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km 운행에 쓴 전기차 충전비, 얼마나 들었을까?

10월에 등록한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지금껏 1,400km를 넘게 달렸습니다. 시내, 교외 지역으로 매일 움직이고 최근 600km 남짓한 장거리 주행을 다녀왔지요. 통행료, 주차비, 용품 구입비를 아우른 첫 달 유지비로 20만 원을 썼는데 전기차 배터리 충전비로는 약 6만 8천 원이 들었습니다. 1회 주유비로 5만 원을 가볍게 넘기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10월에 전기차 충전비로 6만 8천 원을 썼습니다.

 

배터리 충전 방식, 배터리 잔량, 충전 횟수는 일일이 가리지 않았습니다. 동네 앞 이마트에 장을 보는 김에 드물게 급속 충전을 하고 야간 근무 후 집에 돌아올 적에는 가끔 완속 충전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급속 충전은 딱 네 번, 완속 충전은 여덟 번 마쳤습니다.

 

 

마이현대 앱으로 정리한 지출내역입니다.

 

전기차 충전비 결제 수단은 그때그때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블루멤버스 포인트 적립을 위해 현대 EV 카드 위주로 쓰다가 캐스퍼 일렉트릭을 구매 확정하며 적립된 블루멤버스 포인트를 충전비로 대체해 쓰기도 했습니다. 차지비, SK일렉링크, 대영채비 같은 전기차 충전기 운영사에 회원가입 및 차량 등록 시 제공되는 웰컴 포인트, 모두의 충전 앱에서 제공되는 KT 멤버십 제휴 이벤트도 쏠쏠했지요.

 

 

SK일렉링크 충전소에서 급속 충전하던 모습입니다.

 

현대자동차 경산지점에 설치된 SK일렉링크 200kW 급속 충전소에서의 충전 경험도 좋았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 구매 고객에게 3개월간 무료 제공되는 럭키패스 미니 덕분에 회원가보다 저렴하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SK일렉링크 일반 회원은 1kWh에 385원, 럭키패스 미니 구독 회원이면 1kWh에 269원으로 충전됩니다. 문자로 안내받은 티티워시 무료 자동세차 쿠폰 세 장은 유효기간까지 잘 아껴둘 생각입니다.

 

 

모두의 충전 앱으로 적립, 충전한 내역입니다.

 

이마트 경산점에 설치된 한국전력 50kW 급속 충전소는 모두의 충전 앱이 유용했습니다. 웰컴 포인트 3천 점, 캐스퍼 인증 포인트 5천 점, 10월 특별 쿠폰 3천 점, KT 멤버십 포인트 차감으로 얻은 3천 점까지 모두 전기차 충전비로 쓸 수 있었고 로밍 요금도 붙지 않았습니다. 1kWh에 324.4원이니까 1kWh에 269원을 내는 7kW 완속 충전보다 시간 대비 효율적이라 판단했습니다. 딱 33분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배터리가 64%에서 90%까지 찹니다.

 

 

시간 여유가 충분하면 완속 충전이 정말 좋습니다.

 

가장 많이 이용한 충전소는 집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차지비 7kW 완속 충전기입니다. 밤늦은 시간에 들어가도 비어 있는 경우가 흔해서 주차 걱정이 없고요. 보통의 급속 충전 시설보다 케이블이 길어서 후면 주차 후에도 충전 플러그가 쉽게 꽂힙니다. 충전 시 입력 전류는 차량에서 90%로 제한을 걸어뒀습니다. 설정 기본값인 100%로는 충전이 멈춰서 시행착오를 몇 번 거치며 최적의 설정을 알아냈습니다.

 

차지비 완속 충전 요금은 1kWh에 269원입니다. 여덟 번 충전하며 쓴 비용은 대략 4만 원이니까 한 번 물릴 때마다 5천 원 안팎을 썼다고 보면 됩니다. 집에 돌아와 씻고 잠을 자며 몸을 회복할 동안 제 캐스퍼 일렉트릭의 허기도 느긋하게 꽉 채워주니까 오직 충전을 위해서 시간을 흘려야 하는 사례가 전혀 없습니다. 급속 충전은 1시간 이내, 완속 충전은 14시간까지 전기차 충전 구역 점유가 가능해서 그 안에만 자리에서 물러나면 됩니다.

 

 

덕평자연휴게소에 운영 중인 SK일렉링크 급속 충전소입니다.

 

고속도로에서 경험한 전기차 급속 충전 환경은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느낍니다. 영동선 덕평자연휴게소에 설치된 SK일렉링크 충전기만 8기나 있었고 충전 시설도 비교적 최신으로 보였습니다. 당시 EV 인프라 앱으로 NFC 태깅 후 로밍 충전을 했는데도 1kWh에 347원으로 결제가 진행돼 합리적이었습니다. 18%에서 80%까지 충전 시간은 35분이 걸렸고 충전비로 1만 1,667원이 결제됐습니다.

 

 

배터리 잔량이 10% 밑으로 떨어져도 걱정 없습니다.

 

배터리 잔량을 10% 밑으로 떨궈도 목적지까지 못 가겠다는 불안감은 들지 않았습니다. 주유 경고등이 켜진 내연기관차처럼 충전 거점에 찾아갈 만한 전력은 남아 있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20% 이하 시점부터 내비게이션에서 충전소 방문을 권하고 10% 이하 시점이 되면 출력 제한 경고를 띄우며 다시 한번 충전소에 가라는 안내를 강조합니다. 한 자릿 수가 되면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깊이 밟아야 원하는 속도가 뜨는데 운행상 지장은 없었습니다.

 

 

충전에 얽매지 말고 자유롭게 움직이세요.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량은 절반 이상 남든, 그 이하가 됐든 상관없습니다. 내가 충전할 시간 여유가 되면 그때 케이블을 물리면 됩니다. 항상 완충 상태에 가깝게 배터리를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딱히 어디 멀리 갈 것도 아니고 시내 안에서만 여기저기 돌아다닌 뒤에 돌아올 계획이라면 충전을 위한 또 다른 일정을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잠자기 전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습관이 일상인 현대인들에게 전기차 충전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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