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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폰도, 자동차도 아닌 CPU를 사전 예약한다고?

커피스푼 2021. 3.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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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11세대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사전 예약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두 눈을 의심했다. 이달 31일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출시를 앞두고 샵다나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받고 있었다. 현대차가 신차를 출시하거나 삼성전자가 갤럭시 S21을 정식 론칭할 때 쓰던 사전 예약 마케팅을 CPU에 씌울 줄이야. 가상화폐 채굴 붐으로 컴퓨터 부품 시세가 마구 날뛰니 이벤트로 수요에 힘을 보태는 모양이다. 3월 26일까지 주문한 제품에 한해 사전 예약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고 31일부터 배송이 진행된다.

 

샵다나와에서 진행 중인 사전 예약 이벤트는 3가지다. 치킨 2마리 세트 증정(95명), 모바일 문화상품권 5천 원(200명, 퀴즈), 티라미수+아메리카노 레귤러(800명), 빽다방 아이스 아메리카노(100명, 퀴즈), 피자L 한 판+콜라(100명), 스타벅스 달콤한 디저트 세트(100명, 퀴즈)를 추첨 경품으로 제공한다. 구매 시 기본 제공되는 사은품은 없었다. 유명 컴퓨터 전문 쇼핑몰인 컴스클럽, 아이코다, 컴퓨존에서도 셋 중 하나 이상의 인텔 얼리버드 이벤트가 걸려 있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신제품으로 구매 시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위험요인을 감수하는 초기 구매자 전용 혜택으로 사전 예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흔한데, CPU를 이런 마케팅에 써먹을 줄은 몰랐다. 3월은 신학기 수요 비중이 높아 가격을 종잡기 쉽지 않은데도 수입제조사 및 유통사의 프로모션은 오히려 과감해졌다. 부품들이 비정상가에 공급 중인 현 시장에 맞서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정상가로 돌아올까? 애석하게도 올 가을까지 추세가 이어진다는 예상이 많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 투자한 사람들은 머스크 형님이 언제 또 한 번 단단히 올려줄 거라 믿는다. 채굴 붐으로 타격받는 곳은 비단 PC 시장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량이 부족해서 이들의 고객사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라인을 줄이거나 신차 출시 일정을 뒤로 미뤘다. 차세대 먹거리와 연결된 딥 러닝 연구 기반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컴퓨터에 관심이 1도 없던 주부들, 되팔렘마저 그래픽카드 재테크에 뛰어드는 세상이다. 엠바고(보도 및 노출 금지)라는 보호 장치가 무색하게 80만 원 안팎에 등록된 지포스 RTX 3060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라데온 RX 6700 XT마저 블랙홀처럼 누군가의 채굴장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곧이어 나올 지포스 RTX 3080 Ti, 3070 Ti 조차 사전 예약으로 사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시국에 게임을 위한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는 과욕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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