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일렉트릭 경산-용인 537km 전기차 장거리 주행 후기
10월 15일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경기 용인에 다녀왔습니다. 이라크와 맞붙는 아시아 축구 예선 경기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경북 경산에서 용인 미르스타디움까지 이동할 거리만 266km, 티맵이 알려준 예상 소요 시간은 3시간이 조금 넘었습니다. 시내 아니면 교외 주행이 주 목적인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어쩌다 한 번 멀리 다녀온 소감은 어땠을까요?
출발 전 배터리는 집밥(완속 충전)으로 거의 가득 채웠습니다. 99%에서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427km라서 올라갈 때는 굳이 휴게소에서 급속 충전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대략 두 시간 160km를 꼬박 달려 도착한 중부내륙선 괴산휴게소에서도 배터리 잔량은 53%, 주행 가능 거리는 211km를 띄우던 중이었습니다.
10분을 쉬고 다시 차를 몰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 달리니 영동선 양지 IC가 보입니다. 하이패스로 결제된 고속도로 통행료는 6,550원입니다. 기름을 마시며 달리는 일반 내연기관차의 절반 수준입니다. 괴산휴게소까지 6.9km/kWh로 기록된 1회차 운행 전비는 저녁 6시쯤 영동선에서 시작된 지체와 정체를 거듭하며 서서히 늘었습니다.
6시 50분쯤 용인 미르스타디움 바로 앞에 도착했는데 차를 댈 수는 없었습니다. 경기장 주변에 교통 통제가 들어가서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다녔습니다. 경기 관람객 임시 주차장으로 안내받은 명지대학교로 10km를 더 움직여서 겨우 차를 댔습니다. 2시간 15분간 111km를 달려서 기록된 2회차 운행 전비는 8.2km/kWh입니다. 배터리 잔량은 출발 직전 99%에서 23%로 떨어졌고 주행 가능 거리는 427km에서 87km로 낮아졌습니다.
고속도로를 한없이 달리며 느낀 캐스퍼 일렉트릭의 주행감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차로 중앙 유지 보조를 켜지 않아도 진행 방향을 잘 물고 늘어집니다. 시험 삼아 켜본 차로 중앙 유지 보조는 작동감이 그다지 섬세하지 않았습니다. 운전대를 부자연스럽게 만지고 비트는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1~2분 안에 바로 껐습니다. 크루즈 컨트롤도 한적한 도로에서는 괜찮은데 위로 갈수록 심해지는 1차로 정속 주행, 화물차의 1차로 가로막기가 심해지는 중부내륙선에서 별 쓸모가 없었습니다.
가감속 능력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고백할 수 없는 속도로 앞지르기를 시도했을 때 2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들어간 승용 세단보다 월등했습니다. 공차 중량이 가볍고 무게 중심이 밑에 가 있어서 1차로에서 앞지르고 2차로에 복귀해 주행을 이어가는 능력이 깔끔했습니다. 체감한 가속감은 1.6 가솔린 터보 엔진 SUV와 유사한 수준이며 주행 모드 노멀에서도 원하는 속도로 끌어낼 때 가속 페달을 깊이 밟지 않아도 됩니다.
주행 소음, 승차감은 양호했습니다. 선루프가 달린 시승차는 80~90km/h, 안 달린 제 차는 100km/h 부근부터 주행풍에 의한 바람 소리가 격해지는데 주행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고가도로의 다리 이음매를 밟았을 때, 표면이 울퉁불퉁해진 노면을 만났을 때의 순간 진동과 소음을 처리하는 시간이 짧고 상하로도 기름차 캐스퍼보다 덜 흔들립니다.
아스팔트에서 딱딱한 콘크리트 도로를 타고 있을 때의 투과음 차이는 보통의 준중형 SUV(투싼, 스포티지)와 비슷합니다. 15인치 바퀴에 감긴 금호 솔루스 TA31의 경우 마일리지(주행 거리) 확보에 중심을 둔 경제형 사계절 타이어라서 17인치 바퀴의 넥센 엔프리즈 S보다 시끄럽겠다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일반 매장에 시판되는 동일 제품의 RE 타이어보다 조금 더 말랑한 느낌입니다.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고속도로 진출입로 중 배배 꼬인 'q' 자형 램프 구간을 돌고 있을 때 진입 속도를 좀 더 낮춰야 합니다. 어지간해선 밖으로 잘 밀리지 않던 넥센의 엔프리즈 S보다 횡(가로 방향) 그립이 조금 부족합니다. 편평비가 65라서 웬만한 충격은 여유롭게 잘 넘기는 편이지만 지면에 맞닿는 트레드 폭이 17인치 타이어보다 좁으니까 회전 구간 주행 시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축구 경기 관람 후 제 차로 돌아온 시각은 밤 10시 반쯤이었습니다. 집 주소로 티맵을 찍으니 세 시간 걸린다고 나옵니다. 가까운 휴게소에서 80%까지 급속 충전하고서 곧장 내려가면 새벽 2시 안에 도착했을 텐데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연무 상태로 희미하게 깔리던 안개가 기온이 더 내려가며 밤 11시부터 부쩍 짙어졌습니다. 주행 속도를 평소보다 낮추고 짙은 구간은 비상등을 점멸하며 움직였습니다.
급속 충전은 영동선 진입 후 나타난 덕평자연휴게소에서 마쳤습니다. SK 시그넷 충전기 8기가 설치된 곳이었고 도착 시 배터리 잔량은 18%였습니다. 전면 주차 후 200kW 충전기에서 배터리를 채워봤습니다. 18%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걸린 시간은 34분, 결제 금액은 11,674원(충전량 : 33.63kWh)이 나왔습니다.
충전 속도는 60~70kW, 70%를 넘기면서 45kW로 낮아집니다. 충전 속도는 그날의 날씨와 조건, 부하에 따라 결정되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120kW 급속 충전소에서 10%에서 80%까지 30분이면 배터리가 다 찬다는 제원상 설명은 참고만 하길 바랍니다.
덕평휴게소에서 집까지는 쉬지 않고 쭉 내려왔습니다. 안개가 짙은 탓에 중부내륙선에서 70~80km/h로 잠시 낮춰야 하기도 했고 도로공사로 주행 속도를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렇게 3시간 244km를 달렸더니 배터리 잔량이 7%를 가리킵니다. 출력 제한 경고는 20%, 제한 시점은 10% 이하부터인데 운행상 문제는 없었습니다. 덕평휴게소에서 충전 후 기록된 주행 전비는 6.9km/kWh입니다.
배터리 잔량이 7%로 얼마 없어도 안심한 이유는 집밥 덕분입니다. 7kW 완속 충전기에 90% 제한 입력 설정으로도 약 9시간 물려두면 배터리가 100%까지 다 찹니다. 장거리 주행 피로에 절어서 잠을 잘 동안 가만히 서 있는 제 차도 에너지를 조용히 보충합니다. 100% 완충이 안 되더라도 차가 필요하면 언제든 출발하면 됩니다. 전기차라서 감당해야 할 부지런함은 생각보다 잘 없습니다. 잠자기 전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하듯 케이블만 물려두면 그만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장거리 주행을 할 만한 자동차입니다. 보통 작은 차로 500km 넘는 장거리 주행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허리 아래쪽 결림, 엉덩이 배김과 같은 증상이 1세대 니로보다 덜 했습니다. 운전석 시트 위치만 잘 잡아두면 허리 쿠션, 목 쿠션과 같은 차량 용품을 마련할 필요가 없습니다.
브레이크 페달과의 거리, 운전대 위치, 좌판 높이 설정이 이래서 중요합니다. 야간 주행 시 눈에 피로가 덜한 전면 70% 이상의 밝은 틴팅도 빼놓을 수 없지요. 익스테리어 디자인에 묶인 풀 LED 헤드램프는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할로겐 헤드램프 만으로도 눈에 보이는 광량과 범위는 충분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저와 같은 장거리 주행을 계획한 분들에게는 해당 내용이 도움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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