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초여름 날씨, 대구-경산에서 가볼만한 곳?
아침 기온 10도에 낮 최고 기온 27도. 곡우를 갓 지나더니 일교차가 급격히 벌어졌다. 따스했던 햇볕이 강해져 지면을 바싹 데우는 초여름에 접어드는 중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하늘이 가끔 뿌옇게 변해도 오호츠크해 기단에서 불어오는 촉촉한 샛바람(동녘 바람)이 먼지를 밀어내 푸른 하늘을 보여주기도 한다. 쨍하게, 눈부시게 밝던 태양이 산 뒤로 넘어가는 초저녁이면 일몰을 마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저수지랑 강가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곳. 대구·경산에도 그런 스폿이 곳곳에 잘 숨어 있다. 어딜 가볼까?
1. 운암지 수변공원 (대구 북구)
운암지는 내가 찾아간 저수지 중 가장 괜찮았다. 저수지 한가운데의 정자와 저수지 외곽을 감싼 산책로가 잘 정돈돼 있어 다니기 좋았다. 정자를 향해 걸아가면 한 무리의 비단잉어 떼가 나무데크 밑을 유유히 지나며 내 시선을 뺏는다. 수면에 넘실거리는 햇빛과 나무로 울창한 산을 바라보며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아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바로 뒤쪽으로는 등산 코스가 나 있어 안쪽 깊숙이 둘러봐도 좋다. 정자 뒤편 인공암벽을 향하는 조명과 환하게 비추는 주백색 LED 가로등이 환히 비추는 밤에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멋을 보여준다. 집에서 가장 멀지만 또 찾아가게 만드는 마성의 스폿이다. 939번 버스로 간다면 운암중학교에, 937번 버스로는 칠곡 2차 영남타운 앞에서 내려걸으면 가깝다. 공원 안쪽에 15면 안팎의 주차장이 있지만 진입로가 좁아서 차로 이동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참조 글 :
2021.05.17 - [잡사진] - 노란 창포 만발했던 5월, 대구 운암지 수변공원
2021.03.31 - [잡사진] - 대구, 939, 그리고 운암지
2021.04.07 - [잡사진] - 저녁 뷰 운암지, 이건 못 참지
2. 반곡지 (경산 남산면)
반곡지는 사극 드라마(구르미 그린 달빛, 아랑사또전 등) 촬영지로 이름을 알렸던 저수지다. 200년 넘은 왕버드나무의 나뭇가지가 물에 잠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평온하고 차분해져서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오른쪽에 난 복숭아 밭을 등지고 서서 연둣빛으로 치장한 수십 그루의 나무를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둥실둥실해진다. 산책로는 'ㄷ'자로 이어져 있으며 20~25분 남짓이면 다 돈다. 걷는 시간보다 사진 찍는 시간이 더 많은 곳이기도 하다. 봄비가 내린 직후 찾아가면 더 운치가 깊어진다. 하루 1, 2번 다니는 경산 399번(반곡 방향 한정), 남산 2번 버스가 멈췄다가는 곳이지만 차나 택시로 가는 게 훨씬 편하다. 주차장은 30면 안팎이며 전기차 충전소 2기가 운영되고 있다. 사람·주차 혼잡을 피하고 싶다면 주말 오전(9~10시경)이나 평일 오후를 추천한다.
참조 글 :
2021.05.15 - [잡사진] - 저수지에 드리운 왕버드나무를 찾다, 경산 반곡지
3. 대부 잠수교 (경산 하양읍)
정확한 목적지는 대부 잠수교 건너서 바로 오른쪽에 있는 청보리밭이다. 3월 중 잔디만큼 자랐던 청보리싹들이 한동안 내린 봄비와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4월 중 무릎만치 쑥쑥 자랐다. 약한 황사 낀 날씨에도 들판의 초록빛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청보리밭 한가운데 난 광장에는 인스타로 올리기 좋은 벤치와 조형물이 듬성듬성 깔려 있다. 저수지를 낀 수변공원보다는 산책로가 짧아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강가를 노랗게 물들이며 피어난 유채꽃까지 둘러봐도 20분이면 된다. 편의 시설은 운암지나 반곡지보다 부족하나 주차장이 길 양쪽으로 넓게 자리 잡고 있어 차로 가기 좋다. 버스로는 호산대학교로 향하는 809번, 808번, 555번, 708번, 814번, 818번(818-1번 포함), 급행 5번 중 하나를 타고 내리면 된다. 외곽에 있어도 접근성 하나는 기막힌 곳이다.
참조 글 :
2021.05.16 - [잡사진] - 한결 구수해진 청보리밭을 찾아서, 경산 대부잠수교
2021.04.16 - [잡사진] - 반곡지 말고 초록빛 청보리밭 어때? 대부잠수교
2021.03.27 - [낙서장] - 봄꽃 드라이브, 그린카 이용했더니
4. 남매지(경산 계양동)
남매지는 경산에서 규모가 가장 큰 수변공원이다. 왼쪽에 경산시청과 보건소, 오른쪽에 영남대, 경산중·고등학교로 둘러싸여 있다. 3~4년 전에는 주변 정리가 잘 되지 않은 저수지였는데 음악분수에 나무데크를 깔고 전용 산책로를 놓더니 울타리까지 반듯하게 세워 단장을 마쳤다. 한동안 남천을 끼고 산책하다가 홧김에 둘러본 곳인데 공원 내 매점에 커피 마실 곳까지 갖춰져 있어 한 두 바퀴 돌아다닐 만했다. 미로처럼 꾸민 나무데크 구간도 있는데 일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출입이 제한돼 아쉽기도 했다. 한낮보다는 늦은 오후(5~6시)나 초저녁쯤 찾아가 가볍게 돌기 괜찮다. 규모가 커서 한 바퀴 다 돌기만 해도 40분이 걸린다. 버스로는 109번, 압량1, 경산1-1번을 타고 경산시청 건너편에 내리거나 100번, 399번, 509번, 990번, 911번, 남산 1번을 타고 와 경산경찰서 앞에 내려서 길을 건너면 된다. 주차장은 경산시청 바로 뒤편의 2주차장 혹은 남매공원 주차장, 노상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 면수는 넉넉하며 경산시청 2주차장을 추천한다.
참조 글 :
2021.05.06 - [잡사진] - 세찬 바람 불던 어느 5월, 경산 남매지
이 외에도 대구·경산에서 가볼만한 곳은 많다. 중산지 수변공원(경산 중산동), 삼성현역사문화공원(경산 남산면), 월광수변공원(대구 달서구), 대구수목원(대구 달서구), 옥연지 송해 공원(대구 달성군), 다산 은행나무숲(고령군 다산면) 등이 있다. 중산지랑 삼성현 쪽은 아직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고, 나머지는 아직 찾아가지 않은 곳이어서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다. 수성못(대구 수성구)이랑 두류공원(야외음악당 인근 한정)도 평일 낮밤으로는 가볼 만한데 주말은 엄두를 못 내겠다. 미세먼지 걷힌 날에는 대구 앞산공원(대구 남구) 전망대에 올라 야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나머지 스폿들은 산책하는 대로 하나 둘 정리해 올릴 예정이다.
참조 글 :
2021.05.27 - [잡사진] - 경북 칠곡 동명지 수변공원, 낮에 둘러봤습니다
2021.05.26 - [잡사진] - 달빛 품은 월광수변공원, 저녁에 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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