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 쏘카 시승 후기
오랜만에 쏘카를 이용했습니다. 몰아본 차종은 디 올 뉴 싼타페입니다. 2.5리터 가솔린 터보 7인승 모델에 트림 등급은 익스클루시브, 선택 사양은 아무것도 안 달린 기본형 상품입니다. 가격은 3,623만 원입니다.
기본형 싼타페의 값어치는 충분해 보였습니다. 고급형 ADAS(운전자 주행 보조)가 묶인 현대 스마트센스를 달지 않아도 기본화된 ADAS 장비가 넉넉합니다. 정전식으로 그립을 감지하는 운전대는 주행 중 위험하다 싶으면 진동 경고를 일으키고 초음파 센서 대신 레이더로 후석 승객 여부를 더 정확히 알아냅니다.
헤드램프, 리어램프는 둘 다 LED로 빛납니다. 프로젝션형이 아닌 MFR(소형 반사판 방식) 헤드램프로도 야간 운전에 필요한 시야는 거의 확보됩니다. 광원에 따른 밝기의 차이, 직진성, 조사 범위가 달라질 수는 있으나 풀 LED 헤드램프가 아니라서 만족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내 구성은 부족할 게 없었습니다. 기본형 모델임에도 웬만한 편의 장비가 다 들어갑니다. 더 뉴 투싼에서 익숙하게 만지던 공조 장치, 알아서 최신화되는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있으면 좋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앞뒤로 열리는 양방향 멀티 콘솔, 멜란지 니트로 마감한 천장과 각 필러까지 딱히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는 안 달려 있지만 주변 시야가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전방과 좌우, 후방이 비교적 잘 보입니다. 카니발, 혹은 대형 SUV를 가끔 몰던 운전자에게 익숙합니다. 후방 모니터의 화질과 표시 범위는 이질감이 없었습니다. 주차 거리는 앞뒤에 달린 초음파 센서로 가늠합니다. 전방 아래가 보닛에 살짝 걸치는데 그랜저보다는 거리 예측이 쉽습니다.
인조 가죽으로 감싼 운전석 착좌감은 허전합니다.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가 적용된 프레스티지 트림은 좌판이 길고 등받이 좌우의 공기주머니가 부풀어서 안정된 운전 자세를 만드는데, 기본형 모델은 운전자를 잡아주는 느낌이 느슨합니다. 운전대의 위치 조절 범위는 상하로 괜찮은데 앞뒤로는 짧아서 좌판을 바짝 당기게 됩니다.
2열 도어는 직각에 가깝게 열립니다. 보통의 SUV보다 승하차가 편하고 안에 들어가 앉았을 때 레그룸, 헤드룸, 발 공간이 넓어서 대형 SUV에 머문 듯한 느낌을 줍니다. 좌판 길이는 1열과 비슷하고 쿠션은 대체로 푹신합니다. 좌판을 뒤로 더 물리고 등받이를 더 눕히면 세상 편한 자세가 됩니다.
3열은 키 180cm 이하의 사람이 앉아도 됩니다. 2열 좌판은 맨 뒤에서 10cm 앞으로 당기고 등받이는 일반적인 각도로 세우면 됩니다. 신발코를 못 넣을 정도로 발 공간이 없어서 2열 시트 조정 없이는 어렵습니다. 쿠션이 얇고 허벅지 앞이 뜨지만 7인승 SUV의 형식적 3열보다 훨씬 낫습니다. 좌우로 컵홀더에 USB-C 포트, LED 독서등, 에어컨 바람까지 나옵니다.
네모반듯한 싼타페는 차박을 시도했을 때 장점이 커집니다. 2열 등받이는 옆에서 접을 수도 있지만 뒤에서 버튼으로 접는 게 더 쉽고 빠릅니다. 3열을 세웠으면 등받이 뒤에 달린 끈만 쓱 잡아당기면 됩니다. 두툼한 에어 매트 하나 올리면 작은 방 하나가 뚝딱 만들어집니다. 우측 뒤에 220V 인버터도 있으니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기 위한 전자기기 충전은 일도 아닙니다. 진정한 차박을 원한다면 파워뱅크 하나쯤 트렁크에 실어야겠지만요.
넓은 공간은 마음에 드는데 운전이 재밌지는 않습니다. 더 뉴 투싼, 스포티지보다 몸집이 커서 거동이 둔하고 가감속 반응도 느릿합니다. 나보다 온 가족의 편안한 승차감에 더 집중한 모델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노면을 읽어주는 능력도 현저히 낮습니다. 주행 성능보다는 중장거리를 무난히 잘 다녀오기 위한 세팅에 가깝습니다.
무려 7시간 반을 빌렸는데 실 주행 시간은 겨우 1시간 반 남짓입니다. 신비감이 없어서 굳이 길게 탈 이유가 없었습니다. 안팎의 특징은 전에 몰아본 싼타페 하이브리드로 다 알고 있었고 더 뉴 쏘렌토, EV9과 시장 맥락이 다 똑같았습니다. 18인치 휠에 신긴 넥센의 로디안 GTX는 더 뉴 투싼으로 많은 경험을 쌓아서 새롭지 않았습니다. U턴 회전 반경이 투싼보다 더 작아서 의외로 기동성이 좋은 점 말고는 해 줄 말이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곳곳에 파낸 컵홀더, 1열보다 넓은 2열 유리, 진짜로 타고 내리는 3열까지 모든 부위를 다시 살핀 싼타페의 결론은 같습니다. 우리나라보다는 미국과 중동, 호주 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보입니다. 우리 눈에 익숙한 형태의 더 뉴 쏘렌토와는 다릅니다. 머물지 않고 개척하며 도전적인 삶을 사는 운전자에게 더 값어치 있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투싼보다 더 작은 차를 원했던 제게 싼타페는 어떻게 해도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분명해졌습니다. 현대 드라이빙라운지에서 경험한 첫 싼타페는 시장 흐름을 관찰하기 위한 모델이었고 쏘카로 다시 빌린 싼타페는 경험한 주행 데이터와 실내 구성을 재확인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날 의지가 생겼다면 모를까, 나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겠다면 캐스퍼 같은 차가 딱입니다. 잠깐 구매를 고려했던 EV3가 카셰어링으로 풀리거든 한 번 길게 몰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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