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설탕 한 숟갈
금요일 저녁 7시, 대구 시내를 관통하는 8차선 도로가 꽉 막혔다. 퇴근길 러시아워였다. 석양이 붉게 영글며 산 뒤로 넘어갈 무렵 나는 100-1번 버스와 도시철도 3호선(모노레일)을 타고서 수성못 역에 왔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걸음을 재촉했다. 완연한 봄 날씨라더니 바람막이로는 한기를 막지 못했다. 두툼한 맨투맨 티셔츠에 기모 달린 청바지 차림이 어울리던 날씨였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을 만큼 날이 쌀쌀했지만 미세먼지가 적어 공기를 들이마시기 좋았다. 수성못에 이르니 LED 가로등과 간판의 불빛들이 물살을 따라 수면을 환하게 비췄다. 물가를 거닐던 거위 한 무리가 울타리로 나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동안 야경 담기 좋은 자리를 찾아 못 한 바퀴를 빙 돌았다. 벤치에 앉아 못 건너편 스타벅스 ..
오늘(6일) 그린카로 빌린 신형 K3를 잠깐 몰아봤다. 퀴즈 이벤트로 받은 3시간 무료 시승권으로 어딜 가볼까 찾다가 '헐티재'로 결정했다. 헐티재는 청도 각북면과 대구 가창면의 경계에 있는 작은 고개인데, 굽은 길과 어우러진 주변 경치가 좋아서 자전거 라이더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지 오래다. 신매역에서 헐티재까지는 유료 도로를 이용해 대략 40~50분이 걸린다. 통행료 지출 없이 다녀오려면 신천대로를 경유해 가창 방면으로 넝머가는 방법이 있지만, 이 구간은 평소에도 통행량이 많아서 도착 시각이 늦어진다.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월드컵지하차도를 지나 삼거리에서 좌회전, 범물터널을 통과해 파동IC로 빠져나와 가창댐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헐티재 가는 길은 가끔 시내버스가 다니지만, 대부분은 차로..
오전 9시 반, 집을 니섰다. 8시부터 빠듯하게 막바지 정리를 했는데도 조금 늦었다. 백화점에서 미리 근무복을 맞추려 했던 계획을 접었다. 어젯밤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도로가 미끄러웠다. 이 때문에 버스 도착 시각도 조금씩 밀렸다. 10시가 다 되어서야 버스가 왔다.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환승하고 조금 더 걸어서 대구 북부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각은 벌써 11시 10분이 지나 있었다. 대구역에 있늠 백화점을 다녀왔으면 버스를 놓칠 게 뻔했다. 11시 반. 강릉행 버스에 올라탔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빈 자리가 많았는데, 오늘 와서 보니 거의 꽉 찼다. 운전기사님은 "이제 딱 세 자리 남았다"며 싱글벙글이다. 탑승객 수만큼 수당을 더 받는 모양이다. 얼마나 달렸을까. 걱정했던 눈발이 거의 멎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