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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급속 충전, 10%에서 80%까지 30분이면 끝?

커피스푼 2024. 11. 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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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운행하며 가끔 가졌던 의문은 '급속 충전 소요 시간'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120kW 급속 충전소 기준 10%에서 80%까지 30분 이내로 충전을 마친다고 하는데요. 경험상으로는 대체로 그렇지 못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200kW 급속 충전소 앞에서도 30분을 넘기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치악휴게소 200kW 급속 충전소를 이용한 내역입니다.
치악휴게소 200kW 급속 충전소를 이용한 내역입니다.

 

강릉에서 집으로 향하며 만난 중앙선 치악휴게소 이지차저 200kW 급속 충전소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10%보다 더 넉넉한 배터리 잔량 30%에서 충전을 시작했는데 80% 충전까지 약 28분이 걸렸습니다. 첫 충전 시 표시된 예상 소요 시간 25분에서 3분 더 걸렸습니다. 최고 충전 속도는 70% 지점에서 70kW였고요. 71%부터 충전 속도가 45kW, 76%를 넘어서며 32kW대로 떨어집니다. 목적지를 충전소로 찍어서 배터리를 급속 충전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줘도 그랬습니다.

 

 

덕평자연휴게소 200kW 급속 충전소를 이용한 내역입니다.
덕평자연휴게소 200kW 급속 충전소를 이용한 내역입니다.

 

혹시 단독으로 충전한 상황이 아니라서 그랬을까요? 10월 중 찾아간 영동선 덕평자연휴게소 SK시그넷 200kW 급속 충전소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8%에서 80% 충전까지 34분 걸렸고 플러그 접속 후 바로 표시된 예상 소요 시간 30분보다 4분 더 걸렸습니다. 70% 충전 지점에서 최고치 70kW가 뜨고요. 71% 이후 비슷한 분포를 그리며 입력 전력이 줄어듭니다.

 

 

경포 주차장의 100kW 급속 충전소를 이용한 내역입니다.
경포 주차장의 100kW 급속 충전소를 이용한 내역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100kW 급속 충전소에서의 충전 경험은 어땠을까요? SK시그넷 충전기인데 환경부가 운영 관리 중인 경포 주차장 100kW 급속 충전기에 캐스퍼 일렉트릭을 물렸습니다. 4%에서 충전구를 접속하니 80% 충전까지 40분이면 된다고 뜹니다. 최고 충전 속도는 70% 지점에서 약 62.5kW였고 71% 이후 입력 전력이 서서히 낮아집니다. 충전 시간 40분이 돼서 충전이 멈췄을 때 표시된 배터리 잔량은 76%였습니다.

 

 

급속 충전 후 해 뜨기 전의 여운을 느끼던 모습입니다.
급속 충전 후 해 뜨기 전의 여운을 느끼던 모습입니다.

 

며칠 전 진행한 BMS 업데이트의 영향은 없어 보였습니다. 업데이트를 받기 전과 후의 급속 충전 속도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주행 중 일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통신 불량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이었거든요. 차지비 7kW 완속 충전 시 충전 멈춤 현상이 생겨 입력 전력 값을 90%로 내렸는데 BMS 업데이트 후로는 100%로 다 받아도 이상 현상 없이 충전이 지속되는 약간의 변화 정도는 있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 상품 설명에 적힌 급속 충전 내용입니다(출처 : 캐스퍼 홈페이지).
캐스퍼 일렉트릭 상품 설명에 적힌 급속 충전 내용입니다(출처 : 캐스퍼 홈페이지).

 

10%에서 80%까지 30분 내로 급속 충전을 마친다는 자동차 제조사의 안내는 역시 단순 참고성 내용이었구나 싶습니다. 충전 시 외부 기온과 배터리 온도, 부하 정도, 충전 시설 관리 상태가 모두 최적이라면 정말 30분 만에 충전을 다 마칠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경험할 보편타당한 조건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100kW 급속 충전 시, 200kW 급속 충전 시 평균 소요 시간을 알려줘야 납득하지 않을까요?

 

10년 전부터 전기차를 꾸준히 경험한 제게 충전 속도에 관한 불만은 없습니다. 과거에 전기 택시로 구르던 SM3 Z.E., 레이 EV, 닛산 리프, BMW i3에 비하면 충전으로 내 시간을 내주는 사례가 매우 줄었습니다. 5년 전 등장한 쏘울 부스터 전기차를 거쳐서 전기차를 언젠가 사도 되겠구나 느꼈고 아이오닉 5, EV6,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을 만나며 완성도가 조금 더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지요.

 

 

이제는 계기판에 뜬 80% 충전 완료 시간만 참고합니다.
이제는 계기판에 뜬 80% 충전 완료 시간만 참고합니다.

 

이제는 '최단 시간'을 앞세운 제조사의 급속 충전 마케팅은 지양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존의 기름차, 전기 모터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차보다 재출발을 위한 충전 시간은 길지라도 배터리 채우느라 시간을 뺏긴다는 인식은 많이 줄었다고 봅니다. 밥 한 끼 때우고 커피 한 잔을 들이켜며 충전 시간을 보내던 불완전한 시간 쪼개기 경험도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전기차 운전자라면 가져야 했던 부지런함도 필수가 아니게 됐습니다. 밤늦게 돌아와 빈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느니 언제든 비어 있는 전기차 충전 구역에 완속 충전을 걸고 가까운 집에서 편하게 잠듭니다. 푹 자고 일어나면 100% 충전이 되어 있으니 언젠가 쓸 기름값 걱정, 환율 상승에 따른 유가 인상, 오피넷으로 살피던 주유소 별 가격 비교도 할 이유가 없지요.

 

 

한 번에 멀리 가거든 충전 이동 전략도 짜줍니다. 97%까지는 필요 없고 80%씩 해 줘도 됩니다.
한 번에 멀리 가거든 충전 이동 전략도 짜줍니다. 97%까지는 필요 없고 80%씩 해 줘도 됩니다.

 

한 번 완속 충전해 놓으면 주 5일 출퇴근은 거뜬히 버티니까 언제 충전할지 말지는 내 의지로 결정합니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서 커피 마시러 나가는 게 아니고 그냥 끌리는 대로 커피 한 잔만 마시러 갑니다. 어디 멀리 갈 일이 있다 싶으면 전날 밤 완속 충전을 해 놓든, 아니면 30분 일찍 일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당일로 급속 충전하면 그만입니다. 거의 최단 시간으로 표시된 급속 충전 시간은 참고만 하시고요. 절대적으로 믿지는 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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