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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달라진 일상, 무엇이 변했나? 본문
어느덧 캐스퍼 일렉트릭과 함께한 지 20일이 지났습니다. 계기판에 적힌 누적 주행 거리도 1,400km를 넘어섰지요. 전기차 충전 카드도 회사 별로 네다섯 개 더 만들고 차량 용품도 몇 가지 더 샀습니다. 생애 첫차라 더 아껴주고 싶은 마음 말고도 이동 반경이 더 넓어지고 한결 자유로워졌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크게 느끼는 중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 덕분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이동성'입니다. 야간 근무 후 모두가 잠든 새벽에 들어가도 전기차 충전 구역은 늘 비어 있으니까 주차 스트레스가 없었고요. 몇 차례 갈아타는 버스나 지하철보다 접근성도 좋고 기름을 마시는 내연기관차보다 유지비가 훨씬 덜 들어갑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혜택도 받고 있어서 가끔 머리 식히러 교외 지역으로 일탈을 부리기도 좋았습니다.
차는 주차장에 단 하루도 놀리지 않고 매일 끌고 다닙니다. 올해 초 첫차를 손에 넣은 막내 여동생의 더 뉴 투싼보다 주행거리가 빠르게 늘고 있지요. 그만큼 갈 곳이 많아졌다는 의미입니다. 평일에 집과 회사만 오가는 용도였다면 차는 사지 않았을 겁니다. 의미 있는 카라이프(자동차 생활)를 위해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중입니다.
카셰어링으로 차를 빌렸을 때는 늘 가던 익숙한 곳만 다녔습니다. 이를테면 팔공산 한티휴게소라던가, 스타벅스 팔공산점, 아니면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이나 반곡지 정도였지요. 캐스퍼 일렉트릭으로는 새로운 곳으로 길을 나서는 중입니다. 낮에는 평소 가던 곳보다 먼 비슬산 자연휴양림에 들르기도 하고 밤에는 앞산 해넘이 전망대에서 앞산순환로 주변 야경을 바라보곤 합니다.
시간제로 빌려타던 자동차는 반납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해서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집에 가려면 버스나 지하철이 끊기지 않을 시각에 딱 맞춰서 차를 원 위치시켜야 했는데 내 차가 생긴 지금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집으로 목적지를 찍어놓고도 갑자기 커피 한 잔이 끌려서 가던 길에 카페로 방향을 돌립니다. 그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길 위에서 흘리는 시간이 안 아까워집니다.
전기차 운전자라서 겪을 충전 스트레스는 별로 없었습니다. 배터리 잔량이 50% 밑으로 뚝 떨어져도 언제든 배터리를 채워줄 집밥(완속 충전기)이 기다리고 있고 100kW 이상 출력을 내는 급속 충전소도 제법 늘었습니다. 스마트폰 뒷면을 갖다 대는 NFC 태깅, 혹은 QR 코드 촬영으로 충전 준비가 금방 끝납니다. 충전구에 플러그 꽂고 20~30분 지내다 보면 배터리가 80%까지 찹니다.
정부 기관에서 인증된 캐스퍼 일렉트릭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15인치 기준 315km인데요. 실제로 배터리를 100%로 꽉 채워서 뜨는 계기판 속 주행 가능 거리는 꽤 깁니다. 390~400km 안팎이 보통이고 많게는 446km도 뜰 때가 있었습니다. 공차 중량 2톤을 쉽게 넘는 아이오닉 5, EV6보다 훨씬 가벼워서 덜 뒤뚱대고 더 잘 나갑니다.
얌전한 운전은 좀처럼 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종이에 적힌 제원상 모터 출력과 토크는 그저 숫자에 불과합니다. 풍성한 토크, 여유로운 힘으로 느긋한 운전을 하게 만들던 가솔린 대형 SUV보다 운전이 훨씬 재밌습니다. 신호 대기 중 맨 앞에 서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밟아서 가속을 부추기게 됩니다. 쌓인 운전 경력만 10년이 넘어가는데 캐스퍼 일렉트릭만 타면 경쾌함에 사로잡혀서 가감속 범위, 횟수가 확 늡니다.
운전 점수는 이러한 주행 습관에 반비례하며 꽤 내려왔습니다.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으로 90점 가까이 올리던 블루링크 안전 운전 점수는 잦은 가감속으로 80점 초반에 걸쳤습니다. 페달에 살포시 발을 밀고 부드럽게 떼는 섬세한 발질이 체감상 전기차에서 그리 중요한가 잘 모르겠습니다. 충전비를 아끼겠다는 열망, 주행 가능 거리를 어떻게든 더 늘리겠다는 의지는 제게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회생 제동 레벨까지 온 힘을 다해서 전비를 관리하느니 그냥 막 타고 말겠습니다.
참고로 며칠 전까지 기록된 누적 주행 정보는 사진과 같습니다. 출고 직후 1,233.4km를 달려온 순간 기록된 전체 주행 전비는 7.3km/kWh였습니다. N(중립)단 유지 방법을 촬영하다 실수로 OK 버튼을 다른 시점에 눌러서 한순간에 초기화됐지만 오늘 블루핸즈에서 막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업데이트를 받았으니까 괜찮다고 여길 생각입니다.
아, 한 가지 더! 캐스퍼 일렉트릭 운전자라면 유틸리티 모드를 쓸 일이 많을 겁니다. 어딘가에서 차박하며 히터를 켜 놓거나 한동안 나 혼자 차 안에 가만히 누워서 라디오를 듣던지, 실내 V2L 기능으로 노트북을 충전하며 유튜브나 치지직 같은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으로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바쁜 일상 속 나만의 작은 휴식처에서 온갖 생각을 말끔히 정리하기도 좋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자동차라서 여러분의 삶의 질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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