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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사진

벚꽃 엔딩, 반곡지 대신 어디로?

커피스푼 2021. 4. 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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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봄비가 내렸다. 비를 맞아 홀딱 젖어 무거워진 벚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며 꽃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연분홍빛으로 산책길을 물들이던 꽃잎은 지고 파릇파릇한 잎들이 싹을 틔웠다. 바야흐로 벚꽃엔딩이다. 벚꽃은 지난주에 봤으니 다른 곳을 가보기로 했다.

얼른 생각난 곳은 반곡지였다. 4월 초면 벚꽃보다 진한 복사꽃을 피우며 운치 있는 봄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어제부터 온종일 비가 내렸으니 절정은 놓친 셈 치고 가보기로 했다. 일요일인 데다 날씨도 약간 쌀쌀해져서 사람들이 별로 안 모였겠다 생각했다.

집에서 차를 몰고 나와 반곡지에 다다를 즈음이었다. 고갯길을 넘자마자 가장자리에 운집한 차들이 보였다. 설마 하는 생각에 반곡지 주차장으로 깊숙이 들어갔지만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 울타리와 흙길을 따라 걷고 있는 누군가의 가족들, 인스타에 올릴 사진들 담고 있는 누군가의 또래들로 거리가 혼잡했다. 차를 댈 곳도 마뜩잖았다. 그냥 눈으로 흘기며 지날 수밖에 없었다. 힐링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반곡지에서 가까운 삼성현역사문화공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뚜렷한 볼거리는 없지만 쉬러 갈 때 잠깐 들르는 곳이다. 4월에 다시 찾아간 공원은 뭔가를 계속 바꾸더니 규모가 더 커졌다. 전에 없던 묘목이 심겨 있고 포클레인이 들어간 저수지 터엔 울타리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2주차장엔 전기차 2대를 충전할 수 있게 됐다. 아니 이게 언제 다 생긴 걸까? 문이 굳게 닫혔던 전통체험관도 활짝 열려 있었다. 산책길이 군데군데 많이 생겼다.

2주차장 뒤 능선을 따라 난 산책길이 예뻤다. 지다 만 벚꽃이 서서히 꽃비를 뿌리고 있었다. 절정을 갓 지난 벚꽃들이었다. 언덕 위 팔각정, 둥글게 늘어진 벚나무, 나무데크에서 먼 산을 바라보며 한 컷 한 컷 사진을 옮겨 담았다. 빗물을 머금어 질펀해진 산책로를 걷는 느낌도 괜찮았다. 삼성현 역사박물관 앞에 난 분수대를 지나며 느긋하게 30분을 걸었다. 도로가 꽉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한 반곡지보다는 마음이 편했다. 올해 벚꽃 구경은 이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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