빠집니다. 광각 모드에서는 화각이 79도로 좁아지는 대신 이미지 단위 픽셀이 작아져서 초광각보다 나은 이미지 품질을 얻게 됩니다. 우리의 두 눈은 수평으로 180도, 수직으로 120도를 비추니까 애초에 똑같은 이미지를 얻기가 힘듭니다. 사람으로 치면 한쪽 눈으로만 찰나의 이미지를 건지는 격과 비슷하죠.
4:3 기본 프레임 안에 자동차를 집어넣는 연습을 했다면 수직/수평 안내선을 켤 차례입니다. 자동차는 직선과 원, 타원형 곡면 등 구조적으로 매우 복잡한 형태이면서 기준선에 민감한 객체이기도 합니다. 정면에서 자동차를 찍었다 해도 가상의 수평선에 맞닿은 어떤 구조물이 데칼코마니(décalcomanie)처럼 딱 접하지 않으면 뭔가의 이질감이 쉽게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죠. 카메라 앱 설정으로 내장된 수직/수평 안내선은 비교적 정확한 비율로 자동차를 담으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수평과 좌우 비례를 맞춰야 하는 자동차의 앞모습과 뒷모습은 어떤 사진을 찍을 때보다 더 신중해집니다.
옆모습은 좌우 비례보다 위아래의 눈높이가 중요해집니다. 하늘과 지면을 크게 삼등분한다고 했을 때 하늘의 비중(건물을 비롯한 주변 조경 포함)이 2, 지면의 비중이 1입니다. 시점이 높으면 아래쪽이 살짝 오목해지고, 시점이 낮으면 위쪽이 일부 쪼그라들며 가려집니다. 윈도 몰딩이 일자로 휙 지나는 벨트라인(가로)과 앞문과 뒷문을 나누는 경계선(세로)이 만나는 지점에서 그대로 뒤로 몇 발짝 물러나 사진을 찍으면 이상적인 옆모습을 건질 수 있습니다(승용 세단 기준). 쏘렌토나 픽업트럭, 덩치 큰 대형 SUV의 옆모습을 오롯이 담고 싶으면 앞바퀴와 뒷바퀴의 가운데 지점에서 멀어지는 식으로 적당한 촬영 위치를 찾으면 됩니다.
타이어 사이드월에 표시된 스펙(spec.)을 선명하게 찍으려면 빛을 등지면서 비스듬히 찍어야 잘 나옵니다. 정면으로 찍으면 휠과 안쪽에 매달린 브레이크 캘리퍼와 디스크가 잘 보이긴 하지만 타이어 표면에 양각으로(돌출형) 적힌 내용은 그림자가 덜 져서 흐릿하게 보입니다. 앞바퀴를 찍거든 A-필러 시작점에서, 뒷바퀴를 찍거든 뒷문 손잡이 근처에서 1.5~2배 줌으로 당겨 찍으면 잘 나올 겁니다. 사진을 찍는 자신의 그림자가 덜 지면서 양각으로 새겨진 사이드월 윤곽이 진해져서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보입니다.
외판 사진 촬영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어디를 배경으로 찍을 것인가가 중요해집니다. 자동차가 복잡한 구조를 갖춘 조형물인 만큼 뒷배경은 깔끔하면서 세련된 느낌을 주는 곳이 어울립니다. 시장통 골목길처럼 혼잡한 곳은 자동차가 눈에 덜 띄고 주위가 산만해져서 시각적 매력이 확 떨어집니다. 가능하다면 강가나 저수지, 바다를 뒤에 두고 찍는 편이 나은데요.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으니까 주차 면수가 넉넉하고 한적한 공영 주차장이나 아스팔트 포장된 고지대 언덕에 올라서 사진을 찍으면 자동차의 디자인 매력이 잘 살아납니다.
자동차 모델 고유의 콘셉트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그림 깔맞춤을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기도 합니다. 터프한 매력의 픽업트럭은 임도를 거침없이 오르거나 자갈이 잘 깔린 계곡을 찾기도 하고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를 몰고 있으면 친환경적 요소가 잘 보이는 장소를, 패션카로서 남들의 시선을 끌기 좋은 차들은 인싸(insider) 느낌이 나는 거리나 옛 흔적을 간직한 복합문화공간을, 역사와 전통이 깊은 브랜드의 경우 한옥마을 같은 곳을 누비기도 합니다. 제 경우 그렇게까지 멀리 갈 여유는 없어서 익숙한 곳 위주로 찾아다닙니다. 같은 곳에서 찍더라도 그림이 어느 정도 나오는 스폿 위주로 말이죠.
어둠이 짙게 깔린 밤에는 사진 촬영을 권하지 않습니다. 노출 시간 확보를 위해 셔터 동작이 느려지며 ISO 감도를 올리는 과정에서 지저분한 노이즈가 생깁니다. 야간 모드를 활용해 장노출 사진을 찍는다해도 한낮에 찍는 사진의 평균에 못 미치니다. LED 전등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곳이 아니면 분위기를 내기도 어렵습니다. 별의 궤적이나 빛의 꼬리를 포착하는 타임랩스(timelapse, 저속 촬영) 기법은 흔들림과 노이즈 억제력이 뛰어난 고감도 디지털카메라에서나 가능하지, 폰으로는 외롭고 긴 싸움이 될 겁니다. 자신만의 자동차 촬영 레시피(recipe)가 정립될 때까지는 무작정 많이 찍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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