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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EV3 롱레인지 어스 시승 후기 본문
EV3를 시승하고 왔습니다. 찾아간 곳은 기아 대구강북 지점입니다. 운영 중인 시승차는 EV3 롱레인지 어스 트림 풀옵션 모델입니다. 외장 색상은 오로라 블랙 펄, 실내 색상은 미디움 그레이, 선택 사양으로 빌트인 캠 2, 드라이브 와이즈,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모니터링,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19인치 휠 및 타이어, 와이드 선루프가 묶였습니다. 가격은 세제혜택 후 기준으로 약 5,235만 원입니다. 보조금은 대구에서 909만 원, 경북 경산에서 1,196만 원이 지원됩니다.
안팎은 6월에 미리 본 EV3 롱레인지 모델과 같습니다. 19인치 휠에 신겨놓은 타이어만 달랐습니다. 1층에 전시된 EV3 GT-라인은 넥센의 엔페라 슈프림 S EV, EV3 시승차에는 한국의 아이온 에보 AS를 끼웠습니다. 타이어 규격은 215/50 R19, 하중 지수는 97, 속도 지수는 H로 둘 다 동일합니다.
트림 등급을 알아내는 또 다른 특징은 바퀴를 감싼 펜더로 결정됩니다. 블랙 유광으로 덮었으면 GT-라인, 플라스틱 클래딩으로 둘렀다면 어스 트림입니다. 여기에 1열과 2열 창틀이 플라스틱으로 드러나 있으면 에어 트림입니다. 어스 트림에는 EV9과 비슷한 형태의 풀 LED 헤드램프, 제동등이 세 갈래로 뻗는 고급형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기본이고 에어 트림에는 그보다 단순화된 MFR LED 헤드램프, 양쪽 뒤 방향지시등과 제동등이 전구형으로 빛납니다.
안에서 느낀 소재, 구성의 만족감은 EV6, EV9를 아우릅니다. 12.3인치 클러스터, 세로형 5인치 공조 화면,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대시보드 앞에 일렬로 나란히 세웠습니다. 정전식 그립 감지 기능을 넣어둔 더블 D-컷 운전대, EV9보다 정확하게 안 눌러도 되는 물리버튼, 직관적으로 잘 만든 온도 및 풍량 조절 레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뒤로 꺼냈다 숨기는 슬라이딩 센터 콘솔은 가운데 빈 공간을 상하로 쪼개거나 늘리는 파티클 보드 역할을 맡습니다. 뒤로 숨기면 좌우 컵홀더와 뒤쪽 수납함을, 앞으로 꺼내면 팔 받침을 겸하는 간이 선반이 됩니다. 기차 객실, 시청각실의 좌석 수납형 선반처럼 운전자, 혹은 동반자석으로 90도 꺾을 수 있게 만들었다면 활용성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운전석 착좌감, 운전대 조절 범위, 전방 시야는 소형차로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운전대를 앞뒤로 꺼내는 거리가 길고 풋 레스트와 페달에 발을 두는 거리가 자연스러웠습니다. 좌판 길이는 성인 남성 기준으로 적당했고 옆구리를 감싼 등받이의 사이드 볼스터도 다소 여유로웠습니다. 쿠션감은 대체로 푹신하고 망사형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댔을 때 인조가죽으로 마감한 헤드레스트보다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2열로 넘어가 봤습니다. 제 기준으로 운전석 위치를 맞추고 가늠한 주요 공간의 너비는 니로 EV와 비슷했습니다. 차 길이는 짧은데 폭이 넓어서 뒤에서 1열을 보면 셀토스에 견줄 만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등받이는 다소 서 있어서 후방 시야를 가리지 않으려면 2열 좌판 아래 레버로 등받이를 뒤로 더 눕히는 게 좋습니다. 무릎 공간(레그룸)은 주먹 두 개, 머리 공간(헤드룸)은 주먹 한 개가 꽉 끼는 정도며 발 공간도 모자라지 않는 수준입니다.
트렁크 용량은 뒷유리를 가리지 않는 유럽 VDA 기준으로 460리터 정도입니다. 프렁크로 준비된 25리터가 나머지 수납공간을 보완합니다. 과속방지턱 넘을 때 뒤에서 박스째로 덜커덕거리는 출고차량 지급품, 타이어 리페어 키트 정도는 승객석 밖의 프렁크에 넣어도 무방하겠습니다. 나중에 2열로 가지 않고도 트렁크 밖에서 2열 등받이를 접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차 시동은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기존에 경험한 파생형 전기차, EV3 직전 모델에서는 OFF, ACC, IGN, Ready로 네 단계를 거쳤지만 EV3 이후 전기차 전용 모델은 OFF, Power On, Ready 세 단계로 줄어듭니다. V2L 이용을 위한 유틸리티 모드, 혹은 Ready 단계에서 가능했던 고전압 배터리 사용도 Power On 단계에서 바로 됩니다. OFF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떼고 전원 버튼을 누르면 Power On, 페달을 밟고 누르면 Ready로 건너뛰기 되는 식입니다.
공조 온도를 21도로 맞추고 큰 도로에 나왔습니다. 비탈진 인도에서 차도로 넘어가는 구름 질감은 사뭇 달랐습니다. 저속에서 물렁거리던 EV9, 조금은 단단했던 EV6보다 매끄럽습니다. 앞바퀴 궤적을 따라 뒷바퀴가 아스팔트 포장면에 닿는 순간 부드럽게 쭉 굴러갑니다. 기본값으로 잡힌 회생제동 레벨 1, 주행 모드 노멀에서 잠시 굴려본 느낌은 구름 저항이 억제된 내연기관차 같았습니다. 노면 해상력이 좋지는 않지만 웬만한 투과음은 잘 걷어냅니다.
50km/h 이내의 중저속 승차감은 니로 EV, 코나 일렉트릭보다 좋았습니다. 타이어 덕분에 실내로 들리는 노면 소음이 더 뉴 투싼, 스포티지보다 조용합니다. 상하로 덜렁대는 범위가 좁고 남은 흔들림도 잘 잡아줍니다. 맨홀 뚜껑 자리를 일부러 밟기도 하고 깨지고 갈라진 노면을 향해도 비틀대는 움직임이 적습니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 잘 맞춘 스프링 경도(레이트)만으로도 안정감이 잘 느껴집니다.
팔달교를 건너서 신천대로에 EV3를 올려봤습니다. 80km/h 안팎으로 달리며 매전대교 지하차도를 지나갑니다. 속도가 착착 붙는대로 밑에서 들리는 타이어 소음도 비례하며 커지는데 코나 일렉트릭, 니로 EV보다 확실히 덜합니다. 노멀 모드에서 운전대가 살짝 노는 느낌이 들기는 하나 노면을 따르는 타이어의 방향성이 일관적입니다. 이음매를 만나도 상하로 꿈틀대지 않고 차분하게 자세를 잡아줍니다.
서대구 IC 방향으로 게속 가려다 교통량이 한적한 환경사업소 근처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과속방지턱을 몇 차례 넘어본 소감은 그야말로 깔끔 그 자체였습니다. 뒷바퀴 착지 후 한 번 더 눌러주는 파생형 전기차, 기존 세대의 전기차 움직임과는 다릅니다. 스트로크가 짧은 편인데도 너무 무르거나 단단하지도 않았습니다. 근래에 타 본 전기차 중 부분변경된 폴스타 2 싱글 모터(2024)와 유사합니다. 40km/h까지는 탄력으로 잘 밀어내고 그 위로는 뒤가 덜컹댑니다.
급커브 구간에서는 일부러 속도를 높여보기도 했습니다. 약 언더스티어 성향을 띠는데 밖으로 잘 밀리지 않았습니다. 컴포트 셋업에 치중한 차일수록 차가 기우는 범위가 커지기 마련인데 EV3는 제법 안정적이었습니다. 타이어 특성 때문에 젖은 노면에서 일부 허둥대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나 일상 주행에서 이 정도면 누구나 좋은 점수를 줄 만합니다.
신호 대기를 위한 감속 후 정차, 출발 후 가속감은 보다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내연기관 기준으로는 더 뉴 투싼, 스포티지로 7단 DCT의 경쾌한 주행감에 익숙한 운전자들이 좋아할 만한 세팅입니다. 8단 자동변속기가 맞붙은 코나, 더 뉴 셀토스보다는 반응이 즉각적입니다.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 변위량이 더 많아져서 노멀 모드가 차라리 낫습니다.
회생 제동 모드도 우측 패들로 꾹 눌러서 켜는 오토 모드(스마트 회생 시스템 3.0) 말고 왼쪽 패들 꾹 누르면 켜지는 i-페달 3.0 1단계가 괜찮았습니다. 시동을 껐다 켜도 내가 설정한 i-페달 작동 단계가 유지됩니다. 버전 업된 스마트 회생 시스템은 개입 범위가 커브길, 속도 제한 구역, 교차로 좌/우 회전, 과속 방지턱, 회전 교차로까지 넓어져서 브레이크 페달로 발이 덜 가게 만들었다곤 하나, 작동 시 느껴지는 움직임은 여전히 인위적이며 다소 보수적이었습니다.
전비를 신경 쓰지 않고 40분간 막 몰아본 결괏값은 6.8 km/kWh입니다. 배터리 용량은 86%에서 83%,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428km에서 410km로 줄었습니다. 얌전히 몰면 603km, 험하게 몰면 254km 밖에 못 달린다는 주행 거리 예측 안내는 참고할 만했습니다. 볼트 EV, EUV 클러스터에 안내된 최소, 최대 주행 가능 거리 값을 참조한 계기판 구성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19인치 휠 및 타이어는 원한다면 넣지 못할 이유가 없겠습니다. 기본으로 꽂히는 17인치(타이어 규격은 215/60 R17, 제품은 금호의 솔루스 TA51), 49만 원 더 내면 달아주는 19인치 바퀴나 보조금 차이가 없습니다. 폭은 똑같은데 편평비가 낮다면 공기가 상대적으로 덜 들어간다는 말이 되니까 온도에 따른 공기압 변화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심 안에서 조용하게 타고 싶으면 19인치, 주행 소음은 살짝 커져도 마일리지를 길게 갖고 싶으면 17인치 바퀴가 괜찮겠습니다.
EV3는 전기차 입문을 앞둔 고객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충전의 번거로움, 전기차 캐즘, 시장의 대세는 하이브리드라며 내연기관차를 권하지만 이렇게 잘 익은 모델을 경험도 하지 않고 건너뛰는 선택은 하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계약을 걸었는데 3인 이상의 내 가족이 편하게 타야 할 전기차라면 EV3로 기울지도 모릅니다. 판단은 둘 다 시승차가 나온 뒤에 해도 되는데 지자체 보조금이 동나지는 않았는지도 잘 살펴서 결정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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