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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대한민국 : 터키 여자배구 8강전, 닮은 점 많은 두 팀 본문
오늘(4일) 아침 9시 대한민국과 터키 여자배구 대표팀이 도쿄올림픽 8강전을 치렀습니다. 한때 김연경 선수랑 페네르바체 SK에서 같이 뛰던 터키 리그 선수들이 보여서 반가웠죠. 페네르바체의 에다 에르뎀(대표팀 주장), THY(터키항공)의 세이마 에르잔, 바키프방크 메리엠 보즈 선수가 눈에 띄더군요. 바키프방크 SK 감독인 지오바니 귀 데티가 터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습니다. 터키 리그를 오랜 기간 경험했던 김연경 선수는 터키 팀의 공수 특성, 선수 별 성향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터키 팀은 VNL(발리볼 네이션스 리그)에서 대한민국 팀을 3-1로 이겼던 경험이 있는데요. 올림픽 8강전 진출은 이번이 두 번째라더군요. 다년간의 올림픽 무대 경험과 끝장 승부에 강한 대한민국 팀, 터키 외 유럽 무대까지 경험을 두루 쌓은 선수들로 라인업을 짠 터키 팀이 우세할지는 붙어봐야 했죠.
세트 싸움은 쉽지 않았습니다. 1세트 초반 기세는 17-25로 터키가 잡더니 2세트에서 25-17로 대한민국 팀이 세트스코어를 되가져왔죠. 가장 치열했던 3세트는 28-26으로 두 번의 듀스를 거쳤습니다. 4세트는 18-25로 3~4점의 애매한 점수 차에서 잔실수를 범하며 세트스코어는 2-2 동률이 됐죠. 5세트부터 다시 시작된 경기도 박빙을 이뤘습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더군요. 침착했던 우리 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도 어중간한 주심 판정에 항의했을 만큼 날을 세우더군요. 그렇게 경기는 9-9, 9-10으로 서브 득점을 허용하며 터키에 한 점 뒤지고 있을 때 박은진 선수가 교체 투입됐습니다.
대한민국 팀은 5세트에 강하다고 했던가요? 라바리니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습니다. 센터 박은진 선수의 목적타성 플로터 서브(무회전 서브, 야구로 치면 너클볼과 같은 타법)를 받던 터키 팀이 흔들리며 4점을 연속 실점하더군요. 터키 팀 선수들이 당황하기 시작했고 귀 데티 감독도 두 차례 타임 아웃을 써 가며 우리 팀 분위기를 끊으려 애썼습니다. 14-13, 한 점 차까지 따라붙던 끝장 승부는 김연경 선수의 공격으로 4강 진출을 결정지었습니다.
세트스코어 3-2로 4강 진출이 확정되자 터키 팀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두 번째 작전 타임부터 주눅 들어 있었고 웜업 존 선수들도 침울한 표정을 지었죠. 혹시나 했던 일말의 기대감은 우리나라 센터진(MB* 양효진, 김수지)의 블로킹, 클러치 박(OH** 박정아), 라이트(OP***) 김희진, 공을 끝까지 쫓아가던 세터(S) 염혜선,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던 세터 안혜진에 가로막혔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배구 포지션 용어 및 올림픽 대표 선수 명단(12명)
* MB(Middle Blocker) : 미들 블로커, 포지션 명으로 센터에 속함.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 기업은행), 박은진(KGC 인삼공사)
** OH(Outside Hitter) :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 명으로 레프트에 속함.
김연경(상하이), 박정아(한국도로공사), 이소영(KGC 인삼공사), 표승주(IBK 기업은행)
*** OP(Opposite Hitter) : 아포짓 히터, 포지션 명으로 라이트에 속함.
김희진(IBK 기업은행), 정지윤(현대건설)
S(Setter) : 세터. 염혜선(KGC 인삼공사), 안혜진(GS 칼텍스)이 주전 세터로 뛰고 있죠.
Li(Libero) : 수비 전문 선수. 우리나라 대표팀은 오지영(GS 칼텍스)이 맡고 있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니 우리나라와 터키 팀은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움직임이 급하고 볼 기술의 섬세함은 떨어지며, 범실도 적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선수 체격 분포도 대체로 비슷했죠. 미들 블로커(센터)인 에다 에르뎀만 키가 188 cm, 나즈 아이데미르(페네르바체, 세터)가 187 cm나 됩니다. 비슷한 포지션인 센터 양효진은 190 cm, 김수지는 188 cm, 레프트 박정아가 187 cm입니다. 5세트 싸움은 4번 포지션(전위 왼쪽)을 누구로 두느냐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는데요. 우리나라는 김연경을, 터키는 제흐라 귀네슈(센터)를 택했습니다. 초반에 점수 차를 두자는 전략이었는데 나중에 치열한 한 점 싸움을 벌이더니 15점 안팎에서 잔 실수가 적던 우리나라 팀이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다음 경기는 8월 6일에 치릅니다.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과 브라질 8강 경기에서 이긴 팀과 맞붙는데요. 두 팀 다 강한 상대라 쉽지 않은 경기를 펼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러시아가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년 전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얻는 2019 여자배구 예선 대회에서 1·2세트를 따고도 3·4·5세트를 차례로 내줬거든요. 러시아가 5세트를 이기며 E조 1위를 확정하며 티켓을 뽑는 바람에 우리나라 여자배구팀은 2020년 1월 아시아 지역 예선을 거쳐 결승에 올라온 태국까지 꺾어야만 했습니다. 태국의 경쾌한 속공, 재빠른 이동 공격도 보기 좋았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한 번 붙어본 브라질보다는 러시아가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강한 팀에 더 강한'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저력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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