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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일렉트릭 경산-용인 537km 전기차 장거리 주행 후기

커피스푼 2024. 10. 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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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경기 용인에 다녀왔습니다. 이라크와 맞붙는 아시아 축구 예선 경기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경북 경산에서 용인 미르스타디움까지 이동할 거리만 266km, 티맵이 알려준 예상 소요 시간은 3시간이 조금 넘었습니다. 시내 아니면 교외 주행이 주 목적인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어쩌다 한 번 멀리 다녀온 소감은 어땠을까요?

 

 

집밥으로 캐스퍼 일렉트릭을 완충한 모습입니다.
집밥으로 캐스퍼 일렉트릭을 완충한 모습입니다.

 

출발 전 배터리는 집밥(완속 충전)으로 거의 가득 채웠습니다. 99%에서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427km라서 올라갈 때는 굳이 휴게소에서 급속 충전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대략 두 시간 160km를 꼬박 달려 도착한 중부내륙선 괴산휴게소에서도 배터리 잔량은 53%, 주행 가능 거리는 211km를 띄우던 중이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깐 쉬고 다시 차를 몹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깐 쉬고 다시 차를 몹니다.

 

10분을 쉬고 다시 차를 몰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 달리니 영동선 양지 IC가 보입니다. 하이패스로 결제된 고속도로 통행료는 6,550원입니다. 기름을 마시며 달리는 일반 내연기관차의 절반 수준입니다. 괴산휴게소까지 6.9km/kWh로 기록된 1회차 운행 전비는 저녁 6시쯤 영동선에서 시작된 지체와 정체를 거듭하며 서서히 늘었습니다.

 

 

용인 미르스타디움에 왔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 명지대학교로 왔습니다.
용인 미르스타디움에 왔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 명지대학교로 왔습니다.

 

6시 50분쯤 용인 미르스타디움 바로 앞에 도착했는데 차를 댈 수는 없었습니다. 경기장 주변에 교통 통제가 들어가서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다녔습니다. 경기 관람객 임시 주차장으로 안내받은 명지대학교로 10km를 더 움직여서 겨우 차를 댔습니다. 2시간 15분간 111km를 달려서 기록된 2회차 운행 전비는 8.2km/kWh입니다. 배터리 잔량은 출발 직전 99%에서 23%로 떨어졌고 주행 가능 거리는 427km에서 87km로 낮아졌습니다. 

 

 

중부내륙선 고가를 달리던 모습입니다.
중부내륙선 고가를 달리던 모습입니다.

 

고속도로를 한없이 달리며 느낀 캐스퍼 일렉트릭의 주행감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차로 중앙 유지 보조를 켜지 않아도 진행 방향을 잘 물고 늘어집니다. 시험 삼아 켜본 차로 중앙 유지 보조는 작동감이 그다지 섬세하지 않았습니다. 운전대를 부자연스럽게 만지고 비트는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1~2분 안에 바로 껐습니다. 크루즈 컨트롤도 한적한 도로에서는 괜찮은데 위로 갈수록 심해지는 1차로 정속 주행, 화물차의 1차로 가로막기가 심해지는 중부내륙선에서 별 쓸모가 없었습니다.

 

가감속 능력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고백할 수 없는 속도로 앞지르기를 시도했을 때 2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들어간 승용 세단보다 월등했습니다. 공차 중량이 가볍고 무게 중심이 밑에 가 있어서 1차로에서 앞지르고 2차로에 복귀해 주행을 이어가는 능력이 깔끔했습니다. 체감한 가속감은 1.6 가솔린 터보 엔진 SUV와 유사한 수준이며 주행 모드 노멀에서도 원하는 속도로 끌어낼 때 가속 페달을 깊이 밟지 않아도 됩니다.

 

 

고속도로에서 이런 구간을 만나도 괜찮았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이런 구간을 만나도 괜찮았습니다.

 

주행 소음, 승차감은 양호했습니다. 선루프가 달린 시승차는 80~90km/h, 안 달린 제 차는 100km/h 부근부터 주행풍에 의한 바람 소리가 격해지는데 주행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고가도로의 다리 이음매를 밟았을 때, 표면이 울퉁불퉁해진 노면을 만났을 때의 순간 진동과 소음을 처리하는 시간이 짧고 상하로도 기름차 캐스퍼보다 덜 흔들립니다.

 

아스팔트에서 딱딱한 콘크리트 도로를 타고 있을 때의 투과음 차이는 보통의 준중형 SUV(투싼, 스포티지)와 비슷합니다. 15인치 바퀴에 감긴 금호 솔루스 TA31의 경우 마일리지(주행 거리) 확보에 중심을 둔 경제형 사계절 타이어라서 17인치 바퀴의 넥센 엔프리즈 S보다 시끄럽겠다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일반 매장에 시판되는 동일 제품의 RE 타이어보다 조금 더 말랑한 느낌입니다.

 

 

고속도로 진출입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속도로 진출입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고속도로 진출입로 중 배배 꼬인 'q' 자형 램프 구간을 돌고 있을 때 진입 속도를 좀 더 낮춰야 합니다. 어지간해선 밖으로 잘 밀리지 않던 넥센의 엔프리즈 S보다 횡(가로 방향) 그립이 조금 부족합니다. 편평비가 65라서 웬만한 충격은 여유롭게 잘 넘기는 편이지만 지면에 맞닿는 트레드 폭이 17인치 타이어보다 좁으니까 회전 구간 주행 시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안개가 짙어진 양지 IC 네거리입니다.
안개가 짙어진 양지 IC 네거리입니다.

 

축구 경기 관람 후 제 차로 돌아온 시각은 밤 10시 반쯤이었습니다. 집 주소로 티맵을 찍으니 세 시간 걸린다고 나옵니다. 가까운 휴게소에서 80%까지 급속 충전하고서 곧장 내려가면 새벽 2시 안에 도착했을 텐데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연무 상태로 희미하게 깔리던 안개가 기온이 더 내려가며 밤 11시부터 부쩍 짙어졌습니다. 주행 속도를 평소보다 낮추고 짙은 구간은 비상등을 점멸하며 움직였습니다.

 

 

덕평휴게소 내 SK 시그넷 충전소에 머무르던 모습입니다.
덕평휴게소 내 SK 시그넷 충전소에 머무르던 모습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을 급속 충전하던 모습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을 급속 충전하던 모습입니다.

 

급속 충전은 영동선 진입 후 나타난 덕평자연휴게소에서 마쳤습니다. SK 시그넷 충전기 8기가 설치된 곳이었고 도착 시 배터리 잔량은 18%였습니다. 전면 주차 후 200kW 충전기에서 배터리를 채워봤습니다. 18%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걸린 시간은 34분, 결제 금액은 11,674원(충전량 : 33.63kWh)이 나왔습니다.

 

충전 속도는 60~70kW, 70%를 넘기면서 45kW로 낮아집니다. 충전 속도는 그날의 날씨와 조건, 부하에 따라 결정되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120kW 급속 충전소에서 10%에서 80%까지 30분이면 배터리가 다 찬다는 제원상 설명은 참고만 하길 바랍니다.

 

 

배터리를 거의 다 비우고 집에 왔습니다.
배터리를 거의 다 비우고 집에 왔습니다.

 

덕평휴게소에서 집까지는 쉬지 않고 쭉 내려왔습니다. 안개가 짙은 탓에 중부내륙선에서 70~80km/h로 잠시 낮춰야 하기도 했고 도로공사로 주행 속도를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렇게 3시간 244km를 달렸더니 배터리 잔량이 7%를 가리킵니다. 출력 제한 경고는 20%, 제한 시점은 10% 이하부터인데 운행상 문제는 없었습니다. 덕평휴게소에서 충전 후 기록된 주행 전비는 6.9km/kWh입니다.

 

 

거의 다 소진한 배터리는 집에서 완속 충전으로 채웁니다.
거의 다 소진한 배터리는 집에서 완속 충전으로 채웁니다.

 

배터리 잔량이 7%로 얼마 없어도 안심한 이유는 집밥 덕분입니다. 7kW 완속 충전기에 90% 제한 입력 설정으로도 약 9시간 물려두면 배터리가 100%까지 다 찹니다. 장거리 주행 피로에 절어서 잠을 잘 동안 가만히 서 있는 제 차도 에너지를 조용히 보충합니다. 100% 완충이 안 되더라도 차가 필요하면 언제든 출발하면 됩니다. 전기차라서 감당해야 할 부지런함은 생각보다 잘 없습니다. 잠자기 전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하듯 케이블만 물려두면 그만입니다.

 

 

그냥 캐스퍼라면 힘들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이라면 장거리 주행도 가능합니다.
그냥 캐스퍼라면 힘들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이라면 장거리 주행도 가능합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장거리 주행을 할 만한 자동차입니다. 보통 작은 차로 500km 넘는 장거리 주행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허리 아래쪽 결림, 엉덩이 배김과 같은 증상이 1세대 니로보다 덜 했습니다. 운전석 시트 위치만 잘 잡아두면 허리 쿠션, 목 쿠션과 같은 차량 용품을 마련할 필요가 없습니다.

 

 

밝은 틴팅, 시트 위치만 잘 잡아도 운전이 편합니다.
밝은 틴팅, 시트 위치만 잘 잡아도 운전이 편합니다.

 

브레이크 페달과의 거리, 운전대 위치, 좌판 높이 설정이 이래서 중요합니다. 야간 주행 시 눈에 피로가 덜한 전면 70% 이상의 밝은 틴팅도 빼놓을 수 없지요. 익스테리어 디자인에 묶인 풀 LED 헤드램프는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할로겐 헤드램프 만으로도 눈에 보이는 광량과 범위는 충분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저와 같은 장거리 주행을 계획한 분들에게는 해당 내용이 도움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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