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설탕 한 숟갈
그랑 콜레오스 가격, 쏘렌토·싼타페 비교해 보니 본문
그랑 콜레오스의 가격이 공개됐습니다. 하이브리드는 세제혜택 후 가격으로 3,777만 원, 가솔린 모델은 3,495만 원부터 시작됩니다. 르노 코리아가 바라는 경쟁 모델 쏘렌토, 싼타페에 딱 맞췄는데 예비 고객들이 혹할 만한 가격은 아닙니다. 2열 거주성 확대, 12.3인치 동반자석 화면, ADAS(첨단 운전자 보조) 기본화를 내세워도 애매합니다. 왜 그런지 쏘렌토, 싼타페의 트림 별 가격과 품목을 일일이 비교해 봤습니다.
예비 고객 수요 비중이 높은 하이브리드는 어떨까요? 그랑 콜레오스의 테크노 트림은 쏘렌토의 프레스티지(3,786만 원)와 노블레스(4,112만 원) 사이, 싼타페의 익스클루시브(3,888만 원)와 프레스티지(4,136만 원) 사이에 대응합니다. 쏘렌토 프레스티지에서는 스타일, 12.3인치 클러스터, 드라이브 와이즈, 스마트 커넥트, 싼타페 익스클루시브에서는 동반자석 전동 시트, 하이테크 플러스, 플래티넘 I을 추가한 사양으로 비교가 됩니다.
금액으로는 그랑 콜레오스 테크노 트림이 합리적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쏘렌토 프레스티지에 선택 사양 네 가지를 더한 값이 4,187만 원, 싼타페 익스클루시브에 선택 사양 세 가지를 더한 값이 4,077만 원입니다. 위 트림으로 올려야 달아주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도 그랑 콜레오스 테크노 트림에서 기본입니다. 비슷한 사양의 쏘렌토보다 410만 원, 싼타페보다 3백만 원 저렴합니다.
그럼에도 가격이 애매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온 가족이 탈 중형 SUV에 2열 열선이 빠집니다. 룸미러도 전자식(ECM)이 아닌 일반적인 주야간(D&N) 룸미러가 달리고 하이패스 자동 결제 시스템도 없습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도 안 됩니다. 선택 사양이라곤 12.3인치 동반자석 디스플레이, 전자동 주차(풀 오토 파킹), 후방 긴급 제동 보조, 스피커 8개 이 모두를 한 묶음으로 준비한 패키지밖에 없습니다. 넣고 싶으면 375만 원 더 내고 트림을 아이코닉으로 올려야 합니다.
선택의 시간은 확실히 줄여줍니다. 쏘렌토, 싼타페에서는 가능한 6인승, 7인승 선택지도 없고 지붕 위가 넓게 보이는 파노라마 선루프, 혹은 듀얼 와이드 선루프도 없습니다. 단 1%대에 불과한 국내 시장 점유율, 선택 사양 다변화가 어려운 회사의 상황을 고려하면 납득은 되지만 적어도 기본 품목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좀 더 고민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2열 열선, 전자식 룸미러, 하이패스 자동 결제 시스템이 없으니 트림을 아이코닉으로 올려야 한다는 제안은 예비 고객 입장에서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르노 코리아는 시장에서 주력 트림으로 간주될 테크노보다 아이코닉(4,152만 원)을 더 많이 팔고 싶어 하는 의중입니다. 테크노 트림에서 제안했던 한 묶음 패키지가 그대로 다 들어갑니다. 착좌감 좋은 나파 인조 가죽 시트에 천장과 A-필러는 멜란지 패브릭 내장재, 1열 도어 트림 앰비언트 램프, 알루미늄 장식으로 덮어서 실내 만족감과 기능성을 높였습니다. 테크노 트림에서 한 가지였던 선택 사양도 아이코닉에서는 세 가지로 열립니다.
그랑 콜레오스 아이코닉 트림과 비슷한 쏘렌토 노블레스, 싼타페 프레스티지 트림에 들어서면 상품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기본형 트림에서 보완되지 않던 전동식 테일 게이트(쏘렌토), 프로젝션형 풀 LED 헤드램프(싼타페)가 보완되고 2열 햇빛 가리개, 220V 인버터를 비롯해 현대 기아만의 선택형 편의 사양이 대폭 늘어납니다. 싼타페에 파킹 어시스트 플러스 I을 추가하면 서라운드 뷰 모니터를 넘어서 후측방 모니터, 차를 앞뒤로 꺼내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까지 됩니다.
그래서 아이코닉 트림의 세제혜택 후 가격을 4천만 원 밑에서 잡아야 한다고 봤는데 르노 코리아는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4천만 원 위에서는 쏘렌토, 싼타페의 상품성이 더 돋보입니다. 공기주머니로 운전 자세를 더 편안히 만들어주는 에르고 모션 시트, 졸음 쉼터 휴식에 유용한 1열 릴렉션 컴포트 시트, 상하 앞뒤로 움직이는 전동식 운전대까지 그랑 콜레오스에서는 볼 수 없을 기능들입니다.
가격이 4,325만 원인 에스프리 알핀 트림은 그나마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쏘렌토 시그니처 그래비티(4,455만 원), 싼타페 캘리그래피(4,621만 원)의 틈새를 공략할 그랑 콜레오스의 최상위 모델입니다. 아이코닉 트림에서 제안하던 20인치 알로이 휠에 다크 틴트 장식을 더하고 더 조용한 타이어를 신겼습니다. 블랙 알칸타라, 블랙 스웨이드 내장재, 블루 바늘땀 장식, 프랑스를 상징하는 삼색 라벨을 입혀서 안팎의 고급감을 높였습니다.
물론 풍성한 편의 사양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에스프리 알핀으로도 부족함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쏘렌토, 싼타페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기능으로 경험해 왔는데 오랜만의 신차로 호기심을 띄우던 그랑 콜레오스에는 없으니까요. 더구나 신차 공개 직후 터진 브랜드 관련 이슈로 대중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기도 전에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실적 달성을 기대했던 르노 코리아의 영업 일선, 국산화 노력을 기울이던 분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얹힌 그랑 콜레오스는 쏘렌토, 싼타페와 다른 위치에서 접근할 모델로 보입니다. 스포티지, 투싼보다는 높게,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은 쏘렌토, 싼타페보다는 낮은 가격에 파고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호기롭게 쏘렌토, 싼타페에 근접한 가격에 올려놨습니다.
트림 별 상품 구성은 하이브리드 모델과 큰 틀에서 같습니다. 테크노 트림이 3,495만 원, 아이코닉 3,860만 원, 에스프리 알핀 3,995만 원, 에스프리 알핀 사륜 4,345만 원이라면 그냥 1.6 가솔린 터보 최상위 모델로 퉁치겠습니다. 스포티지 시그니처 그래비티(3,392만 원)에 모니터링 팩(69만 원), 투싼 인스퍼레이션(3,439만 원)에 파킹 어시스트 III(83만 원)로 끝내겠습니다. 오래된 QM6 가솔린을 살리는 게 회사 입장에서 그렇게 중요하다면 시장 반응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신차를 들고나와도 예비 고객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면 소용없습니다. 고객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케팅, 인플루언서와 미디어들의 입을 빌리는 마케팅 말고 다른 마케팅을 구상할 때입니다. 기아 EV3 테크 데이 행사처럼 어떤 기술이 축적돼 있고 어떤 부분에서 차별화했으며, 왜 이 가격에 그랑 콜레오스를 팔게 됐는지 설득시킬 차례입니다. 기회는 여러 번 주어졌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르노 코리아의 미적지근한 자세가 아쉽기만 합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
2024.07.18 - [이 차 저 차] - 그랑 콜레오스? 액티언으로 하고 말지
2024.07.13 - [이 차 저 차] - 그랑 콜레오스 가격, 얼마면 될까?
2024.06.29 - [이 차 저 차] - 그랑 콜레오스, 실물 본 느낌은?
2024.07.15 - [이 차 저 차] - 토레스 쿠페? 액티언! 사전 예약 시작
2023.12.04 - [이 차 저 차] - 2024 싼타페 하이브리드 2WD 시승 후기
2023.08.17 - [이 차 저 차] - 디 올 뉴 싼타페? 더 뉴 쏘렌토? 가격표 살펴보니
2023.07.20 - [이 차 저 차] - 신형 싼타페 디자인, 어떻게 생각하세요?
2023.10.07 - [이 차 저 차] - 2024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2WD 시승 후기
2023.07.25 - [이 차 저 차] - 더 뉴 쏘렌토 디자인, 바뀐 점은?
2024.05.04 - [이 차 저 차] - 2024 투싼 하이브리드, 가솔린과 다른 점은? 비교 시승 후기
'이 차 저 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스퍼 일렉트릭에 밀린 캐스퍼? (2) | 2024.07.26 |
---|---|
액티언 실내 공개, 토레스보다 좋은가? (0) | 2024.07.24 |
그랑 콜레오스? 액티언으로 하고 말지 (1) | 2024.07.18 |
토레스 쿠페? 액티언! 사전 예약 시작 (0) | 2024.07.15 |
그랑 콜레오스 가격, 얼마면 될까? (0) | 2024.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