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일렉트릭 프리미엄 트림, 이 가격이면?
오늘(17일) 캐스퍼 일렉트릭 프리미엄 트림이 출시됐습니다. 고급형 트림 인스퍼레이션에서 일부 품목을 빼고 가격을 내린 기본형 상품 패키지입니다. 판매 가격은 세제혜택 반영 후 2,740만 원부터 시작됩니다. 인스퍼레이션 트림이 2,990만 원부터니까 250만 원 저렴해진 셈입니다. 국고 보조금은 520만 원으로 기존과 같습니다.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인스퍼레이션에서 프리미엄 트림으로 등급을 낮추며 바뀐 품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터리 팩 용량은 49kWh에서 42kWh로 줄이고요. 사이드미러에 들어간 LED 방향지시등, 운전대 열선과 천연 가죽 장식, 앰비언트 무드램프, 도어 암 레스트와 센터 콘솔의 인조 가죽 장식이 빠집니다. 인조 가죽에서 직물 시트로 바뀌면서 1열 열선, 운전석 통풍도 없어졌고 운전석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 기능, 운전대 깊이 조절 기능(텔레스코픽)도 덜어냈습니다.
프리미엄 트림에서 선택 가능한 공통 품목은 딱 세 가지입니다. 현대 스마트센스 I 1백만 원, 밴 패키지 40만 원, 하이패스 20만 원입니다.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인식 범위를 늘리면서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에서 쓰임새 좋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원하는 운전자라면 스마트센스 I은 넣어도 좋습니다. 뒤에서 따라오는 자동차 불빛의 눈부심을 줄이지 못하지만 앞유리나 대시보드 위가 깔끔하길 바라는 운전자라면 하이패스 통합형 룸미러도 나쁘진 않습니다.
기본형 42kWh 배터리 팩으로 보장된 주행 가능 거리는 278km입니다. 항속형 49kWh 배터리 팩이 조립된 인스퍼레이션 트림의 주행 가능 거리는 17인치 바퀴로 295km, 15인치 바퀴로 315km였습니다. 기본형 프리미엄 트림의 경우 축전지 정격 전압을 310V에서 266V을 낮춤으로써 전기 모터 출력이 84.5kW(약 114.9마력)에서 71.1kW(약 96.7마력)로 소폭 낮아졌지만 토크는 147Nm(15kgf.m) 그대로입니다. 1~2인 위주의 일상 주행 환경으로는 성능 차이를 알기 어렵습니다.
인증된 프리미엄 트림의 복합 전비는 5.8km/kWh로 같은 15인치 바퀴가 꽂힌 인스퍼레이션(5.6km/kWh)과 비슷합니다. 수치상 주행 가능 거리가 37km 차이가 있다고 해도 운전자의 운전 솜씨, 주행 환경, 날씨 변화에 따라 더 짧아지기도 하고 더 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증된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는 미국, 유럽의 기준보다 더 복잡한 주행 패턴으로 값을 뽑고 계산해서 표시하기 때문에 얌전한 주행을 하는 운전자라면 1회 충전으로 300km 후반에서 400km 정도는 다녀옵니다.
한 번 완충하고서 평일에 시내 위주, 주말에 교외 주행을 하는 정도라면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고속도로 주행 비중이 70% 이상이면서 거의 매일을 왕복 100km에 가까운 주행을 하는 운전자라면 얘기가 다를 수는 있습니다.
이틀 전 아시아 축구 예선 경기를 보러 가겠다고 경북 경산에서 경기 용인까지 당일로 왕복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530km를 달릴 동안 충전은 딱 한 번 마쳤습니다. 출발 직전 집밥(완속 충전)으로 배터리를 100% 가까운 상태로 만들고 경기 관람 후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배터리 잔량 80%까지 35분간 급속 충전한 뒤에 곧장 내려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배터리 잔량은 7%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한 번 장거리를 타는 저와 다르게 매일을 출퇴근용으로 이용하겠다면 프리미엄 트림에 한두 가지 품목을 넣는 선택 만으로도 충분해 보입니다. 참고로 기본 품목에 표시된 직물 시트는 전부 다 천으로만 짜서 넣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1열 좌판은 인조 가죽, 1열 등받이와 2열 시트는 부드러운 촉감의 직물로 덮었습니다. 1열 열선, 운전석 통풍은 없어도 적당히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도록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한 등급 낮춘 트림이라도 국고 보조금은 520만 원 그대로 다 받습니다. 지자체 보조금을 얹어도 체감 할인이 크지 않다고 느끼던 서울 및 광역시의 예비 고객들에게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프리미엄 트림이 반가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 1열 등받이를 다 접고 2열을 밀어내는 컴포트 패키지, 풀 LED 헤드램프에 루프랙을 더한 익스테리어 패키지처럼 내 취향대로 다 담기는 어려워도 비용은 더 저렴해져서 전기차 구매 실속이 더 커졌습니다.
보조금이 이미 마감된 지역에서는 한발 늦은 프리미엄 트림 출시가 아쉽겠지만 기다려 볼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 8월 말부터 차를 받은 고객 중 일부는 전동식 워터 펌프의 작동 이상, 타이어 공기압 점검 오류,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오류로 인한 출력 제한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었는데 이제 막 블루핸즈에서 무상수리 조치하겠다는 통지문이 올라왔습니다. 10월 초부터 900km 넘게 달릴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던 제게도 BMS 업데이트 권고 통지문이 왔습니다.
어느 모델이든 출시 초반에는 차량 이용에 불편을 겪을 만한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저야 탁송 직후 발견한 오염 말고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서 차량 인수를 확정했고 목적에 맞게 출퇴근, 교외 주행을 다니는 패턴으로 저만의 카라이프를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더 저렴한 프리미엄 트림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면 저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아마도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사는 동네의 전기차 보조금이 9월 말 모두 소진된 상태였으니까요. 막차라도 타서 천만다행입니다.
제 캐스퍼 일렉트릭은 어느덧 누적 1,000km 주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10월 8일부터 딱 열흘 탔는데 주행 거리가 꽤 길죠? 기간 연장형으로 4년 4만km 보증 조건으로 구매 계약을 했는데 3년 6만km 조건으로 했어야 했나 싶기도 합니다. 출고 후 3개월 안에 워런티 플러스라도 붙여서 일반 부품 보증 기간이라도 조금 더 늘려야겠습니다. 주요 외장 부품을 새 것처럼 바꿔준다는 바디케어 스탠다드는 이미 들어뒀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캐스퍼 일렉트릭 얘기를 들려드릴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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