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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 내 발길 붙잡은 제품 체험존 본문
어제(28일) 삼성 디지털프라자 경산본점에 다녀왔습니다. 2년째 쓰는 갤럭시 S21+의 배터리 교체를 위한 방문이었습니다. 카셰어링 하다 밖에서 폰 배터리가 방전돼 차문을 열지 못했던 적도 있었고 며칠 전에는 윈도 10 PC에서 "휴대폰과 연결" 기능으로 사진을 옮기려고 잠시 켜 뒀다가 그대로 꺼져버린 일도 있었거든요. 자가 진단 기능으로 배터리 성능 체크를 해봤지만 결과가 미심쩍어 서비스를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하러 가기 전에는 꼭 알아둘 내용이 있습니다. 찾아갈 서비스센터에 부품 재고가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고객센터(1588-3366)에 연락 후 상담원에게 사용 중인 스마트폰 모델명과 방문할 서비스센터 이름을 알려주면 해당 부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S21+의 경우 재고가 딱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내 이름과 연락처로 예약을 걸어두면 15일 안으로 언제든 찾아가 서비스받을 수 있습니다. 괜히 헛걸음하지 않도록 말이죠.
배터리 교체 예상 비용은 4만 5천5백 원(22년 12월, 모델명 SM-G996 기준)이었습니다. 배터리 3만 4천5백 원, 수리비 9천 원, 키트(필름 타입 부속품류) 2천 원을 합한 값입니다. 올해 초 출시된 S22 시리즈의 경우 S22 울트라가 5만 원, S22+가 4만 5천 원, S22가 4만 1천5백 원입니다. 이미 갤럭시 S21 시리즈 프로모션으로 가입한 '삼케플(삼성 케어 플러스)'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비용 부담은 적었습니다. 자기 부담금으로 단돈 2만 원이면 퉁칩니다.
오랜만에 찾아간 디지털프라자는 자동차 전시장처럼 더 커지고 넓어졌습니다. S10+ 사전예약 후 단말기를 받아갔던 2019년 초에는 롯데하이마트 바로 옆에서 운영되던 단출한 브랜드 매장이었지만 6개월 전 대구 2호선 임당역 근처에 새 둥지를 튼 경산본점은 제법 번듯한 모습으로 꾸며졌습니다. 1층 주차 공간은 두 배 이상 넓어지고 아파트 입구처럼 진입로를 따로 내서 매장에 드나들기 쉬워졌습니다. 교통흐름이 복잡했던 예전 위치보다 접근성이 한결 좋아졌달까요.
매장 외곽을 살짝 둘러보며 입구에 들어섭니다. 1층은 모바일 제품군을 모아놓은 갤럭시 체험존이 운영되고 2층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비롯한 생활가전, TV 및 스피커 음향가전, PC 주변기기 등이 전시됩니다. 필요하면 전문가와 편안한 공간에서 맞춤형 삼당이 진행됩니다. 모바일 분야는 '갤럭시 컨설턴트', 가전 분야는 '디테일러(디지털 라이프스타일 테일러의 줄임말)'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현대는 각 지역 거점에 세워진 모터스튜디오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구루(Guru)'를 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 찾아가는 지점은 요일마다 당번을 서는 카마스터가 달라서 브랜드 경험의 편차가 컸습니다. 차량 관련 지식이 생각보다 깊고 유행에 빠삭해 상담이 흥미롭던 반면에 견적표만 적당히 짜 주고 얘기를 마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부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에서 운영 중인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로덕트 엑스퍼트, BMW 지니어스, 아우디 엑스퍼트처럼 제네시스도 전문 큐레이터가 상품 설명, 시승을 전담하는데요. 현대는 아직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전문가를 쉽게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도착하니 삼성전자 서비스센터가 마주 보입니다. 라운지처럼 꾸며진 공간 앞쪽에는 무인접수기 석 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보호 필름 부착, 혹은 모바일 액세서리나 자재를 구매하려는 고객은 번호표 뽑을 일 없이 바로 왼쪽의 안내데스크로 가면 됩니다.
저처럼 스마트폰 배터리를 교체하러 왔다면 첫 화면에서 '고장수리'를 터치합니다. 모바일 제품에서 '휴대폰'을 건드리고 두 번째 줄의 '배터리, 전원, 통화, 느림 성능 문제'를 고릅니다. 연락처 입력 후 개인 정보 활용 동의서에 체크 표시를 하면 번호표가 출력됩니다. 번호표를 갖고 대기 위치 근처에 있으면 잠시 뒤 등록한 전화번호 뒷자리로 상담 순서가 왔음을 알려줍니다. 상담 대기, 수리 현황은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로 보여줍니다.
얼마 되지 않아 제 번호가 불렸습니다. 번호표를 담당 엔지니어에게 보여주고 폰 배터리를 교체하러 왔다고 하니 휴대폰 잠금 비밀번호나 패턴을 그릴 종이를 주더군요. 내용을 적고 돌려주니 케이블을 물려 진단 툴(tool)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5분쯤 흐르더니 "배터리 상태가 매우 좋아서 새 걸로 바꿔도 의미가 없겠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진단 결과상 잔여 수명은 무려 95%였습니다. "2년 된 폰인데 관리를 깨끗하게 잘하셨다"라고 말씀하더군요. 최근 배터리가 방전된 사례를 설명하니 특별히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발견된 문제가 없다는 소견이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깔린 폰이라도 사용 패턴에 따라 배터리 사용량을 억제하거나 비활성화시키는 식으로 배터리 소모를 최적화시키기 때문에 그로 인한 배터리 수명 저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안심이 됐습니다. 2만 원 쓸 생각으로 찾아간 서비스센터였는데 오히려 절약이 됐군요.
그냥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안내데스크에 보호 필름 교체를 예약했습니다. 2년 간 공장 기본값으로 붙어 나온 보호 필름을 한 번도 갈지 않았으니까 그동안 누적된 찍힘과 스크래치로 생긴 상처 정도는 말끔하게 새 걸로 덮고 싶었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듯 일종의 토테미즘(totemism) 의식을 부려봅니다. 차를 귀하게 여기는 분들은 선택적으로 범퍼랑 사이드미러, 문 손잡이 안쪽에 PPF라는 차량 보호 필름을 붙이기도 하잖아요?
S21+ 기본 보호 필름은 빠르면 금요일 중으로 들어올 거라고 했습니다. 내 이름과 연락처로 등록해 뒀으니 입고일로부터 3일 안으로 찾아가면 됩니다. 필름 부착일로부터 7일까지는 공기층(기포)이 생기거나 들뜨면 새 필름으로 재부착도 해 줍니다. 시중에 팔리는 보호 필름 가격이 제품에 따라 4천 원부터 1만 원 안팎이니까 손해 볼 건 없습니다. 총 맞을 일도 없는데 굳이 방탄 필름, 강화 유리 필름 사서 붙일 이유도 없고요. 먼지 덜 날리는 화장실에서 끙끙대며 점착액 뿌리고 UV(자외선) LED로 경화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어설픈 셀프 시공보다 나으니까요. 필름 및 부착비 1만 3천 원은 후불로 내면 됩니다.
S22 시리즈부터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영문자 축약어)의 일환으로 USB 충전기랑 보호 필름, 하드 케이스가 별매품으로 빠졌지만 직전 제품인 S21 시리즈는 이 모든 게 들어있었습니다. 배송비 포함 9천9백 원 특가에 건진 25W PD(Power Delivery) 충전기, 네이버에서 산 슈피겐의 러기드아머 케이스는 S21+랑 동고동락해 왔습니다. 보통 2년 주기로 폰을 바꾸는데요. S23 시리즈를 만지기 전까지는 아직 바꿀 마음이 안 생깁니다. ONE UI를 안드로이드 13(코드명 '티라미수') 기반의 5.0 버전으로 판올림하면서 화면 전환이 더 부드러워지고 Wi-Fi 연결성도 좀 더 좋아졌거든요.
서비스센터 안쪽 액세서리 코너엔 뭘 팔고 있을까요? 마이크로 SD 카드(EVO Plus)랑 USB 3.1 메모리, S펜, 폰 케이스가 눈에 띕니다. 우측에 진열된 케이스의 반 이상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의 디스커버리처럼 미국의 대표 탐사 보도 전문 TV 채널로 알고 있었지만 운동화와 겨울 의류에 진출하더니 굿즈 맛을 제대로 본 모양입니다. 채널 마크를 달았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잘 어울린단 말이죠. 삼성 무선 충전 겸용 배터리 팩(10,000mAh, 7만 1천5백 원)과 초고속 충전 어댑터(2만 5천 원)는 급한 게 아니면 인터넷으로 사길 권합니다.
서비스센터를 간략히 둘러보고 1층에 내려갑니다. 갤럭시 체험존에서 먼저 집어든 건 갤럭시 Z 폴드4(이하 '갤폴드 4')였습니다. 전작은 한 손에 벽돌을 쥔 만큼 무겁고 반응이 느렸으며 화면이 썩 밝지도 않았는데 갤폴드 4는 가벼워진 게 확 느껴졌습니다. 반응성도 괜찮고 카메라 렌즈 주변 마감도 괜찮게 보였습니다. 화면을 펼쳤을 때 비치는 접힘 영역은 여전하지만요. 평소에 글자 크기를 키워서 쓰거나 유튜브를 즐기는 분들에게는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다음에 집은 집어든 폰은 갤럭시 Z 플립4(이하 '갤플립 4')였습니다. 전작은 카메라 성능이 별로였고 한 손으로 접었다 펼치는 느낌이 뻑뻑해서 사용 만족감이 떨어졌는데 이번 작은 신경을 좀 쓴 모양이었습니다. 화면 접힘은 갤폴드 4보다는 덜 보이며 부드럽게 잘 벌어집니다. 사진은 'ㄱ'자로 세워서 찍는 게 국룰입니다. 주간에는 인스타 감성으로 사진을 담다가 야간에는 삼각대 받칠 것 없이 장노출 사진을 찍기 좋습니다.
갤럭시 S22+를 들어봤습니다. 버튼 유격이 안 느껴지도록 마감에 조금 더 신경 쓴 티가 납니다. 뭔가 아이폰스럽게 만드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후면 카메라 렌즈는 덜 튀어나오게 디자인됐고 화면 밝기는 S21+보다 조금 더 밝아 보였습니다. 바로 카메라 설정을 띄워 봅니다. 촬영 구도 추천, 수직/수평 안내선을 켜서 같은 구도로 비교해 찍으니 확실히 최신 세대 기기라서 셔터 반응이 빠릅니다. 화면상 '선명하게' 필터를 먹인 느낌이 드는데 PC에서 다시 봐야 제대로 비교가 되겠습니다. S22 울트라는 딱 잘라 말할 게 없었습니다. 10배 줌이 눈에 띄게 빠르고 선명하다는 것 말고는요.
나머지는 액세서리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갤플립 4는 대충 그린 춘식이 인증마크가 붙으면 '귀염뽀짝(한층 더 귀엽다는 뜻의 줄임말 표현)'이 돼버립니다. '가전을 나답게'라는 비스포크(삼성 개인 맞춤형 디자인 브랜드명) 슬로건처럼 케이스 디자인 개성 하나하나가 뚜렷합니다.
제가 1년 반 넘게 사용 중인 버즈 라이브(오픈형 블루투스 이어폰)는 여전히 인기를 끄는 모양입니다. 외이도염 논란에 불거졌던 버즈 프로와 달리 귓바퀴를 압박하는 느낌이 덜 들어서 몇 시간을 껴도 편안합니다. 연속 사용 시간이 다소 짧으나(체감은 3~4시간) 노이즈캔슬링이 잘 되고 음균형이 괜찮아서 만족하며 쓰고 있습니다. 셋 중 시그니처 컬러는 미스틱 브론즈며 심슨 리사 케이스와 함께 특가로 8만 원 중반에 샀습니다. 나온 지 2년 4개월이나 된 제품의 가격 방어력은 나쁘지 않네요(넷상에서는 7만 5천 원, 삼성 공식 판매점에서는 9만 9천 원에 판매 중).
견물생심(실물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는 뜻)이 생겼던 제품은 버즈2 프로였습니다. 역대 버즈 가운데 음질이 훌륭하고 해상력이 좋고 착용감이 편하다는 평이 있었거든요. 살균 중인 제품을 꺼내 잠시 유튜브로 아델의 'Set Fire to the Rain'을 들어봤습니다. 여러 곡, 여러 상황에서 들어보고 평가해야 맞겠지만 ANC로 주변 소음을 걸러내는 성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본으로 끼워진 이어팁이 작아서 밀착감이 약했으나 해상력은 소문대로 괜찮았습니다. 판매 가격은 넷상에서 17만 원 전후, 디지털프라자에서는 22만 9천 원이었습니다.
버즈2 프로 말고도 제 시선을 끌던 건 깔맞춤으로 디자인된 형형색색의 케이스였습니다. 육안으로 퀄리티가 가장 괜찮고 귀엽던 케이스는 '펩시 캔 커버'였고 언젠가 발로 찰 지도 모르겠다 싶은 케이스는 '토트넘 커버', 이게 왜 이제 나왔지 싶은 케이스는 '게토레이 커버', 개그물(대충 웃기려고 나온 제품)로 승화된 듯한 케이스는 '삼다수 커버', MZ 세대 소비자에게 잘 맞겠다 싶은 케이스는 '포켓몬 몬스터볼 커버'였습니다. 가격은 삼성닷컴 기준으로 2만 8천9백 원이었습니다.
버즈2를 감싼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커버의 퀄도 훌륭했습니다.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엔 부피가 꽤 크지만 두툼한 겨울 패딩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엔 괜찮은 크기였습니다. 비스포크 디자인된 갤플립 3 커버는 한결 얇고 각져서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빼내기 괜찮습니다. 가격은 각각 2만 8천9백 원, 2만 6천6백 원입니다. 다섯 가지 색깔(올리브, 라벤더, 그라파이트, 화이트, 오닉스)의 버즈2 중에 깔맞춤 색깔을 고른다면 올리브랑 오닉스(블랙 원톤)가 되겠습니다.
갤럭시 체험존에 진열된 제품 구경을 다 하고 나니 벌써 밖에는 어둠이 짙게 깔렸습니다. 3층 서비스센터의 접수 마감 시각인 오후 6시를 훌쩍 넘었죠. 제품 구경 하느라 털장갑 잃어버릴 뻔한 건 안 비밀(비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퇴근길 러시아워 행렬을 지켜보며 또 하루가 지나는군요. 금요일에 다시 또 가서 S21+ 필름 교체하는 김에 제품 구경이나 실컷 하고 가야겠습니다. 예약한 보호 필름 재고가 도착했다는 알림톡이 어서 왔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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