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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지난 3월 말 인제스피디움 콘도로 1박 2일 주말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엔 가적 네 명이서 묵으려고 패밀리 더블로 잡았는데 각자 사정이 생겨 나 홀로 1박 여행을 하게 됐습니다. 경북 경산에서 강원 인제로 올라가는 데만 5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경험치를 풍부히 쌓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경산역에서 인제스피디움으로 출발한 시각은 토요일 오후 4시 반이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은 안드로이드 오토로 연결한 네이버 지도를 쓰기로 하고 이용 중인 스마트폰은 센터 플로어 안쪽 무선 충전 패드에 올렸습니다. 차에 수납된 카셰어링 주유 카드, 주유량, 예상 도착 시간을 얼추 살피고 곧바로 운전 여행에 나섰습니다. 고속도로 진입 전 파악한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주행감, 승차감은 이미 익숙했습니다. 막내 여동생의 첫 차 더 뉴 ..
장맛비가 잠깐 멈춘 일요일 오후, 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달콤 짭짤한 콜드브루를 받아서 찾아간 곳은 반곡지입니다. 시간이 텅 빈 주말이면 늘 생각나는 물멍스폿인데요. 지난 며칠 비가 쉬지 않고 내렸음에도 이곳 주차장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낡고 오래된 티가 나던 화장실은 컨테이너형 신축 화장실로 완전히 변경됐고 바로 건너편 카페 두 곳엔 어딘가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왜 이리 많았을까요? 이날의 반곡지가 보여준 그림은 제 머릿속 물음을 말끔히 씻어냈습니다. 며칠 새 비가 쉬지 않고 내려서인지 한눈에 봐도 물이 많고 탁도가 낮아져서 물빛에 반사된 주변 풍경들이 오늘따라 선명했습니다. 구름으로 빈틈이 없던 하늘은 푸른 물감을 풀어서 사람들의 넋을 잠시 홀리고 있었습니다. 늘 보던 그..
6월 24일 토요일 아침 8시. 윙윙거리는 스마트폰 진동에 눈을 뜨고 말았습니다. 평소였음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과 밀린 유튜브로 시간을 흘렸을 텐데요. 이날은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여겼던 등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한낱 등린이에 지나지 않아서 동네 뒷산이나 갈까 하다가 무심코 목표를 올려버렸습니다. 가을철 억새밭으로 유명한 '화왕산'으로 말이죠. 집(경북 경산)에서 경남 창녕 화왕산까지는 차로 1시간 남짓 걸립니다. 고속도로보다 일반국도의 접근성이 훨씬 좋습니다. 25번 국도를 따라 밑으로 쭉 내려갔다가 청도 IC 지나서 연결된 20번 국도로 우회전하면 됩니다. 한적한 풍각농공단지 도로를 달리다 차로 폭이 좁아지면 마을을 지나며 고개를 두 번 넘습니다. 왼..
지난 25일 목요일. 밀양 위양지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사는 대구 경산 지역에도 저수지가 천지삐까리(경상도 방언으로 '매우 많다'는 뜻)인데 뭐 하러 밀양까지 찾아갔냐고요? 인스타 알고리즘이 보여준 사진 몇 장이 저를 위양지로 이끌었습니다. 수면에 비친 이팝나무, 저수지 한가운데 지어진 정자(亭子)가 아름답고 멋져 보였거든요. 경산 압량읍에서 밀양 위양지까지 차로 가면 1시간 20분(일반국도 기준), 고속도로로 질러가도 5분밖에 안 줄어듭니다. 25번 국도로 간늪사거리까지 쭉 가서 밀양시청 방면으로 우회전, 24번 국도를 타다 춘화삼거리에서 위양지 안내판을 따라 우회전하면 금방 나옵니다. 차 많고 복잡한 대구 시내를 관통하며 찾아가는 팔공산보다 가는 길이 쉽습니다. 특이한 점은 위양지 주차장 진출입로였습..
어제(10일) 주말을 맞아 차 시동을 걸고 커피 한 잔 하러 나왔습니다. 찾아간 곳은 며칠 전 포스팅한 모건커피라운지입니다. 주차장은 어디선가 찾아온 차들이 빈 곳을 하나 둘 채우고 있었습니다. 점심 직후라서 차 댈 곳은 다행히 듬성듬성 남아 있었습니다. 카페 바로 옆에서 운영 중인 자동차 정비소는 셔터를 활짝 열어둔 채 손님 맞을 준비를 하더군요. 주차 후 매장으로 들어섭니다. 오늘은 어느 커피를 마실까 메뉴판을 살피다 맨 위의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로 정했습니다. 주요 특징으로 "장미, 블랙베리, 복숭아, 바닐라, 부드러운 바디감"이라는 한 줄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같은 에티오피아 계열인 베라코와 할로 베라티는 시큼하거나 달달한 쪽에 속한 가지치기 품종으로 보였습니다. 마셔 보면 뭔가 다르겠죠? 주..
지난 토요일(4일) 카셰어링 앱 그린카로 레이를 또 빌렸습니다. 경산에서 차로 한 시간 걸리는 '고령 은행나무숲(다산 문화공원 옆)'에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더 미루다간 절정을 놓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달까요? 아침 9시가 되기 전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10분쯤 걸려서 카셰어링 존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전날 밤 사둔 편의점 도시락으로 아침을 때웠는데 길 건너 뚜레쥬르가 보이네요. 홀린 듯 문을 열고 들어가 오븐의 온기가 채 식지 않은 단팥빵, 슈크림빵 하나씩 담고 운전하면서 마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샀습니다. 목발 짚고 헐레벌떡 숨을 고르며 카셰어링 존으로 향합니다. 세 번째 만남인 더 뉴 레이는 멀리서 봐도 알아볼 만큼 익숙해졌습니다. 동반자석 뒤편 슬라이딩 도어를 열어 목발을 눕히고 차 주변을 어슬..
반곡지는 경산의 가장 대표적인 힐링 스폿입니다. 예전에는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지역 내 인스타 명소로 불립니다. 봄에는 복사꽃, 여름에는 녹음 짙은 왕버드나무,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뒷산과 공존하는 시골 정취, 겨울에는 거울처럼 비치는 잔잔한 저수지 풍경을 보려고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날 좋은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군가는 이곳에서 에너지를 얻고 가족과 추억을 만들기도 합니다. 지난 토요일(24일) 찾아간 반곡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점심 무렵 차를 대고 내리니 따사로운 햇살, 청량한 공기, 어딘가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이 주위를 에워쌉니다. 흰 선만 그어졌던 공영 주차장에는 장애인, 여성, 경차 전용 주차면이 따로 생겼고 경계가 모호했던 ..
지난주 목요일(30일) 경북 안동에서 잊지 못할 밤을 만났습니다. 밤 9시쯤이었을까요? 자동차 라디오에서 흐르던 임재범 님의 곡 "이 밤이 지나면"은 월영교로 향하던 교육생들의 감성을 적시기 충분했습니다. 굽이진 강변도로를 따라 도착한 월영교 공영주차장은 어딘가에서 피어난 물안개로 가로등 불빛을 퍼뜨리며 누군가를 홀리고 있었죠. 밤공기에 미스트를 뿌린 듯 사방은 촉촉하고 서늘했습니다. 월영교 한가운데에 놓인 월영정은 등대지기처럼 저 멀리서 이리 오너라며 신호를 보냈습니다. 따스하고 환한 불빛에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발걸음을 사뿐히 옮겼습니다. 평균대 위에서 균형 잡듯 좌우를 번갈아 살피던 두 눈은 어느 순간 방향타를 놔 버린 사공 마냥 한 곳에 고정되고 말았습니다. 분명 발아래는 6m 깊이의 강물로 넘실..
지난 일요일(15일) 스벅에서 시간을 보내다 멀리 길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냥 집에 돌아가기엔 날씨가 화창했거든요. 노트북이 든 백팩, 텀블러가 든 에코백을 어깨에 두르고 100-1번 버스에 오릅니다. 어린이회관에서 대구 3호선 모노레일로 갈아타고 칠곡 운암역에 내리니 뭔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1년 전 대구-경산 저수지를 물색하며 찾아갔던 운암지 수변공원이 걸어서 15분쯤 닿을 곳에 있었죠. 등 뒤에 오던 939번 버스는 나중에 집에 돌아갈 때 타기로 합니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쭉 뻗은 활엽수를 따라 터벅터벅 걸으니 눈앞에 운암공원 표지가 나옵니다. 방문객 대부분이 동네 주민처럼 보이지만 경사진 계단을 성큼 오르면 가족 단위로 나들이 온 사람들, 데이트하러 온 외지 사람들이 곳곳에서 햇볕 쬐..
중산지는 요즘 경산에서 산책할 만한 저수지 공원 중 하나입니다. 펜타힐즈 아파트 단지 속 작은 휴식처로 떠오릅니다. 어릴 적 섬유를 짜던 옛 새한(구 제일합섬) 방직 공장 터에는 30층 안팎의 고층 아파트와 학교, 종합상가 건물이 차례로 들어섰죠. 단지 한가운데 조성된 중산지 공원은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쉼터로 불립니다. 늦은 오후 햇볕을 쬐거나 환한 불빛 덕에 밤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이름을 알리는 중입니다. 집에서 중산지까지는 걸어서 대략 30분 걸립니다. 빅데이터로 쌓인 보통 사람들 걸음으로는 그렇지만 제가 걸으면 20분대로 단축됩니다. 보폭이 크고 걸음이 빠르거든요. 날이 너무 더워 못 걷겠다 싶으면 100-1번 혹은 939번 버스를 타고 가도 괜찮습니다. 카카오 맵 로드뷰에만 보이는 4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