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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없이 막 떠난 강릉 일출 여행, 캐스퍼 일렉트릭과 함께라면

커피스푼 2024. 11. 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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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캐스퍼 일렉트릭에 바리바리 짐을 실었습니다. 휴무로 주어진 하루를 잠으로 날리기 아쉬워서 운전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는 강원도 강릉의 강문 해변이고요. 가능하다면 거기서 일출을 보는 게 목표입니다.

 

 

출발 전 배터리 잔량과 주행 가능 거리는 이랬습니다.
출발 전 배터리 잔량과 주행 가능 거리는 이랬습니다.

 

배터리 잔량은 야간 출퇴근 몇 번에 카페 한두 번 다녀오면서 85%를 가리키던 상황이었습니다. 계기판에 뜬 주행 가능 거리는 363km였지요. 처음에는 울산이나 부산의 어느 해변 주차장에서 차박을 미리 해본다는 설정이었는데 이왕이면 익숙한 데로 멀리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목적지를 강문 해변으로 하고 추천 경로와 무료도로 위주 경로를 살폈습니다.
목적지를 강문 해변으로 하고 추천 경로와 무료도로 위주 경로를 살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골라준 추천 경로는 딱 4시간 걸리는 길인데 길이가 357km나 됩니다. 충전 없이 단번에 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눈에 들어온 무료도로 위주의 경로는 약 50km 짧아진 대신, 예상 소요 시간은 30분 늡니다. 어차피 자정에 출발할 거라 도착 시각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둘 중에 무료 도로를 택했습니다.

 

 

평일 한밤중이라 도로는 역시 한적했습니다.
평일 한밤중이라 도로는 역시 한적했습니다.

 

출발은 순조로웠습니다. 날씨가 예상보다 포근해서 전비도 8~9km/kWh 사이로 뜹니다. 시내의 몇몇 도로를 거쳐 외곽으로 나가자 교통량은 더욱 줄어듭니다. 분리대 너머로 마주 오는 차가 별로 없어서 일반 하향등보다 상향등 켜진 구간이 더 많았습니다. 먼 길을 떠나는 고독한 운전 여행의 동반자는 역시 라디오뿐입니다.

 

 

FM4U 대구 지역 주파수가 포항 지역으로 바뀝니다.
FM4U 대구 지역 주파수가 포항 지역으로 바뀝니다.

 

밤 1시 반 무렵 라디오 채널 주파수는 어느새 대구가 아닌 가까운 포항으로 알아서 잡힙니다. 칠흑 같은 바다를 곁에 두고서 고요한 7번 국도를 맹렬히 달립니다. 강원도 강릉, 동해 길 안내판이 뜰 때까지 164km를 쭉 올라가야 하니까 이때부터 본격적인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운행 2시간이 넘어서 영해 휴게소에 차를 세웠습니다.
운행 2시간이 넘어서 영해 휴게소에 차를 세웠습니다.

 

출발 직후 영해 휴게소까지 기록된 주행 정보입니다.
출발 직후 영해 휴게소까지 기록된 주행 정보입니다.

 

한참을 달리다 새벽 2시 반쯤 경북 영덕군 영해 휴게소에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룸미러에 매달린 블랙박스에서 주행 두 시간이 지났다며 15분 이상의 휴식을 권합니다. 서두를 게 없으니 화장실도 얼른 다녀오고 커피도 한 잔 마셨습니다. 배터리 잔량은 50%로 뚝 떨어지고 주행 가능 거리도 200km 밑을 향합니다.

 

 

충전소를 검색하라는 팝업이 떴지만 상관없습니다.
충전소를 검색하라는 팝업이 떴지만 상관없습니다.

 

15분을 쉬고서 다시 길을 나서니 충전소를 검색하라는 팝업 메시지가 뜹니다. 목적지 도착 후 25km 더 갈 수 있으면 한 5% 남겠네 싶어서 '닫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지난 10월 경기 용인까지 먼 거리를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두렵지 않았습니다. 배터리 잔량이 한자리 숫자로 줄어도 차는 계속해서 굴러갑니다.

 

 

자동차전용도로 구간이 끝나고 도로는 더 좁아집니다.
자동차전용도로 구간이 끝나고 도로는 더 좁아집니다.

 

새벽 3시 40분쯤 220km를 넘게 달려서 강원도 삼척시에 들어섰습니다. 80km/h로 달리던 자동차전용도로 구간이 끝나고 50~60km/h로 조심해서 달릴 거친 도로들이 눈앞에 보입니다. 소금물로 적신 도로를 거닐다 동해로 넘어가니 차로는 이윽고 1차선으로 확 좁아집니다.

 

 

배터리 부족 2차 경고가 떴지만 괜찮습니다.
배터리 부족 2차 경고가 떴지만 괜찮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더 달려서 강원도 강릉에 도달했습니다. 새벽 4시 50분에 지도 화면을 가린 2차 배터리 부족 경고(배터리 잔량 10%)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6년 전 세계적 축제 행사로 두 달간 강릉을 제 집처럼 드나든 곳이라 길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건 그대로인데 이게 생겼네?'라며 주변을 관찰하는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배터리 잔량 5%, 주행 가능 거리는 20km 밖에 안 남았습니다.
배터리 잔량 5%, 주행 가능 거리는 20km 밖에 안 남았습니다.

 

목적지로 찜한 강문 해변에는 5시 18분에 도착했습니다. 85%였던 배터리가 5%까지 빠졌고 주행 가능 거리도 363km에서 20km로 확 줄었습니다. 총 주행 시간은 출발 시 준비 시간 7분, 휴식 시간 15분을 포함해 5시간 13분으로 기록됐습니다. 전비는 예상보다 양호한 8.4km/kWh 수준입니다.

 

 

강문 해변 도착 인증 사진입니다.
강문 해변 도착 인증 사진입니다.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도착 인증 사진 한두 컷 담고서 경포 주차장으로 움직였습니다. 스타벅스 바로 앞이 강문 공영주차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횟집과 다른 커피숍이 인접한 사설 주차장이라서 20분 주차비로 2천 원을 내버렸습니다. 어쨌든 바라던 사진도 찍고 무충전 주행 목표는 이뤘으니까 좋은 경험이었다 셈 치기로 합니다.

 

 

경포 주차장에 와서 배터리 충전을 했습니다.
경포 주차장에 와서 배터리 충전을 했습니다.

 

저도 뒷좌석에 누워서 충전 좀 하고요.
저도 뒷좌석에 누워서 충전 좀 하고요.

 

넓은 경포 주차장에는 못 보던 전기차 충전 시설이 생겼습니다. 이곳에서 돌리는 환경부의 100kW 급속 충전소만 5기나 됩니다. 배터리 잔량 4%로 쫄쫄 굶은 캐스퍼 일렉트릭을 데리고 얼른 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미리 배터리 컨디셔닝을 안 해서 입력 전력이 조금 낮았는데요. 40분 물려서 76%까지 채웠으니 이만하면 됐다 싶습니다. 주행 가능 거리는 311km로 넉넉해졌습니다.

 

 

해가 손톱 만큼 떠올랐습니다.
해가 손톱 만큼 떠올랐습니다.

 

급속 충전할 동안 휴식을 취하다 일출 시각에 맞춰 강문 해변 제1공영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구름이 많이 껴서 제대로 된  일출은 못 보는 줄 알았는데 7시 10분이 조금 넘어서 빨갛게 불타는 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 사진을 찍다가 황급히 차 근처로 돌아와서 사진을 막 담았습니다.

 

 

헐레벌떡 뛰어가서 담은 일출 사진입니다.
헐레벌떡 뛰어가서 담은 일출 사진입니다.

 

물 만난 고기 마냥 대충 찍었는데 그럴듯한 그림이 나왔습니다. 아침 6시 이전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은 못 해도 떠오르는 해를 쫓는 여행만큼은 놓친 적이 잘 없습니다. 붉게 타오르며 하늘을 물들이는 순간도 찰나의 시간에 불과해서 순간 포착이 중요하더군요.

 

 

스벅에 가서 모닝 메뉴를 먹고 왔습니다.
스벅에 가서 모닝 메뉴를 먹고 왔습니다.

 

일출을 보고 오니 커피로 달래던 속이 허전해졌습니다. 강릉에서 짬뽕 순두부는 뻔하니까 굳이 멀리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강문 해변 바로 앞 스벅이 아침 8시에 문을 여니까 그 시각에 맞춰 사이렌 오더를 했습니다. 따스한 오늘의 커피 한 잔과 스타벅스 모닝 메뉴로 팔리는 더블 치킨 브레스트 체다 & 에그 샌드위치 정도면 속이 든든합니다. 남들이 선점하는 3층 뷰 말고 2층 창가 뷰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아침을 먹고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저와 캐스퍼 일렉트릭입니다.
아침을 먹고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저와 캐스퍼 일렉트릭입니다.

 

집에는 어떻게 돌아왔을까요? 그건 다음 콘텐츠로 풀어드리겠습니다. 주행 거리 별로 전비를 기록해 놓은 내용도 있는데 전기차로 장거리 주행을 계획하셨다면 참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강릉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꼭 안목 해변을 가지 않아도 됩니다. 저처럼 한적하고 조용한 데서 커피 한 잔 느긋하게 마실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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