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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경북 칠곡 동명지 수변공원, 낮에 둘러봤습니다 본문
26일 이른 점심을 먹고 차 시동을 켰습니다. 차 사진을 찍으려고 잠시 들른 동명지 수변공원을 제대로 둘러보고 오지 못했거든요. 버스로 가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려서 찾아가기는 버거웠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동명 저수지를 입력하니 고속도로를 거쳐서 가도 40여 분, 국도로 가도 1시간 안팎이 걸린다고 하네요. 시간이 급하지 않으니 국도로 둘러가기로 합니다. 만촌동과 복현동을 가르며 산격대교를 건너 국우터널을 지나니 한적해진 칠곡중앙대로가 보였습니다. 왕복 6차선 대로를 따라 달려가니 동명을 가리키는 교통 표지가 등장합니다. 우로 꺾어 한티로에 들어서면 구덕리 방면으로 난 교차로가 나옵니다. 좌회전하면 바로 왼쪽에 동명지 수변공원 제1주차장 진입로가 이어집니다.
다행히 차는 밀리지 않아서 낮 1시 안에 도착했습니다. 구름으로 가득 찬 날씨였지만 동명지를 둘러싼 산책 데크가 길게 쭉 벋은 걸 보니 싱숭생숭했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습니다. 잿빛의 반원형 화장실 건물 우측에는 송림수변교가 우뚝 서 있네요. 다리를 건너면 동명지 수변생태공원 학습장을 연결하는 산책로가 나옵니다. 호젓한 운치를 즐기고 싶어서 왼편에 난 데크를 먼저 걷기로 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둑길 오른쪽 끝은 반환점으로 보이는군요. 바로 앞에 보이는 수변광장을 향해 발을 내딛습니다. 광장까지는 데크가 일직선으로 향하네요. 루프탑을 갖춘 카페와 오른쪽의 울창한 산림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경치를 즐겼습니다. 조금 걷다가 뒤돌아서 현수교(송림 수변교)를 바라봅니다. 다리 정면에서 세로로 담는 것보다 데크로 걸어 나와 바라보니 더 조화롭게 느껴집니다.
노란색 인명구조함이 설치된 구간을 지나니 우측에 수변 광장이 나왔습니다. 팔각형으로 울타리를 잘 둘러놓았네요. 광장 바로 앞에 난 수초는 근처를 날던 새들이 몸을 가누기도 합니다. 수변광장을 벗어나 다시 둑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왼쪽에 벽돌로 치장한 또 다른 카페가 나오네요. 비오는 날 넓은 창가 테이블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기 딱 좋겠군요. 카페 건물을 끼고 데크를 걸으니 오른쪽 위로 계단이 등장합니다. 둑길을 향하는 도로변 산책로입니다.
계단을 성큼 밟으며 올랐더니 완만한 내리막 경사로가 이어집니다. 낮게 뻗어내린 가로수 나뭇가지를 헤치며 지나니 물을 콸콸 쏟아내는 수로가 보였습니다. 비 소식이 있겠다는 예보에 따라 수로를 열어 물을 빼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 폭포음을 뒤로 넘기며 둑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잠자리가 무릎보다 낮은 높이로 주변을 맴도네요. 곧게 난 둑길을 반환점까지 걸었더니 낙석 위험으로 통제된 구간이니 돌아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야산과 저수지 사이로 난 산책로 흔적이 보였는데 방문객 안전을 위해 출입문을 걸어 잠가버렸군요.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합니다. 신발에 흙이 덜 묻게 정비한 모습은 좋은데 앉을 곳 하나 찾기가 쉽지 않군요. 둑길 초입부에 깔린 벤치에 잠시 앉았다가 신발을 고쳐 신고 숨을 고릅니다. 한티로를 오가는 차들을 뒤로한 채 다시 걸음을 이어갑니다. 가로수를 지나서 계단을 천천히 걸어 내려와 데크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오후 1시 반이 넘어가자 카페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더 눈에 띄게 늘었네요. 데크를 걷는 사람들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잠시 나들이를 나온 것이겠지요?
데크 끝까지 쭉 걸으며 현수교 앞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화장실을 잠깐 들러 손을 씻고 다리를 건너기로 합니다. 다리 중간쯤 건너서 저수지를 바라보니 느낌이 또 다르군요. 데크를 걸을 때는 야산에 깔린 송전탑, 나무가 우거진 야산, 가득 담긴 물만 보였는데 하천을 따라 만들어진 모래밭, 물가에 자라난 수초, 물갈퀴를 담그고 있는 몇몇 오리까지 보여서 그림이 풍부해지네요.
다리를 다 건너고 좌우로 굽은 길을 따라가 봤습니다. 왼쪽에 저수지를 끼고 바람을 맞으며 가는 기분은 산뜻하네요.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적당히 불어서 시원했습니다. 쉼 없이 걸어도 좋기만 합니다.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기니 오른쪽에 동명지 생태학습관이 나왔습니다. 정식 이름은 '동명지 수변생태공원 생태체험학습관'이라는데 입에 잘 안 달라붙네요. 곳곳에 벤치가 많이 보이네요. 둑길을 따라 걸었을 땐 그렇게 보이지 않던 벤치가 우후죽순으로 깔려서 쉬다 가기 좋습니다.
생태학습관 왼쪽에는 작은 인공 연못도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연꽃이 활짝 피는 6월 말~7월 초를 맞춰서 찾아가면 근사하게 보이겠네요.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관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생태학습관을 둘러싼 제2주차장은 동명지 수변공원 제1주차장만큼이나 넓어서 차를 대 놓기 마뜩잖을 때 찾아가기 좋겠네요. 제1주차장의 매점과는 거리는 멀지만 화장실을 이용하며 학습관을 둘러볼 수 있으니 접근성이 나쁘지 않습니다. 50kw급(DC콤보) 전기차 충전소도 운영 중이라 전기차로 방문하신다면 제1주차장보다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시계는 어느덧 오후 2시가 지났습니다.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다 차를 댄 제1주차장에 되돌아가기로 합니다. 귓가를 살랑이던 바람은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지요. 산책로를 걷다 다리를 건너 주차장을 둘러봅니다. 오후 1시에 반 이상 비어있던 주차장이 꽉 찼네요. 생태학습관이 있는 제2주차장에 차를 대면 더 편할 텐데 들어가는 길목이 조금 복잡해서 제1주차장을 선호하는 모양입니다.
차 문을 열고 내비게이션 목적지에 임당역을 입력했습니다. 가는 길목에 주유소를 들러야 했거든요. 미리 챙겨둔 탄산수를 꺼내 한 두 모금 마시고 차를 몰았습니다. 오후 2시 반을 앞둔 길 위에는 유난히 차가 많아지네요. 왔던 길을 내려가 임당역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스타벅스에 들렀더니 3시 반이 됐네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아이스 차이 티 라떼를 주문합니다. 메마른 목에 차이 시럽이 들어간 음료를 적시니 피로가 살짝 날아갑니다. 앉은자리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정리하고 일과를 마쳐 집에 돌아가니 오후 6시를 가리킵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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