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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갤로퍼 같은 박스형 산악 SUV, 국산차로 안 나오나요? 본문
유행은 돌고 돕니다. 옛 것은 시대 흐름에 안 맞는 고리타분한 존재일까요? 레트로 문화의 바람을 타고 나온 곰표 팝콘, 금성 맥주, 진로 이즈 백 소주는 또 하나의 식음료로 자리 잡았죠. 자동차도 다르지 않습니다. 람보르기니의 옛 카운타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정판 쿤타치는 전 세계 자산가의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속에서 탄생한 지프는 "이 세상, 내가 가지 못할 길은 없다"라며 오프로더의 감성을 꽉 채웠죠. 수십 년 전부터 똑같은 얼굴을 한 G바겐은 유명인들에게 사랑받는 차로 이름을 알리는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90년대 향수를 자극했던 코란도, 무쏘, 갤로퍼가 있었는데요. 지금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정통 오프로드 SUV는 이제 수입차 브랜드의 독무대가 됐습니다. 다시 볼 기회는 없을까요? 국내에 수입 판매 중인(될) 몇 가지 모델을 알아봤습니다.
1. 지프 랭글러
랭글러(Wrangler)는 지프의 오프로드 정통성이 가장 뚜렷한 차로 손꼽습니다. 미국 군용차 윌리스 MB를 기반해 만들어진 랭글러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 개척 정신이 잘 녹아있죠. 승차 인원에 따라 2-도어 및 4-도어, 지붕 탈부착 여부에 따라 소프트탑 컨버터블과 하드탑으로 나뉩니다. 중심을 잡는 가지 모델로는 도심형 스타일의 사하라, 험로 주행에 최적화된 루비콘이 있고요. 잠시 동안 모습을 감췄던 해변가 테마의 아일랜더까지 나왔죠. 외장 색상은 비키니 클리어 코트, 펌킨 메탈릭 클리어 코트 등 최대 13가지나 됩니다.
국내에는 루비콘과 오버랜드(사하라와 비슷) 4-도어 위주로 수입 판매됩니다. 파워트레인은 272 마력과 40.8 kg.m 토크를 내는 2 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 8단 자동 변속기로 구성되며 루비콘에는 락-트랙(Rock-Trac) HD, 오버랜드에는 셀렉-트랙(Selec-Trac) 4륜 구동 시스템이 들어갑니다. 타이어 세팅도 다릅니다. 루비콘은 LT(경트럭용) 255/75 R17 MT(머드 타이어), 오버랜드는 255/70 R18 규격의 사계절 타이어를 낍니다. 판매가는 2-도어 루비콘이 6,340만 원, 4-도어 오버랜드 6,590만 원, 루비콘이 6,690만 원입니다. 파워 탑이 추가되면 각각 6,940만 원과 7,040만 원이 되기도 합니다.
2. 포드 브롱코
브롱코(bronco)는 미국의 야생마를 가리킵니다. 1966년 지프 CJ-5의 경쟁 모델로 데뷔한 브롱코는 1992년 출시한 첫 익스플로러에 무게 중심이 쏠리며 1996년 5세대 모델을 끝으로 단종을 맞았죠. 그 후 24년이 흘렀습니다. 2020년 7월 복귀한 브롱코는 지프 랭글러를 벤치마킹하며 1세대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F-150 랩터와 레인저 등 픽업트럭 개발 노하우를 반영하고 과거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구성으로 많은 오프로더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차명 레터링을 그릴 한가운데에 꽂아서 한층 강인하고 터프한 느낌이 드는군요.
브롱코의 라인업은 랭글러만큼 촘촘합니다. 2-도어 및 4-도어로 나누면서 베이스부터 퍼스트 에디션까지 트림이 7개나 되거든요. 외장 색상은 벨로시티 블루, 사이버 오렌지 등 11가지이고요. 지붕도 소프트탑 혹은 하드탑, 전동으로 여닫는 파워탑으로 나뉩니다. 지프 레니게이드처럼 4-도어 모델에 스타일링을 더한 브롱코 스포츠도 있습니다. 좁게는 지프 랭글러와 레니게이드, 넓게는 랜드로버 디펜더까지 벤치마킹한 두 가지 맛 브롱코로 경쟁한다는 의도가 보이네요.
파워트레인은 서로 다릅니다. 브롱코는 2.3 에코부스트(273 마력, 42.85 kg.m 토크)와 2.7 에코부스트 V6 가솔린 터보 엔진(314 마력, 55.3 kg.m 토크), 수동 7단 혹은 자동 10단 변속기가 맞물리고요. 브롱코 스포츠는 1.5 에코부스트 3기통(183 마력, 26.26 kg.m 토크)과 2.0 에코부스트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253 마력, 38.3 kg.m 토크), 자동 8단 변속기가 들어갑니다. 타이어도 브롱코는 30 인치 사계절 타이어부터 35 인치 MT(머드 타이어)까지, 브롱코 스포츠는 17 인치 사계절 및 올-터레인 타이어를 신습니다. 시작 가격은 브롱코가 2만 8,500~5만 6,915달러(한화 약 3,327~6,645만 원), 브롱코 스포츠는 2만 7,215~3만 8,160달러(한화 약 3,177~4,454만 원)입니다.
3. 랜드로버 디펜더
디펜더(Defender)는 영국의 군용차를 기반한 다목적 4륜 구동 SUV입니다. 처음에는 뚜렷한 차명 없이 시리즈 I, 시리즈 II 식으로 제식 명칭만 붙다가 1980년대에 시리즈 III 단종 후 랜드로버 90(숏-보디)과 110(롱-보디)으로 차명이 바뀝니다. 90과 110은 각각 바퀴 간 거리(휠베이스)를 인치(inch)로 나타낸 거라는군요. 89년에 랜드로버가 디스커버리를 시판하면서 "디펜더"라는 정식 차명이 붙게 됐습니다. 디자인 변경 없이 2016년까지 이 차를 그대로 만들어냈다는 게 신기할 정도네요.
국내에 수입 판매 중인 디펜더는 2020년 출시된 뉴 디펜더입니다. 얼핏 보면 미니 컨트리맨이 우락부락해진 느낌이군요. 트림은 차종(90 및 110) 별로 네 가지입니다. 기본형과 X-다이내믹(스포티 스타일링), X(고성능 모델)로 나뉩니다. 상시 4륜 구동과 2단 트랜스퍼 박스, 올-터레인 지형 반응 시스템을 기본으로 달고 나머지는 안팎 패키징을 점점 더 좋게 만들었군요.
파워트레인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결합한 3.0 직렬 6기통 디젤 엔진(249 마력 및 58.1 kg.m 토크, 300 마력 및 66.3 kg.m 토크)과 자동 8단 변속기가 들어갑니다. 색상은 판게아 그린, 곤드와나 스톤, 후지 화이트 등 여덟 가지고요. 가격은 디펜더 90이 8,410~1억 3,560만 원, 디펜더 110이 8,930~1억 3,540만 원부터 시작됩니다. 나머지는 옵션 및 액세서리 선택에 따라 추가되는 식입니다. 미국산 랭글러나 브롱코보다는 진입 가격대가 높긴 하네요.
4.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벤츠 G-클래스는 우리에게 "G바겐"으로 잘 알려진 차종이기도 합니다. 연예인들의 럭셔리 지프로 불리죠. G-클래스에서 "G(Gelände)"는 독일어로 "지형(Terrain)"을 나타냅니다. 독일산 군용 지프로 출발해 1979년 첫 모델(W460)이 나왔습니다. 영국산 디펜더처럼 숏-보디와 롱-보디로 나란히 팔리다가 롱-보디만 살아남았군요. 국내 수입 판매 중인 G-클래스는 2018년 출시된 W463입니다. 안팎의 변화가 별로 없다시피 해서 충돌 안전성 문제가 가끔 거론되는데요. 유로 NCAP 충돌 테스트에서 별 다섯 개 등급을 받아 안전성을 입증했습니다.
국내에는 G 400 d, G 63 AMG가 수입 판매 중입니다. G 400 d에는 2.9 리터 직렬 6기통 디젤 엔진(330 마력, 71.4 kg.m 토크)과 9G-트로닉 변속기, G 63 AMG에는 4 리터 V8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585 마력, 86.6 kg.m 토크)과 AMG 스피드시프트 TCT(토크-클러치 변속기) 9G를 맞물렸습니다. 모든 지형을 타 넘기 좋게 만들어졌지만 기본 타이어는 275/50 R20 일반 사계절 타입이군요. 유럽 및 중앙아시아 지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이 차로 산을 다니는 모습은 거의 못 봤습니다. 험로보다는 온로드 주행이 더 많은 차이니까요.
주문 및 계약은 랜드로버 디펜더처럼 원하는 옵션과 액세서리를 추가하는 커스터마이징으로 진행됩니다. 스타일링을 더하거나 오프로드 주행에 알맞게 바꾸면 다른 인상의 G-클래스가 만들어지죠. 시작 가격은 G 400 d가 1억 6,060만 원, G 63 AMG는 2억 1,760만 원이고요. 한정판인 G 63 AMG 에디션은 2억 4,560만 원입니다. 클래식한 멋, 오프로드의 정통성, 자동차 수집이 취미인 자산가라면 망설임 없이 구매할지도 모르겠군요.
5. 코란도 (구형, KR10 계획 중)
코란도(Korando)는 지프 CJ-5를 양산했던 과거의 신진자동차 시절로 돌아갑니다. 1969년이었을까요? 70년대 시대극에서 검은색 관용차로 등장했죠. 코란도 주인이 신진에서 거화로, 동아자동차, 대우자동차를 거쳐 지금의 쌍용차로 바뀌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개성 뚜렷했던 차임은 틀림없습니다. 제 눈에 익숙한 코란도는 93년 출시된 이노베이션 코란도에 더 가깝군요. 티볼리 대·중·소로 불리던 몇 년 전의 뷰티풀 코란도와 전혀 다르기도 합니다. 올-터레인 내지 머드 타이어가 기막히게 잘 어울렸거든요.
판다(panda)가 떠오르는 2세대 뉴 코란도도 보기 좋았습니다. 무쏘의 뼈대에 메르세데스-벤츠의 엔진과 변속기를 품던 그 시절의 코란도는 2030의 시선을 끌었죠. 1996년 등장해 2005년까지 만들어졌죠. 당시 코란도의 후속 모델이 쌍용 액티언이었다는 게 아직도 의문스럽긴 합니다. 2011년 액티언을 대신해 나온 코란도 C는 예전의 그 우직한 인상이 사라졌습니다. 도심 친화적으로 디자인을 고치면서 매력이 반감됐죠. 2015년 티볼리의 얼굴을 그대로 옮겨서 길게 늘인 코란도는 기술적 시도만 좋았지, 밖에서 본모습은 그저 그랬습니다.
곧 코란도 e-모션이라는 전동화 모델이 나올 예정이라는데 전혀 기대가 안 되네요. 세기말 코란도를 닮은 KR10 콘셉트 카 스케치, 시험 주행 차 목격담이 넷상에 가끔 올라오는데요.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만 듭니다. 나온다 해도 지프 레니게이드와 포드 브롱코, 브롱코 스포츠 후광에 가려질 게 눈에 선하군요.
6. 현대 갤로퍼 (단종)
갤로퍼(Galloper)는 90년대 초 현대정공 시절 나온 4륜 구동 SUV입니다. 오프로드 SUV 제작 기술이 부족해서 당시 제휴 중인 미쓰비시에 부탁해 라이선스 생산을 허락받았죠. 1세대 파제로를 가져와 한국형으로 만든 모델이 갤로퍼입니다. 91년 디젤 롱-보디 모델로 처음 나왔다가 94년 안팎을 손 본 뉴 갤로퍼에 접어들면서 숏-보디 모델이 나왔죠. 잠깐 나왔다 사라진 3.0 V6 가솔린 말고도 밴 라인업을 추가하며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던 차라 하겠습니다.
97년이 되어서 나타난 갤로퍼 2, 1년 뒤 나온 갤로퍼 2 이노베이션은 눈에 띄게 곡선이 많이 들어갔군요. 세련된 승용 느낌을 더하려고 범퍼와 헤드램프, 사이드 가니쉬를 바꾸고 숏-보디 일부 모델은 리어 스포일러까지 달았군요. 2000년대에 들어 3.0 V6 가솔린을 없애고 동급 배기량의 LPG 엔진을 채운 모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QA-5 프로젝트 하에 후속 모델이 계획 중이었다는데 경쟁 차종인 무쏘와 렉스턴, 쏘렌토에 치이며 갤로퍼는 2003년을 끝으로 단종을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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