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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22일 오후 2시 반, 답사를 위해 카카오 맵을 띄웠다. 며칠 전 가 보라며 추천받은 월광수변공원을 알아보던 차였다. 두류공원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저수지 뷰 맛집이란다. 경로 검색을 하니 대중교통으로 2시간, 차로 30분이 걸린다고 나왔다. 순간 머릿속은 '?(물음표)'로 도배됐다. 세상에. 왜 그리 오래 걸릴까? 자동차로는 유료도로와 터널 하나면 지나면 되는 금방인데 대중교통으로는 반월당과 상인동을 거쳐 'C'자로 크게 돌아간다. 939번 버스로 대공원역에 가서 2호선 지하철로 환승 후 반월당에서 다시 1호선 상인역으로 향한다. 1번 출구 앞 영남고등학교 건너편에서 356번 버스를 타면 마침내 월광수변공원이 보인다. 939번 버스 하나로 몸 편히 가는 운암지보다 더 오래 걸렸다. 이동시간만 꼬박..
아침 기온 10도에 낮 최고 기온 27도. 곡우를 갓 지나더니 일교차가 급격히 벌어졌다. 따스했던 햇볕이 강해져 지면을 바싹 데우는 초여름에 접어드는 중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하늘이 가끔 뿌옇게 변해도 오호츠크해 기단에서 불어오는 촉촉한 샛바람(동녘 바람)이 먼지를 밀어내 푸른 하늘을 보여주기도 한다. 쨍하게, 눈부시게 밝던 태양이 산 뒤로 넘어가는 초저녁이면 일몰을 마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저수지랑 강가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곳. 대구·경산에도 그런 스폿이 곳곳에 잘 숨어 있다. 어딜 가볼까? 1. 운암지 수변공원 (대구 북구) 운암지는 내가 찾아간 저수지 중 가장 괜찮았다. 저수지 한가운데의 정자와 저수지 외곽을 감싼 산책로가 잘 정돈돼 있어 다니기 좋았..
한 달 내내 기른 머리카락을 곱게 잘라낼 겸 집 밖으로 나왔다. 약한 황사 따위 내 외출은 못 막는다. 스벅 임당점에서 고소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카페인 수혈을 했더니 벌써 오후 1시 반. 할 일은 다 끝나서 집에 갈까 휴무라서 못 갔던 이마트에서 장이나 볼까 하다가 한 달 전 그린카로 카셰어링 하며 들른 대부잠수교를 가기로 했다. 스벅 출입문을 나서자마자 북부동 행정복지센터 버스 승하차장에서 809번 버스를 찾았다. 전광판엔 5분 뒤 도착한다는 알림이 떴다. 평소 배차 간격이 27분이나 되는데 카카오 맵의 도움을 참 많이도 받는다. 이윽고 빛바랜 809번 버스가 와서 얼른 출입문에 올랐다. 영남대 앞 대학로에서 벗어나 압량읍내를 향하던 버스는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창문 너머로 금호강이 보였다...
저녁 8시. 거세게 불던 바람이 한결 차분해졌다. 이마트에서 원 플러스 원 증정 행사 중인 미니 꿀호떡이 떠올랐다. 무심코 집 밖을 나와 이마트 경산점까지 걸어갔더니 아뿔싸... 오늘 휴무라는 걸 까맣게 잊었다. 얄팍한 배고픔에 이끌려 카카오 맵을 안 보고 나왔더니 이성이 무뎌졌다. 아쉬운 대로 이마트를 빙 둘러 중산지로 방향을 틀었다. 3분만 더 걸으면 사월역에서 편하게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건 너무 아까웠다. 기왕 나왔으니 중산지의 밤 풍경을 담기로 했다. 커다란 고층 아파트를 마주한 중산지는 엊그제 내린 봄비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펜타힐즈 아파트 단지에서 내보내는 노란 불빛과 주백색 LED 가로등, 길건너 신호등의 요란한 삼색 빛이 물결을 타고 넘실거렸다. 얕은 모래가 덮인 산..
화창한 일요일 오후 무작정 집 밖을 나섰다. 정해둔 목적지 없이 탄 939번 버스는 대공원역을 지나고 있었다. 처음엔 카카오 맵으로 율하 체육공원을 검색했다가 수성 3-1로 갈아탈 곳이랑 배차간격이 마뜩잖아 다른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두류공원에 있는 성당못이다. 어렸을 적 이월드(당시 우방타워랜드) 속 놀이기구를 타면서 들렀던 기억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은 곳이기도 하다. 수성대학교에서 939번 버스를 보내고 609번 버스로 환승 후 대구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내렸다. 가는 데만 대충 1시간 20분이 걸렸다. 오랜만에 찾아간 성당못은 휴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 중인 어르신들, 선캡과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 손 잡고 나무데크를 걷는 연인들, 목..
금요일 저녁 7시, 대구 시내를 관통하는 8차선 도로가 꽉 막혔다. 퇴근길 러시아워였다. 석양이 붉게 영글며 산 뒤로 넘어갈 무렵 나는 100-1번 버스와 도시철도 3호선(모노레일)을 타고서 수성못 역에 왔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걸음을 재촉했다. 완연한 봄 날씨라더니 바람막이로는 한기를 막지 못했다. 두툼한 맨투맨 티셔츠에 기모 달린 청바지 차림이 어울리던 날씨였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을 만큼 날이 쌀쌀했지만 미세먼지가 적어 공기를 들이마시기 좋았다. 수성못에 이르니 LED 가로등과 간판의 불빛들이 물살을 따라 수면을 환하게 비췄다. 물가를 거닐던 거위 한 무리가 울타리로 나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동안 야경 담기 좋은 자리를 찾아 못 한 바퀴를 빙 돌았다. 벤치에 앉아 못 건너편 스타벅스 ..
멀고 먼 운암지를 다시 찾았다. 낮밤의 풍경이 서로 다른 것처럼. 운암지의 저녁 뷰도 분명히 다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동대구역 버스 승하차장에서 937번 버스에 올라 50분이 지났을까. 화성 센트럴파크를 갓 지난 정거장에서 하차 후 운암중학교를 향해 10분을 걸었다. 옷깃을 스치며 불어오는 서늘한 봄바람을 맞으며 운암지 수변공원에 도착했다. 흔한 저수지의 저녁 뷰가 뭐라고 여길 다시 찾다니. 939번 버스로 되돌아갈 1시간 반의 여정은 머리에서 지우기로 했다.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고 난 운암지의 저녁 뷰는 정말 달랐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느라 건조해진 내 눈이 촉촉해졌다. 낮보다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이다. 65인치 4K TV가 보여주는 기계적 선명함과는 격이 다르다. 인공암벽을 비추던 은은한 색조의..
하루 종일 봄비가 내렸다. 비를 맞아 홀딱 젖어 무거워진 벚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며 꽃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연분홍빛으로 산책길을 물들이던 꽃잎은 지고 파릇파릇한 잎들이 싹을 틔웠다. 바야흐로 벚꽃엔딩이다. 벚꽃은 지난주에 봤으니 다른 곳을 가보기로 했다. 얼른 생각난 곳은 반곡지였다. 4월 초면 벚꽃보다 진한 복사꽃을 피우며 운치 있는 봄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어제부터 온종일 비가 내렸으니 절정은 놓친 셈 치고 가보기로 했다. 일요일인 데다 날씨도 약간 쌀쌀해져서 사람들이 별로 안 모였겠다 생각했다. 집에서 차를 몰고 나와 반곡지에 다다를 즈음이었다. 고갯길을 넘자마자 가장자리에 운집한 차들이 보였다. 설마 하는 생각에 반곡지 주차장으로 깊숙이 들어갔지만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 울타리와 흙길을..
하늘을 가리던 미세먼지가 오후에 물러났다. 이상하다. 분명히 31일까지 대기질이 나쁨 수준을 보일 거랬는데 초미세먼지는 좋음, 미세먼지는 보통으로 나온다. 외출하기 딱 좋은 날이다. 아파트 단지 속 벚꽃은 절정을 갓 지났다. 바람 불면 꽃잎들이 사방에 흩날리고 그 흔적조차 사라지겠지.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카셰어링으로 차를 빌려 나가기는 귀찮았다. 날씨가 좋으면 도로에 차들이 꽉 찬다. 교통 흐름에 막혀 스트레스받느니 버스를 타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카카오맵을 띄워 가까운 버스정거장 아이콘을 탭했다. 10분 뒤 939번 버스가 온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노선도를 훑어내리니 운암지공원이 나왔다. 운암지? 처음 들어본 곳이었다. 검색해보니 대구 북구 안에선 유명한 공원이라 한다. 카카오맵에 표시된 ..
촬영 기종 : 삼성 갤럭시 S21 플러스(SM-G996N) 촬영 일시 : 2021.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