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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두 시간 타 보고 왔습니다 본문
새벽 비로 도로를 적시던 월요일(24일),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대구 서부 오토스퀘어(시승센터)에서 아이오닉5를 두 시간 시승하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지난주 만난 아이오닉5는 30분 안에 시승을 마쳐야 했지만 두 번째 만남은 더 길어져서 마음이 놓이네요. 시승센터에 전화를 걸어 롱 타임 시승을 요청하면 다른 고객의 예약과 겹치지 않는 선에서 더 많은 시간을 몰아볼 수 있다니.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두 시간 타본 아이오닉5는 어땠을까요?
오전 9시 반을 향할 무렵 죽전역 4번 출구부터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부푼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하니 오토스퀘어가 가까워지네요. 건물 뒤편으로 둘러가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3층에 도착해 시승 관련 서류를 쓰고 차 키를 받아 내려오니 전에 탔던 아이오닉5(롱레인지)가 바로 보입니다. 안팎은 지난 시승으로 다 둘러봤으니 차 시동을 켭니다.
참조 글 :
2021.05.18 - [이 차 저 차] - 현대 아이오닉5, 잠깐 타 보니
배터리는 65%가 남아있군요. 30~40%였으면 두류공원 내 대구 문화예술회관을 찾아가 200kWh 출력의 초급속 충전기를 물렸을 텐데 배터리 잔량이 꽤 많았습니다. 100 kWh 출력의 충전소(두류공원 광장휴게소 주차장)도 8기나 설치돼 있지만 이번 시승에선 건너뛰기로 합니다. 초급속 충전은 스마트폰처럼 20~80% 구간에서 효율이 가장 좋거든요. 80% 이후엔 200 kWh짜리를 꽂았는데도 50 kWh급 충전기를 물린 듯 느려지기도 합니다.
충전소 대신 찾아갈 다른 목적지를 누릅니다. 동명지 수변공원입니다. 최근 산책로가 여럿 만들어지고 단정한 모습으로 정돈돼 방문객이 늘고 있는 곳입니다. 제2주차장에는 50kWh 출력을 내는 급속 충전소 2기가 설치돼 있어 차 사진을 찍을 동안 배터리를 잠시 채우기 괜찮겠군요. 가장 많이 찾는 제1주차장으로 블루링크 경로 안내를 받으니 차로 35분이 걸리겠다고 하네요. 좋습니다. 주행 모드는 '노말(Normal)', 회생 제동 단계는 'i-페달(4단계)', 온도는 섭씨 21도로 맞춰 오토 에어컨을 돌리며 가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오닉5의 전비(연비)는 얼마나 나왔을까요? 32분간 18.2km를 달려서 나온 전비는 6.8km/kWh였습니다. 처음 10km까지는 8.0km/kWh를 띄우더니 팔달교를 건너며 대구 북구를 지나 경북 칠곡군으로 향하자 전비가 소폭 낮아지는군요. 표시된 배터리 잔량은 4% 떨어진 61%였습니다. 홈-EV-차 그림을 건드려 에너지 정보를 띄우니 급속 충전(90%)과 완속 충전(100%) 시 예상 소요 시간이 나옵니다. 배터리 잔량 90%까지 초고속으로는 16분, 고속으로는 29분이라는데 몇 kWh급 충전기를 물렸을 때의 기준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차를 50kWh급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된 제2주차장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로드뷰로 가는 길을 익혔는데 처음 찾아가는 분들에겐 쉽지 않겠더군요. 목적지에 '동명지 수변생태공원 생태체험학습관(도로명 주소 : 양지길 21-12)'를 입력하셔도 됩니다. 제2주차장으로 향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았으니 전기차로 가실 분은 참고하셔도 되겠습니다.
충전소 앞에 차를 대니 1기는 통신 이상으로 고장 나 있더군요. 커넥터는 가장 많이 쓰는 DC콤보만 설치돼 있습니다. 한국전력이 관리 중인 충전소입니다. 요금은 1 kWh에 255.4원이군요. 시험 삼아 10 kWh만 채우기로 하고 요금 결제는 갖고 있던 신용카드를 태깅하기로 합니다. 처음엔 삼성 페이로 선 결제를 시도했는데 안 되더군요. 카드 태깅 후에는 차에 커넥터를 꽂으라는 안내가 화면에 뜹니다. 아이오닉5를 충전해 볼까요?
아이오닉5는 동반자석 뒤쪽에 충전 커버가 달려 있습니다. 볼록 올라온 표면을 살짝 누르면 전동으로 커버가 열립니다. 아래에 달린 둥근 모서리의 플라스틱 커버를 벗겨서 커넥터를 꽂습니다. 충전소와 아이오닉5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CAN-Controller Area Network 통신) 접속 승인 절차가 끝나면 충전이 시작됩니다. 50 kWh급 충전기를 연결했을 때 차에서는 48~49 kW가 입력되는군요(당시 외기온도는 22도). 10 kWh를 채우는 데는 12분 44초가 걸렸고 배터리 잔량은 61%에서 73%로 늘었습니다. 차에 표시된 '고속' 충전은 역시 50 kWh급 충전기를 물렸을 때의 기준이군요. 다음에는 배터리를 헐렁하게 비워서 100 혹은 200 kWh급 초고속 충전기를 꽂아야겠어요.
배터리를 채울 동안에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살폈습니다. 다른 현대차에 달린 사이드 미러처럼 L/R 스위치를 바꾸고 상하좌우 원형 토글을 눌렀다 놓으며 조정하면 됩니다. 화면이 움직이는 범위는 다소 제한적입니다. 좌우로는 넓고 상하로는 좁습니다. 차 길이가 가늠이 안되면 시동을 켜고 기어를 'R'로 바꿔보세요. 양쪽 화면이 조금 넓어지며(화각이 일시적으로 넓어짐) 가이드라인이 황색과 적색으로 표시될 거예요. 적색은 뒷범퍼와 30cm, 황색은 70cm 안팎의 간격을 둔 것처럼 보이네요. 잘 모르겠다 싶으면 차에서 내려 잠시 둘러보셔도 좋습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와 한쪽 방향 지시등이 켜질 동안 보여주는 계기판 화면(후측방 모니터 및 서라운드 뷰 모니터-SVM 대용)은 같을까요? 아뇨, 다릅니다. 해상도와 밝기(휘도)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더 밝고 선명하지만 화각은 좁습니다. 방향 지시등이 켜질 동안 비추는 계기판 속 화면은 어둡고 흐릿하지만 화각은 넓습니다. 어렵죠?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유해보겠습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1배 줌(일반 광각) 모드, 방향 지시등이 켜질 때 보이는 화면은 0.5배 줌(초광각) 모드입니다. 이해가 되셨을까요?
화면은 왜 차이가 날까요? 디지털 사이드 미러와 사이드 미러 밑에 달린 렌즈의 제원(스펙) 차이도 있으나 서로 다른 패널을 쓴 영향도 있을거라 봅니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용으로는 보급형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두루 쓰이는 TFT LCD(밝기가 어둡고 색온도 낮으나 저전력 설계에 유리), 디지털 사이드 미러 화면은 TV나 스마트폰으로 많이 들어본 삼성의 OLED 패널(밝기·색온도 높지만 비싸고 전력 사용량 많음)로 구현됩니다. 화면 크기는 7인치입니다. 차급에 따라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용 화면까지 몽땅 OLED로 채울 수도 있지만 아이오닉5는 전동화 특성과 전력 효율을 고려해 제원을 이원화시킨 게 아닐까 추정합니다. 물론 대강 보면 그게 그거 아닌가 하겠지만요.
배터리를 다 채웠으니 뒤(트렁크)를 열겠습니다. 러기드 스크린이 있었네요. 제가 보고 싶은 건 이게 아닙니다. 하판을 접어서 들어내니 V2L 키트, 타이어 리페어킷(실런트, 공기 주입기)이 보이네요. 타이어 리페어 킷 바닥면엔 벨크로(찍찍이) 처리가 돼 있어 고정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이 밑에는 뭐가 깔려있을까요? 장구류를 뒷좌석에 몰아넣고 들어내 봤습니다. 2~3cm 두께의 도톰한 폴리우레탄이 차 바닥에 깔린 배터리와 보스(BOSE) 서브우퍼를 감싸고 있었네요. 이래서 고주파음이 귓가에 잘 안 들렸나 봅니다. 주로 건축용 단열 재료로 많이 쓰이지만 전기차에서는 고전압 배터리에서 나는 고주파음 유입을 막으려고 쓰기도 합니다.
뒷좌석은 평탄화하기 좋을까요? 아쉽게도 약간 경사가 져 있었습니다. 얼마나 떠있는지는 뒷좌석을 접고 러기드 스크린을 세로로 눕혀보면 알게 됩니다. 차박을 하려면 푹신한 에어매트가 있어야 겠어요. 대신에 햇빛 가리개에 문까지 넓게 열려서 뒷좌석 승하차 편의성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 리클라이닝 기능을 갖춰서 편안한 자세로 등을 기댈 수도 있습니다. 보통의 SUV에서 본 리클라이닝보다는 눕힘 각이 더 큰 것처럼 보이네요. 배터리가 깔려 차 바닥이 높아졌음에도 운전석 밑에 발을 집어넣어도 될 만큼 공간이 여유롭습니다. 밤에는 비전 루프 사이로 쏟아지는 별빛을 보거나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을 쳐다보며 가만히 누워있고 싶습니다.
차 사진을 담으며 온갖 생각을 다지니 시계는 오전 11시를 가리킵니다. 대구 서부 오토스퀘어로 돌아갈 시각입니다. 5분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그럴 만한 여유가 없어졌군요. 주행 모드만 '스포츠(Sport)'로 바꿔봅니다. 나머지는 블루링크 경로를 따라 주변 교통흐름에 맞춰 달립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로 전사된 증강현실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따라 차분한 주행을 이으니 11시 40분쯤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43분간 18.2km를 달린 전비는 7.9km/kWh가 나왔습니다. 갈 때보다 되돌아갈 때의 전비가 더 좋군요. 왕복으로 37.1km를 1시간 30분간 달려서 나온 합산 전비는 7.1km/kWh입니다. 배터리 잔량은 겨우 3% 줄어든 70%를 띄웠습니다. 동명지 수변공원으로 향할 때보다 주행 시간이 10분 길어졌음에도 전비가 꽤 잘 나왔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 구간이 많아서 타력 주행을 보탠 회생 제동으로 많은 이득을 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운행 전 기록된 누적 전비는 5.8km/kWh(198.5km)였습니다. 전비 관리에 유리한 'i-페달' 덕분이었을까요? 주행 모드를 노말로 잡고 몰았을 때보다 스포츠 모드의 회생 제동이 느슨해서 덜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네요. 운전 습관에 따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모양입니다. 에코 모드로 달리면 노말 보다 회생 제동이 더 강해집니다. 에너지 회수율은 더 좋을 수 있으나 승차감이 떨어질 수 있어 섬세한 가속 페달 조작이 필요합니다. 오랜 시간 아이오닉5를 굴리며 완전히 적응했다면 에코 모드를, 그렇지 않다면 노말 모드로 달릴 것을 권합니다.
그동안 아이오닉5를 30분밖에 타지 못해 아쉬우셨나요? 가까운 현대자동차 시승센터에 전화해 보세요. 롱 타임 시승을 제안해주실 겁니다. 예약 상황과 지역 본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대구에서는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는 듯합니다. 5월 말~6월 초까지는 시승 예약이 모두 잡혀서 롱 타임 시승 요청이 쉽지는 않을 수 있어요. 예약은 가능한 빠를수록 좋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초급속 충전기에 물려서 충전 속도를 관찰하는 콘텐츠를 써 보고 싶네요.
이상으로 아이오닉5 롱 타임 시승 콘텐츠 작성을 모두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동명지 수변공원 주차장에서 담은 몇 장의 사진을 함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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