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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2021 그랜저 속 '르블랑', 이대로 좋은가요? 본문
며칠 전 현대자동차는 2021년형 그랜저를 선보였습니다. 주행 안전 및 편의 기능을 고루 갖춘 '르블랑(Le blanc)' 트림을 넣고 기존 트림(프리미엄, 익스클루시브)에 몇 가지 품목을 더했죠. '성공에 관하여' 캠페인에 묶인 세 편의 유튜브 광고도 이어집니다. 재택근무 중에도 부하 직원을 살뜰히 챙기고 작은 소리도 잘 새겨들으면서 뒤를 든든히 지켜주는 리더의 모습을 견주며 리모트 360도 뷰(내 차 주변 영상 보기), 이중접합 차음 유리(뒷좌석 포함),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기능을 다루는 장면이 나옵니다. 함께하고 싶은 리더로 인정받는 게 이 시대 진정한 성공이라는 메시지가 인상에 남습니다. 광고 하나는 잘 만드네요.
그랜저의 구매력은 광고만큼 좋을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기아 K8이 출시 한 달 만에 그랜저 판매량을 뒤집으니 현대가 연식변경 모델 출시를 서두른 게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2020년형 그랜저는 프리미엄, 프리미엄 초이스, 익스클루시브, 캘리그래피로 4개 트림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프리미엄 초이스는 프리미엄에 앞좌석 통풍 시트, 스마트 전동식 트렁크, 스마트폰 무선 충전, 운전석 공조 연동 자동제어 기능만 살짝 얹은 트림이었죠. 2021년형으로 연식 변경을 거치며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이중접합 차음 유리와 자외선 차단 유리를 프리미엄에, 리모트 360도 뷰 기능을 익스클루시브에 실었습니다. 캘리그래피 트림도 내장 색상으로 카키/베이지(베이지 시트)를 고를 수 있게 변화를 주긴 했습니다.
가장 눈여겨 볼 내용은 프리미엄 초이스가 '르블랑' 트림으로 바뀐 점입니다.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 파킹 어시스트 플러스 패키지(후측방 모니터, 서라운드 뷰 모니터,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플래티넘 패키지(12.3인치 풀 LCD 클러스터, 앰비언트 무드 램프,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를 집어넣고 블랙/베이지(베이지 시트) 색상으로 실내를 꾸몄습니다. 검은색으로 깔맞춤 한 블랙 모노톤을 고를 수는 있지만 프랑스어로 '하얀색'을 의미하는 르블랑의 본질과 멀어지게 됩니다. 가솔린 3.3 모델에 한해 밖에는 카본 장식 사이드 미러와 리어 스포일러를, 안에는 알칸타라로 운전대와 센터 콘솔 암레스트를 입힌 르블랑 퍼포먼스 패키지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 : 자전거 탑승자 및 교차로에서 마주 오던 차까지 감지하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안전구간, 곡선로), 안전 하차 보조,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2021 그랜저의 트림 별 상품 구성을 보면 르블랑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애매했던 프리미엄 초이스에 추가할 만한 온갖 전자 장비를 든든히 채웠습니다. 개별소비세 3.5% 인하 분이 반영된 기본 가격은 가솔린 2.5 3,534만 원, 가솔린 3.3 3,929만 원, 하이브리드가 3,900만 원(세제혜택 포함)입니다.
오히려 기본 트림인 프리미엄(3,303만 원)은 르블랑보다 가성비가 한참 못 미칩니다. 르블랑에 다 들어있는 프리미엄 초이스(75만 원), 현대 스마트 센스I(105만 원), 18인치 알로이 휠 및 타이어(45만 원), 파킹 어시스트 플러스(105만 원)를 묶는 것만으로도 르블랑 가격을 넘어섭니다. 플래티넘 플러스 패키지(150만 원)에서 빌트인 캠(60만 원) 값을 뺀 90만 원까지 더해야 하므로 200만 원 안팎의 차액이 발생합니다. 기왕 그랜저를 계약하겠다면 백색(크리미 화이트 펄 선택 시 10만 원 추가)과 밝은 색 시트로 실내를 화사하게 꾸민 르블랑을 고르는 게 낫겠습니다.
그럼 르블랑이 좋기만 할까요? 가성비에 집중한 트림이라 선택 사양은 제한적입니다. 빌트인 캠,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파노라마 선루프(100만 원)만 있습니다. 있으면 더 편안할 운전석 자세 메모리 시스템, 럼버 서포트(운전석 4방향, 동반자석 2방향), 운전석 전동식 쿠션 익스텐션(좌판 확장 기능), 동반자석 워크인 디바이스, 전동식 틸트 및 텔레스코픽 운전대, 뒷좌석 양문형 햇빛 가리개, 전동식 뒷유리 햇빛 가리개는 없습니다. 뒤쪽에 LED 방향 지시등이 달렸을까 기대를 했는데 이마저도 없네요. JB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도 못 넣습니다. 나파 가죽 시트에 스웨이드 내장재도 당연히 없습니다. 적어도 익스클루시브랑 급 차이를 두겠다는 의미겠지요.
그랜저는 2020년 판매량 1위(14만 5,463대)에 올랐던 현대자동차의 중심 모델입니다. 2016년 10월 말 6세대 모델인 IG를 꺼내며 대기업 임원 특판은 물론, 출시 3년 만에 이룬 신차급 변화(더 뉴 그랜저)로 주변의 든든한 지지를 받은 바 있습니다. 비록 IG 출시 5년 차를 맞으며 등장한 K8로 인해 위상이 살짝 꺾였지만 내년 중 풀체인지될 때까지는 르블랑이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거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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