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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고베에서 첫날 밤을 보내고 교토로 넘어왔다. 1시간 반 넘게 전철로 달려온 이곳. 교토역에 내리니 건물 위에 우뚝 솟은 타워가 보였다. 저곳이 랜드마크인 교토 타워란다. 저녁 먹기 전에 근사한 야경 한 번 보려고 왔건만. 유리에 반사되는 불빛들이 너무 많아 사진을 담기도 쉽지 않았다. 솟아오른 붉은 구조물들이 눈앞을 가린다. 위에서 내려다 본 교토역. 규모가 큰 건 알겠는데... 이럴 거면 교토 타워 아래 잡아둔 호텔에 머무를 걸 그랬다. 교토역을 마주한 창가 자리라 꽤 운치 있었는데 말이야. 교토역 뒤로 렌즈를 돌리고 만다. 가지고 온 삼각대의 키가 조금만 더 컸다면 그나마 마음에 들 사진을 담았을 텐데... 아쉽고 또 아쉬웠다. 교토역에 마중 나온 택시들을 뒤로하며 교토 타워를 빠져나간다. 안녕.
고베 하버랜드의 랜드마크, 고베 포트타워가 보인다. 빌딩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담았다. 1월 말인데도 무척 따사로웠다. 밤이면 오렌지 빛, 붉은 빛, 초록 빛, 파란 빛, 보랏 빛을 내는 포트타워. 굳이 올라가서 야경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면... 여기서 보이는 모자이크와 관람차 불빛이 너무 따스했거든. 넋 놓고 셔터를 눌렀다 뗀다. 바다가 보이는 이곳은 호텔 라 스위트 고베 하버랜드. 붉게 타오르는 아침 햇살을 조용히 담는다. 훼리를 따라 출렁이는 물결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매일 여기서 아침을 맞는다면 너무 큰 욕심이겠지?
부산 가면 꼭 다녀온다는 그곳. 감천문화마을이다. 여기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뭔지 모를 상쾌함을 느낀다. 형형색색 조그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푸근함을 이루는 이곳. 내년에도 이 풍경 그대로 눈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4월, 해넘이가 시작된 구마모토의 늦은 오후. 난 토리초스지 버스정거장에 서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쇼핑가를 걷다 들른 오카다 커피. 1층은 말캉말캉한 커피 젤리를 파는 상점, 2층은 카페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카페 안은 차분하고 따뜻했다. 신문지와 책장 넘기는 소리, 커피잔 받침 소리가 귓가를 속삭였다. 덥지도, 춥지도 않았던 날씨. 따뜻한 블렌드 커피로 속을 데웠다. 진한 커피 향과 약간의 신맛, 씁쓸한 뒷맛의 조화가 절묘했다. 그대로 훅 들이키기 아쉬워 크림 한 스푼을 담근다. 부드럽게 목을 넘기는 커피 몇 모금에 기분이 좋아졌다. 디저트로 달콤한 몽블랑을 시켰다. 크림 산을 걷어내 꾸덕꾸덕한 밤 크림을 찾는다. 블렌드 커피 한 모금에 녹여 넘기는 그 맛이란... 기분이 묘하다. 인스턴트 커..
미친 듯 일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친구와 고베로 떠났다. 이 때가 아마 올 1월 말이었으려나... 우리는 걷다 지쳐 향내 그윽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어느 번듯한 2층집 스타벅스로 발길을 향했다. 안은 초콜릿 탁자와 의자, 빛바랜 조명으로 자리를 채웠다. 꽁꽁 언 몸이 이곳 분위기에 사르르 녹아내린다. 뭘 마실까 고민하다가... 달콤한 바나나의 유혹에 끌렸다. "여기 초코라떼 바나나 코코아랑 화이또 초코라떼 바나나 코코아 한 잔요~" 아, 한 잔은 동생꺼였다. 너무 단 거는 싫다고 해서 시킨 맛챠(녹차) 라떼. 근데 이게 제일 맛있었다는 후문. 고베에 분명 뭘 보러 갔던 거 같은데. 왜 난 이게 더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