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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웠던 5월 제주...

커피스푼 2018. 6. 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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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갑작스러웠다. 엄마랑 막내를 데리고 제주도에 가다니. 항공권마저 구하기 쉽지 않았던 5월 초 황금연휴였다. 한 달 전 말해줬음 좋았을텐데, 그것도 일주일 전에 가자고 막 조르는 게 아닌가. 여행 일정은 5월 4일부터 6일까지였고, 어디에서 출발하든 제주로 날아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비행기가 안 되면 배로 가면 되니까. 부산항에서 제주항까지 여객선을 타고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저녁 7시에 출발해 아침 7시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어차피 못 구하는 항공권을 대신해 1박 숙박과 교통편을 여객선으로 해결했다. 12명이 묵는 2층 침대방에서의 하룻밤은 별로 개운치 않았다. 커튼을 가려도 새어 들어오는 불빛, 낡은 여객선의 진동과 소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출항하기 전에 치킨 한 두 마리를 못 사온 게 못내 아쉬웠다.

 

5일 아침 6시, 제주항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사람들이 웅성대며 캐리어를 끌고 나오더니 곧장 식당칸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엄마랑 막내, 나도 바삐 움직여 대열에 합류했다. 운이 좋게도 창가 자리 쇼파에 앉아 따가운 아침 햇살을 맞을 수 있었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도착할 제주를 무려 12시간 걸려서 가다니. 다음엔 꼭 비행기로 가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여객터미널에 내렸다.

 

당시 머물던 제주 도두항 근처입니다.
도두항 근처에 앉아서 쉬던 모습입니다.

 

다행히 이날의 제주 날씨가 좋았다. 버스를 타려고 조금 걸었더니, 바로 옆에 택시운전사가 승차 권유를 해서 곧장 제주공항으로 갈 수 있었다. 20분을 달려 도착한 제주공항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아침 요기를 하고, 렌터카 셔틀버스 정류장에 갔다. 크고 작은 온갖 셔틀버스들이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예약해둔 회사의 셔틀버스로 사무실에 도착해 차를 받고 곧장 여정에 나섰다. 전기차라서 기름을 때워 달리는 차보다 조용했다.

 

제주시새우리 메뉴판입니다.
딱새우김밥과 다른 메뉴를 사봤습니다.
제주시새우리에서 구입한 딱새우김밥입니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제주시새우리였다. 딱새우김밥이 워낙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간 테이크아웃 전문점이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설 만큼 인기는 있었는데, 막상 이호테우해변을 보면서 먹어본 맛은 기대보다 못했다. 간이 싱겁고, 치자로 물들인 듯한 밥알이 떡밥처럼 뭉쳐서 딱새우의 맛을 느끼기 어려웠다. 해변으로 가는 중 구입한 편의점 베트남쌀국수, 5분마다 하늘을 가로지른 비행기들이 작은 위안이 됐다.

 

도두항에 정박해 있던 고기잡이 배입니다.
도두항 주변 풍경은 이랬습니다.
도두해녀의 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도두해녀의 집에서 주문한 전복 물회입니다.

 

한 시간 반을 보내고 전복물회를 먹으러 도두항에 찾아갔다. 제주 현지도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이라는데, 메인은 모르겠고 반찬들이 더 맛있었다. 양념국물의 간이 싱겁고 들어간 전복의 양이 별로여서 그저 그랬다. 강릉의 어느 해변 횟집에서 먹은 활어회덮밥, 잡어물회보다 못했다. 맛집 원정을 연속으로 실패한 기분이 들어서 살짝 언짢았다. 공항이 바로 보이는 도두항의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랬다.

 

협재해수욕장 풍경은 이랬습니다.
협재해수욕장 바위에 걸터앉아 바라본 모습입니다.
협재해수욕장 주변 풍경은 이랬습니다.

 

차에 올라 두 번째 목적지인 한림공원으로 향했다. 차를 충전시킬 겸해서 찾아간 곳이었는데 입장료가 생각했던 것보다 비쌌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들어가볼까 하다가 결국 비싼 가격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길 건너편에 있는 협재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말로만 듣던 에메랄드 물빛, 스펀지처럼 질펀히 빠지는 백사장이 인상적이었다. 신발 밑창에 모래가 잘 달라붙지 않아서 더 좋았다. 현무암 바위에 앉아 비양도를 호젓이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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