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일렉트릭을 위한 차박 매트, 내가 산 제품은?
며칠 전 캐스퍼 일렉트릭을 위한 맞춤형 차박 매트를 구매했습니다. 이른바 '코끼리 매트'로 불리는 제품입니다. 1열과 2열 시트 등받이를 모두 접어 편평히 만들고 가방 속 매트를 꺼내서 펼치기만 하면 됩니다. 가격은 정가보다 10% 이상 저렴한 8만 2천 원에 사 왔습니다.
색상은 크림과 차콜 두 가지 중 크림색으로 주문했습니다. 뉴트로 베이지(베이지 카키 브라운 투톤)로 밝고 화사한 캐스퍼 일렉트릭의 실내 분위기에 잘 어울리겠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실내가 블랙 원톤이나 다크 그레이 원톤이라면 차콜도 괜찮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제품의 기본 구성은 상품 설명대로 괜찮았습니다. 밑면은 미끄럼 방지 가공된 폴리에스터 원단, 충전재로 솜과 메모리폼을 채우고 윗면은 생활 방수 코팅된 극세사 원단으로 덮었습니다. 생활 방수 코팅된 제품이라서 커피나 음료 흘림으로 인한 오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탁 시 대형 세탁망에 넣어 세탁기로 돌리고 건조 시 서늘한 곳에 잘 말리면 됩니다.
사용감은 어땠을까요? 제가 자주 찾아가는 휴식처로 가서 매트를 펼쳐봤습니다. 트렁크 입구부터 1열 등받이까지 매트가 반듯하게 잘 펴졌습니다. 쿠션감은 적당한 수준이고 뒷바퀴로 봉긋 솟은 부위는 잘 피해서 만들었더군요. 대신 1열과 2열 사이는 공간이 살짝 비어서 이를 메워줄 평탄화 보드가 필요합니다. 차박을 위한 목적이라면 기본 구성품으로 꽂아둔 커버링 쉘프는 집에 두고 오는 게 좋습니다. 2열 바닥에 옮겨두면 신발 놓을 공간이 없어지거든요.
유틸리티 모드를 켜고 한 시간 반 정도 누워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운전석보다는 동반자석 방향이 더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키 180cm 안팎의 성인에게는 딱 맞았습니다. 어깨를 1열 등받이 중간에 댔을 때 발끝이 트렁크에 닿고요. 얇은 매트리스에 누운 느낌입니다.
평소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청하던 분들에게는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을 청하던 제게는 편했습니다. 머리를 베고 누울 에어쿠션에 얇은 솜이불, 햇빛 가리개 정도만 챙겨가면 완벽한 잠자리가 만들어집니다. 한적한 곳에서 낮잠을 자는 용도라면 차박 매트에 에어쿠션 하나면 충분합니다.
상체를 꼿꼿이 세워 앉기는 솔직히 힘듭니다. 일본의 캡슐 호텔과 비슷한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1열 바닥에 설치된 실내 V2L로는 노트북 같은 전자 기기를 연결하거나 멀티탭을 꽂아서 LED 조명과 커피포트로 피크닉 분위기를 내기에 더 알맞습니다. 전자레인지나 인덕션 같은 가전제품도 들고나올 수는 있겠지만 아이오닉 5나 EV6처럼 확 넓지는 않아서 공간 배치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제 경우 차박보다는 이동식 사무실을 겸한 휴식처로 쓰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조용한 차 안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노트북으로 글을 적고 경치 좋은 곳에서 잠깐 머물다 나오는 정도로 차를 이용합니다. 1박 이상의 여행, 출장 일정이 생긴다면 숙박 시설을 찾아가는 게 컨디션 유지에 더 바람직하다 생각해서 더 많은 물품을 마련하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물론 오토캠핑장에 찾아가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언젠가 햇빛을 피할 타프도 치고 다목적 식탁에 조리 도구, 캠핑용 의자, 반조리 식품과 양념, 재료를 담은 아이스박스, 랜턴까지 꽉 채워서 움직일지도 모릅니다. 그때까지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온갖 영상을 참고해서 저만의 캠핑 레시피를 준비할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산 코끼리 매트는 "당장 차박 계획은 없으나 기회가 되면 해 볼 생각은 있다"라고 여기는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1열과 2열 사이를 메울 평탄화 보드는 있으면 좋은데 없어도 나쁘지 않은 정도입니다.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도중에 피로가 몰려서 한두 시간 눕겠다 싶으면 써볼 만합니다. 운전석 등받이 눕혀서 어중간히 누워있는 것보다는 확실히 좋습니다. 코끼리 차박 매트의 피로 개선 정도는 나중에 몇 번 경험하고 다시 정리해 올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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