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출고 후기
드디어 제 캐스퍼 일렉트릭에 새파란 전기차 번호판을 달았습니다. 차는 9월 30일에 받았는데 몇 가지 문제가 생겨서 틴팅 작업이 끝난 10월 8일에야 차를 끌 수 있었습니다. 7월 9일 사전 계약 첫날에 구매 계약했으니까 석 달을 꼬박 기다려서 받은 셈이죠. 캐스퍼 홈페이지로 인수 확정하고 지자체 관공서에 취득세랑 인지대도 냈으니까 어제부터 정식으로 '내 동료가 됐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 총 구매 비용은 보조금 1,087만 원을 제외한 2,054만 원 하고도 약 180만 원이 더 들었습니다. 틴팅 작업으로 15.4만 원, 자동차 보험 가입 비용으로 68만 원, 취득세 60만 원, 번호판 및 인지대 등록비로 3.6만 원, 차량 용품으로 코일 매트와 출장 설치를 요청한 룸미러형 블랙박스, 하이패스 단말기, 번호판 가이드까지 30만 원을 썼습니다. 현대 EV 카드 2.9% 60개월 할부 결제로 들어갈 5년간의 총 이자 156만 원은 더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결정한 캐스퍼 일렉트릭의 선택 사양 구성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컴포트 60만 원, 컨비니언스 플러스 60만 원으로도 주행 환경, 소소한 카 라이프 안에서 모자람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1열을 몽땅 접고 2열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어서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기 좋고요. 운전대 가운데에 켜지는 픽셀 LED 램프는 충전 상황 알림, 주차 접근 거리 경고도 해 주니까 쓸 만했습니다. 사용 중인 스마트폰 갤럭시 S21+은 버스 승하차 태깅하듯 문 손잡이에 찍으면 문 잠김이 풀립니다.
특히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15인치 휠 타이어였습니다. 17인치 휠 타이어는 포장이 잘 된 온로드 환경에서, 산속 꼬불길을 거침없이 달리는 주행 재미에 의미가 있는데 울퉁불퉁하고 모난 곳 많은 우리 주변 도로에서는 편평비 낮은 타이어의 한계가 잘 느껴집니다. 9월 초 1시간을 막 몰아본 시승차로 충분히 경험했던 부분이었지요.
예쁘면 좋다고 넘어갈 수 있다면 익스테리어 패키지도 좋은 선택이긴 합니다. 풀 LED 헤드램프, 루프랙까지는 딱 좋은데 17인치 휠 타이어는 제게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전비를 떠나서 왜 굳이 17인치를 그 안에 묶어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간접식 공기압 센서 말고 TPMS(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를 기본화해서 타이어 공기압을 알기 쉽게 숫자로 보여줄 수는 없었는지 말이죠. 연식 변경이 되거든 17인치 타이어는 선택 사양으로 따로 떼 줬으면 좋겠습니다.
차에 들어간 5W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레이 EV보다 더 세련되고 다루기 더 편했습니다. USB 유선 연결 후 폰 프로젝션으로 작동하는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는 하드웨어 사양보다 인증 관련 여부에 무선화가 결정되는 부분으로 보였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이 내수 한정이 아닌,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등 주요 국가로 수출 판매가 진행되는 만큼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반영되지 않을까 합니다. 급하다면 애프터마켓으로 판매 중인 제품을 거쳐 무선 연결해도 됩니다.
안드로이드 오토용으로는 PD 충전에 대응된 2~3m 길이의 USB A to C 케이블로 꽂아뒀습니다. 운전 점수 기록에 유용한 티맵을 띄우면서 아주 가끔 유튜브 뮤직을 듣는 그 이상으로는 활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음악은 블루투스로 연결된 폰으로 듣던지, 스트리밍 플러스에 가입해서 멜론이나 지니에서 생생히 들려주는 고음질 음원을 들어도 되긴 합니다.
스피커는 트위터 두 개, 앞뒤 도어에 우퍼를 겸한 미드레인지 네 개로 구성됩니다. 고음, 중음, 저음이 모두 '0'으로 설정된 기본값에서 들어본 음질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음균형이 저음에 쏠려서 목소리와 고음이 저음에 묻힙니다. 조금이라도 음질을 좋게 만들고 싶으면 고음 레벨을 -1, 중음 레벨을 -6, 저음 레벨을 -9 정도로 잡으면 됩니다. 음량 11~15 안에서는 적당히 들어줄 만한 수준으로 음질이 좋아지고 바닥이 울릴 만큼 쿵쾅대던 저음이 줄어서 깔끔해집니다.
컨비니언스 플러스로 들어간 무선 충전 패드는 아직 몇 번 써보지 못했습니다. 아이오닉 5, EV6, ccNc가 대응된 더 뉴 투싼의 무선 충전 패드는 열 방출이 잘 되는 구조로 만들어서 고속 충전 효율이 좋았습니다. 다른 캐스퍼 일렉트릭에서 무선 충전 패드를 이용한 일부 운전자들은 무선 충전 속도가 별로 좋지 않아서 거치대형으로 따로 달았다고 합니다. 대시보드 우측 C-타입 USB를 따서 거치대형 기기에 이어준 형태인데요.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닙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에 기인하는 RF 하이패스 단말기는 절묘한 위치에 넣어뒀습니다. A-필러 운전석 귀퉁이, 아니면 글로브 박스, 아니면 대시보드 가운데 위에 3M 테이프로 붙여서 두는데요. 캐스퍼 일렉트릭은 에어 벤트와 인포테인먼트 버튼 사이에 비스듬히 파낸 공간이 있는데 이 자리에 단말기를 두기 딱 좋았습니다. 12V 시가잭에 전원선을 꽂고 적당히 말아서 단말기를 놔두면 됩니다. 웬만한 고속 주행에도 흔들림 없이 잘 버팁니다. 견고하게 뭘 붙이고 하질 않아도 됩니다.
8일부터 3일간 기록된 누적 주행 거리는 173km입니다. 최초 탁송 시 9km, 배터리 충전량 64%였는데 틴팅 업체 안에서 자리 이동과 같은 이유로 3~4km 더 불고 1% 정도 빠졌습니다. 얼추 160km를 탔고 완속과 급속 충전을 한 번씩 마쳤습니다. 충전 목표치는 100% 그대로인데 꽉 채우지는 않았습니다. 필요하면 언제든 몰고 나가면 그만이라 100% 충전은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패스트푸드 같은 급속 충전도 80% 밑으로는 속도가 확 꺾이니까 물고 늘어질 이유도 없지요.
시청 환경과에 저공해자동차 등록하느라 잠시 머물며 배터리를 충전했더니 속도가 빠르긴 했습니다. 배터리 잔량 45%에서 100kW 급속 채비 충전소에 물렸더니 1~2분 안에 66kW를 넘고 20분이 딱 되니까 80%가 찼습니다. 충전 속도는 80%를 기점으로 22kW 밑으로 줄기 시작했죠. 80~85%까지는 머물 만한 가치가 있는데 시간상 여유가 있고 한자리에 설치된 충전소가 많다면 90% 정도는 채워도 상관은 없겠습니다. 충전소 별로 80% 충전 완료 시점에 종료되거나 충전 완료 후 다음 이용자를 위해 10분 이내 자리를 벗어나야 하는 규칙이 있으니 잘 보고 채우길 바랍니다.
전비는 EV3보다 잘 나옵니다. 기름차 몰듯이 경쾌하게 막 몰아도 6~7km/kWh, 서늘한 날에 주변 교통 흐름만 잘 따라가도 8~9km/kWh는 쉽게 뜹니다. 가속 페달을 더 섬세하게 다룰 자신이 있으면 두 자릿수 기록도 가능은 한데 숫자 올리겠다고 회생 제동 레벨 설정을 높이겠다느니, 아이 페달을 켜겠다니 꼭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내 몸에 맞으면 상관없는데 안 맞는 주행 패턴을 억지로 내 몸에 익힐 필요가 없습니다. 주행 가능 거리에 연연하지 말고 편하게 타면 그만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또 들려드리겠습니다. 자동차 번호판 직접 등록하고 달면서 겪은 경험들, 티벡스에서 시공한 틴팅 필름의 품질은 어떻게 느껴지는지, 풀 LED 헤드램프 아니어도 야간 주행에 충분한지, 고속도로를 통한 장거리 주행 시 충전 경험은 어떤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로 알기 쉽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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