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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사진

칠곡 운암지, 그곳엔 커피가 있다

커피스푼 2022. 5.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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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15일) 스벅에서 시간을 보내다 멀리 길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냥 집에 돌아가기엔 날씨가 화창했거든요. 노트북이 든 백팩, 텀블러가 든 에코백을 어깨에 두르고 100-1번 버스에 오릅니다. 어린이회관에서 대구 3호선 모노레일로 갈아타고 칠곡 운암역에 내리니 뭔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1년 전 대구-경산 저수지를 물색하며 찾아갔던 운암지 수변공원이 걸어서 15분쯤 닿을 곳에 있었죠. 등 뒤에 오던 939번 버스는 나중에 집에 돌아갈 때 타기로 합니다.

 

대구 3호선 칠곡 운암역 주변 풍경입니다.
대구 3호선 칠곡 운암역 주변 풍경입니다.
칠곡 운암역 출입구 위로는 모노레일이 지나갑니다.
칠곡 운암역 출입구 위로는 모노레일이 지나갑니다.
칠곡 운암역에서 15분 걸어서 왔습니다. 운암지에 왔습니다.
칠곡 운암역에서 15분 걸어서 왔습니다. 운암지에 왔습니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쭉 뻗은 활엽수를 따라 터벅터벅 걸으니 눈앞에 운암공원 표지가 나옵니다. 방문객 대부분이 동네 주민처럼 보이지만 경사진 계단을 성큼 오르면 가족 단위로 나들이 온 사람들, 데이트하러 온 외지 사람들이 곳곳에서 햇볕 쬐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으로 우측통행(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기)을 안내하던 입간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야외 마스크 의무화는 풀렸지만 열 명 중 여덟 이상은 마스크를 쓰더군요.

 

입구 앞 계단을 오르고 나서 저수지 전경을 담았습니다.
입구 앞 계단을 오르고 나서 저수지 전경을 담았습니다.
운암지의 팔각정은 대표적 랜드마크 쉼터로 불립니다.
운암지의 팔각정은 대표적 랜드마크 쉼터로 불립니다.
뭘 그리 뚫어져라 한참을 보고 있었을까요?
뭘 그리 뚫어져라 한참을 보고 있었을까요?
운암지 팔각정에서는 이 녀석들에게 시선을 뺏깁니다.
운암지 팔각정에서는 이 녀석들에게 시선을 뺏깁니다.

계단 앞 작은 쉼터에서 사진을 찍고 천천히 한 바퀴 돌기로 합니다. 물가의 노란 칸나를 흘깃 바라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저수지 한가운데 세워진 팔각정은 역사와 전통이 짧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대표적 쉼터가 됐습니다. 난간 밑으로는 비단잉어 떼가 물 위로 올라와 꼬리를 살랑거리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팔각정을 지나 양갈래로 갈라진 길목에는 인공 암벽 사이로 폭포수가 시원하게 떨어집니다. 이 순간에는 방문객들의 셀카 세례가 이어집니다.

 

팔각정 뒤편에서 흐르던 인공폭포입니다.
팔각정 뒤편에서 흐르던 인공폭포입니다.
폭포수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 봤습니다.
폭포수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 봤습니다.
가던 중에 뒤돌아 사진을 담았습니다.
가던 중에 뒤돌아 사진을 담았습니다.
쭉 걸으면 스탠드를 원형으로 오므린 광장도 나옵니다.
쭉 걸으면 스탠드를 원형으로 오므린 광장도 나옵니다.
작은 개울을 따라 뛰놀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작은 개울을 따라 뛰놀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오후 4시가 되자 폭포수가 점차 가늘어져 멈추는군요. 오른쪽 길목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작은 광장에 세워진 달 조형물을 향해 걸으니 넓은 광장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흐뭇하게 바라보는 누군가의 엄마 아빠들, 벤치에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이 늦오후의 여유를 즐깁니다. 저도 빈자리에 앉아 신발을 툭툭 털고 잠깐의 휴식을 누립니다. 찍은 사진을 하나씩 추리며 시간을 보냈더니 허기가 찾아옵니다.

 

핸즈커피 운암호수점입니다.
핸즈커피 운암호수점입니다.

어디서 시간을 보낼지 두리번거리다 운암지 입구의 한 카페를 찾았습니다. 핸즈커피 운암호수점입니다. 언젠가 가야지 생각만 하다 오늘에야 들렀습니다. 보통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리뷰가 뜸한데 이곳은 예외로 통합니다. 감각적인 유럽풍 인테리어부터 시선을 끕니다. 음료와 먹거리, 직원 친절도에서 평이 대체로 좋았습니다. 주차장을 가득 채운 누군가의 자동차들, 끊이지 않는 사람들의 담소, 희미하게 풍기는 고소한 커피 향이 이를 증명합니다.

 

카운터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카운터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문을 넣고 조용히 기다립니다.
주문을 넣고 조용히 기다립니다.

통유리문을 열어 들어가 사각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지그시 바라봤습니다. 커피 중의 근본주로 통하는 롱 블랙을 고를지, 내 허기를 기분 좋게 달랠 고구마라떼를 고를지 고개를 가로젓다 다른 음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이 크림 라떼"였습니다. 얼핏 사진을 보니 카페라떼에 상아색 콩 크림을 띄우고 곱게 잘 갈린 견과류로 장식된 메뉴였습니다. 적당한 씹을 거리는 진열장 안 케이크에 홀린 고객들의 이성을 되찾아줄지도 모릅니다.

 

진동벨과 맞바꾼 소이 크림 라떼입니다.
진동벨과 맞바꾼 소이 크림 라떼입니다.

5,500원을 내고 소이 크림 라떼를 주문했습니다. 진동벨과 맞바꾼 네모난 쟁반 위 소이 크림 라떼는 그야말로 눈코가 즐거웠습니다. 아담한 머그잔에서 크림이 사르르 녹으며 고소함을 풍기는데 얼른 사진부터 담아야 하는 이 심정을 아시나요?

 

소이 크림 라떼를 확대한 모습입니다.
소이 크림 라떼를 확대한 모습입니다.

스마트폰으로 한 컷, 두 컷 담기 무섭게 커피를 맛보기 시작했습니다. 입술에 크림이 살짝 닿을 만큼 머그잔을 기울여 라떼를 한 모금 머금었습니다. 다크 초콜릿 향이 은은히 퍼지더니 잘 데워진 우유가 목 넘김을 부추깁니다. 잔을 더 기울여서 크림을 빨아봅니다. 혀 끝에서 전해진 크림 속 미세 입자가 입 전체로 퍼집니다. 흑임자 아이스크림보다는 고소함이 덜하고 텁텁한 미숫가루보다는 입자가 살짝 큽니다. 토핑으로 추가된 견과류를 씹으며 맛을 느끼니 허기가 풀립니다.

 

테이블 측면에 비치던 통유리 속 풍경입니다.
테이블 측면에 비치던 통유리 속 풍경입니다.
핸즈커피 운암호수점 2층 모습입니다.
핸즈커피 운암호수점 2층 모습입니다.
정면에 보이는 루프탑 출입문을 향해 걸어갑니다.
정면에 보이는 루프탑 출입문을 향해 걸어갑니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은 모습은 대략 이렇습니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은 모습은 대략 이렇습니다.
2층 루프탑은 공원 뷰가 메인입니다.
2층 루프탑은 공원 뷰가 메인입니다.
2층 실내는 뭔가 깔끔하면서 고풍적 느낌이 듭니다.
2층 실내는 뭔가 깔끔하면서 고풍적 느낌이 듭니다.
아쉽지만 이쯤에서 물러나야겠군요.
아쉽지만 이쯤에서 물러나야겠군요.

커피 한 잔 마시는데 이토록 여러 번 나눠마시기는 오랜만입니다. 테이블 옆 통유리에 비치는 주택가 풍경, 따스하고 편안해지는 인테리어, 한 폭의 갤러리처럼 꾸며진 2층을 둘러보니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정갈하게 꾸며진 2층의 유리문을 밀면 루프탑 공간이 나타납니다. 초록빛으로 우거진 운암 공원과 뒤쪽의 아파트 단지를 배경 삼아 담소를 나누기 좋아 보였습니다.

 

언제 한 번 이곳에서 친구들을 만나야겠습니다.
언제 한 번 이곳에서 친구들을 만나야겠습니다.

사실 운암지는 집에서 버스로 두 시간 가까이 걸릴 만큼 거리가 멀기는 합니다. 그래도 가까이 두고도 모른 체했던 카페를 새로이 알게 돼 기분이 좋아집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거든 오랜 친구들과 이곳에서 산책 겸 커피 한 잔과 딸기 와플을 썰면서 여유롭고 행복한 오후를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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