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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확 줄어든 전기차 보조금, 그래도 살 텐가? 본문
2022년에는 몇 백만 원 돌려주던 전기차 구매 환급 혜택이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차 한 대에 국고 보조금 전부(100%)를 주던 기준 차 값(상한액)이 6천만 원에서 5천5백만 원 밑으로 내려왔거든요. 절반(50%)을 주던 금액 기준도 5천5백만 원 이상 8천5백만 원 미만으로 조정됩니다. 선택 사양을 더하지 않은 기준 차 값이 8천5백만 원을 넘으면 보조금 지원은 꿈도 못 꿉니다.
올해 7만 5천 대에서 내년 16만 4천5백 대까지 전기 승용차 구매를 포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결정인데요. 올해 계약한 전기차를 내년에 받을 예정이던 고객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기준 트림이 5천5백만 원 이상인 아이오닉 5 롱 레인지 4WD 프레스티지, EV6 롱 레인지 어스, 6천만 원에서 10만 원 모자란 제네시스 GV60 기본형까지 보조금이 100%에서 50%로 감액되거든요. 똑같은 전기차인데 누구는 올해 받아서 "더" 돌려받고 누구는 내년에 받아서 돈 몇 백을 "덜" 받게 됩니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좋을까요?
1.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로 바꾼다
새로 뽑을 차는 굳이 전기차일 필요가 없습니다. 충전하는 삶에 적응한 운전자라면 관계가 없겠으나 어쩌다 주유소를 찾는 내연기관차 운전자에게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10년 전보다 전기차 충전소가 대폭 늘고 선택지가 많아졌지만 50~150kW 충전기로 배터리를 채우는 시간은 여전히 깁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깔린 초고속 충전소 이핏(E-pit)이 대로변 주유소까지 침투하지 않는 이상은 충전할 동안 커피 한 잔을 하거나 차 안에서 뭔가를 즐겨야 합니다. 시간을 나노 단위로 쪼개 쓰는 부지런한 삶이 시작되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나흘에 한 번씩 충전소를 둘러가게 됩니다.
마음의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면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HEV)를 택해도 좋습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 팩을 두른 전기차는 한겨울에 배터리가 더 빨리 닳는데요. 전장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실내를 데우는 히트펌프를 달아도 적게는 30~40km, 많게는 80~90km 이상 주행 가능 거리가 줄기도 합니다. 엔진을 품은 HEV도 다를 건 없지만 차에 플러그 꽂을 일 없이 주유소에서 연료만 바로 채워 어디든 움직일 수 있으니 기동성이 더 좋습니다. 매년 조금씩 오르는 전기세도 한동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전기차 대비 차종 선택지가 넓은 점도 그렇습니다. 레이 EV같은 박스형 전기차에서 벗어나 차종이 늘었지만 투싼만큼 긴 EV는 몇 안 됩니다. 대부분 유럽 시장이 선호하는 중소형 크로스오버가 주를 이루죠. G80 전동화 모델, 벤츠 EQS 같은 대형 전기 세단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죠. 넓은 실내, 기능성을 두루 갖춘 아이오닉 5와 EV6 말고는 성에 잘 안 찹니다. 텔루라이드 만한 EV9, 팰리세이드 만한 아이오닉 7은 2023~2024년은 되어야 합니다. 이것저것 저울질하느니 바라던 차급의 내연기관차나 HEV를 타다 넘어가는 게 마음이 편할지도 모릅니다.
2. 기준 트림을 윗급으로 올린다
보조금 혜택이 줄더라도 전기차는 사겠다고 마음먹었다면 트림을 더 윗급으로 높여도 괜찮습니다. 5,990만 원부터 시작되는 제네시스 GV60의 경우가 그렇겠군요. 올 연말에 차를 받는다면 뒷바퀴굴림에 몇 가지 선택 품목을 더하는 정도로 국고 보조금 8백만 원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데요. 내년에 차를 받는다면 7백만 원의 절반인 350만 원만 환급해 줍니다. 똑같은 트림인데 몇 개월 차이로 450만 원을 덜 받는다면 애타게 차를 기다리던 고객 입장에서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깎일 보조금이라면 뒷바퀴굴림 말고 네바퀴굴림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내 운전 취향에 더 잘 맞는 조합으로 계약을 바꿔서 후회 없는 전기차 라이프(life)를 살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올 상반기 5,999만 원으로 히트를 쳤던 모델 3 롱 레인지는 국고 보조금 100%를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한 트림 낮은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가 6,059만 원으로 올랐으니까요. 모델 3에서 어떤 트림을 고르든 국고 보조금은 절반만 가지게 됩니다.
5천5백만 원이 넘던 다른 전기차의 일부 트림은 2022년형에서 상품 구성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고 보조금 지원에 민감한 계약자 이탈을 막기 위해 기준 트림을 5천5백만 원 미만으로 세팅하는 겁니다. 이를 테면 5,595만 원인 EV6 어스에서 뭔가를 덜어서 5,499만 원 이하로 기준 금액을 낮추는 식입니다. 기아가 5,680만 원인 EV6 GT-라인까지 손을 댈지 궁금해지네요. 내년 하반기쯤 등장할 EV6 GT에 관심을 둬도 좋습니다.
3. 수입 브랜드로 전기차 바꾼다
국고 보조금 혜택이 반으로 깎인다면 수입 브랜드로 옮기는 차선책도 있습니다. 2021 서울 모빌리티 쇼에 선보였던 아우디 Q4 e-트론의 경우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EQA처럼 국고 보조금 100%를 기댈 수 있는 전기차로 손꼽히거든요.
국내 출시가 유력한 트림은 Q4 40 e-트론과 Q4 50 e-트론 콰트로 두 가지입니다. 미국에서 각각 4만 3천9백~4만 6천7백 달러, 4만 9천9백~5만 6천2백 달러에 판매 중인 모델입니다. Q4 50 e-트론 콰트로는 국고 보조금 50%로 예상되는데 Q4 40 e-트론이 국고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을 만족할지 관심을 모읍니다. 전기차 뼈대에 배터리 82 kWh를 두르고 나왔으면서 편의 기능까지 잘 갖췄거든요. 자세한 내용은 바로 아래에 걸어뒀습니다.
참조 글 :
2021.12.03 - [이 차 저 차] - 아우디 Q4 e-트론, 살 만한 전기차인가?
아우디 코리아의 Q4 e-트론 말고도 알아볼 수입 전기차는 제법 됩니다. BMW 코리아가 온라인으로 판매 중인 iX3(7,590만 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전시한 7인승 전기 SUV EQB를 살필 만합니다. 폭스바겐 코리아도 2021년 올해의 차를 장식했던 크로스오버 전기차 ID.4를 국내에 가져올 계획이고요. 볼보-지리자동차 품 속에서 전기차 브랜드로 새롭게 단장한 폴스타의 전기 세단 폴스타 2도 곧 나옵니다.
참조 글 :
2021.11.29 - [이 차 저 차] - 올 연말 출시될 '폴스타 2' 미리 보기
4. 계약 취소 후 지켜본다
"계약 취소"는 가장 속 편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국고 보조금과 지역 보조금에 얽매지 않고 전기차 시장 흐름을 조용히 지켜보는 겁니다. 수 년 전 닛산 리프(leaf)로 제주에서 전기차 첫 경험을 갖고 BMW i3로 모빌리티 경험을 잠시 누렸지만 생각보다는 기술 발전이 빠르지 않았습니다. 배터리 탑재량이 늘면서 주행 가능 거리가 늘었지만 케이블을 꽂으며 충전하는 삶은 계속 되는군요.
테슬라가 전기차 제2의 물결을 일으키면서 기존 자동차 브랜드들이 뒤따라 전기차를 선보이는 중인데요. 아직은 전기차로 돌아설 마음이 안 생깁니다. GV60으로 실증 연구 중인 배터리 무선 충전이 널리 전파되기 전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를 이끄는 칩은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이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바뀌는 변화는 내비게이션과 주행 거리를 늘려주는 정도에 머뭅니다.
내년 이후로는 더 많고 다양한 전기차들이 선보일 예정이기에 구매 결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TV나 에어컨 같은 대형 가전도 최신일수록 더 많은 기능을 달고 용도 별로 최적화를 거친 뒤에 나옵니다. 가장 필요로 느낄 때가 구매의 최적기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전기차 구매 최적점은 2025년 직후입니다. 온갖 전기차가 쏟아지는 시기라서 비교하며 타 보기 좋거든요. 우리가 아는 제네시스도 2025년부터는 모두 전기차로만 신차를 내놓겠다고 하잖아요? 그 때까지는 HEV로 기름을 덜 쓰며 달리다가 필요하거든 관심 가던 전기차를 하나 둘 알아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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