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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캐스퍼 일렉트릭 기다리다 사라진 보조금, 병 주고 약 주나 본문
며칠 전 제가 사는 지역의 전기차 보조금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남은 전기차 보조금은 몇 안 되는 우선순위 유형과 택시뿐입니다. 나중에 예산이 더 잡힐 가능성은 없다고 합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에 꽂혀서 7월 사전계약 첫날 구매 계약을 걸고 거의 석 달을 기다렸는데 속이 문드러집니다. 그나마 생애 최초 구매 유형으로 진행 중이라 차 못 받을 걱정은 덜었지만 일반 유형으로 계약한 예비 고객들은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씁쓸한 운명입니다.
제가 주문한 캐스퍼 일렉트릭의 예상 출고일은 또 한 주 미뤄졌습니다. 10월 4주 차입니다. 최초 안내는 분명 9월 5주 차였는데 어째서 어떤 이유인지 한 주씩 네 번을 밀렸습니다. 정확한 출고 연기 이유는 모릅니다. 캐스퍼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 봐도 AI를 마주한 듯 똑같은 답변이었습니다. 지자체의 보조금 대상자 확정 요청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답변 말고 누구나 납득할 속 시원한 대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VOC(고객의 소리)라는 캐스퍼 고객센터의 상위 관계자와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올린 1:1 문의는 지금도 답변이 안 달렸습니다. 7월 사전계약 고객인데 어떻게, 어째서 8월, 9월 본 계약 고객보다 차를 늦게 받을 수 있냐는 물음, 보고된 기술적 문제와 이슈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전화를 받은 고객센터에서는 내부에 알려진 게 없다고 합니다.
하루 아니면 이틀 뒤 울릴 VOC 전화를 꼭 받아야겠습니다. 7월 첫날 사전계약한 예비 고객을 이렇게 넉 달째 기다리게 할 셈인지 두고 보겠습니다. 어쩌면 유럽 시장의 고객보다 더 늦게 받은 캐스퍼 일렉트릭 후기를 더 생생하게 들려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을 담당하는 지자체 환경과에서는 현대자동차에서 구매 계약 서류가 넘어온 상태라서 11월 안으로 어떻게든 차를 받을 수 있겠다는 의견인데 확신이 서지는 않았습니다.
서류 심사 후 보조금 대상자 확정 요청 단계에 있다고 하면 뭐 하나요. 제가 주문한 차가 안 만들어져서 출고센터에 없으면 확정 승인을 해 줄 수 없는 방식인데 말이죠. 제 소중한 시간을 털어서 캐스퍼 고객센터에 쏟는 행위 자체가 그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출고 일정이 수차례 밀리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매번 형식적 답변에 그치니까 없던 고객 불만이 쌓여서 브랜드에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는 겁니다.
오늘 24일 현대자동차에서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위한 새로운 판매 정책(프로모션)을 꺼냈습니다. 9월 2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캐스퍼 일렉트릭을 신규 계약한 고객에게 빽다방에서 계약금 10만 원 할인 쿠폰을 나눠 준다는 소식입니다. 7월에 신라면세점, 8월에 파리바게뜨에서 뿌리는 계약금 할인 쿠폰도 참았는데 빽다방까지 끌고 올 줄은 몰랐습니다.
누군가에게 현대자동차와 빽다방이 펼치는 특별 프로모션이 분명 좋은 소식이긴 합니다. 가을 분위기를 느낄 달콤한 음료도 맛보고 달달한 할인 쿠폰으로 캐스퍼 일렉트릭을 10만 원 더 저렴하게 계약할 기회니까요. 7월 첫날 구매 계약하고도 캐스퍼 일렉트릭을 못 받은 저 같은 고객에게는 뒤통수가 얼얼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은 소식인데 마냥 좋다고 박수는 쳐 줄 수 없는 입장입니다. 구매 고객 입장에서 병 주고 약 주는 기분을 느끼는 중이니까요. 심지어 알아서 잘하겠지, 잊고 지내면 차는 나올 거라고 믿던 고객들에게 역효과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동차 자체만 놓고 보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긴 합니다. 웬만큼 좋지 않으면 좋은 소리 듣기 어려운 자동차 카테고리 안에서도 캐스퍼 일렉트릭은 분명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구매력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주문한 차가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날쌘돌이에 붙던 그 수많은 찬사는 소용없습니다.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내 차가 될 수 없으면 그냥 평범한 남의 차입니다. 누구는 9월 중 계약해서 열흘 만에 로켓 배송으로 받았다고 하면 두 달 넘게 가만히 기다리던 고객들의 기분은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요?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이 있듯이 성을 내고 어린애처럼 생떼를 써야 차를 내주더라 하는 누군가의 출고 소식도 보기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음식도 선입선출을 정확히 지켜서 고객 누군가에게 넘어가는데 제가 주문한 캐스퍼 일렉트릭은 왜 이럴까요? 어째서 일찍 주문한 고객이 더 기다리고 인내하고 참아야 하는 입장이 된 걸까요? 웬만하면 좋게 좋게 지내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삶의 가르침을 지키며 둥글게 지냈는데 위태롭게 흐르는 계약 진행 상황을 보고 있으면 갈수록 걱정만 늡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충성했던 고객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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